[단독]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도 22개월 걸려… 문턱 높은 범죄 피해자 주거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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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기대는 안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필명)씨가 2023년 9월 검찰청에 범죄 피해자 주거지원 신청을 하러 갔을 때 들은 말이다.
정부가 시행하는 범죄 피해자 주거지원 대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010년부터 LH와 협약해 범죄 피해자에게 주거지를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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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지원 요건, 중도 포기 잇따라
2020~24년 지원 연평균 40건에 그쳐

"큰 기대는 안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필명)씨가 2023년 9월 검찰청에 범죄 피해자 주거지원 신청을 하러 갔을 때 들은 말이다. 수감 중인 가해자가 김씨 주소를 읊으며 복수를 다짐한다는 말을 전해 들은 김씨에게 이사는 생존이 걸린 문제였다. 가해자가 집 앞에 불쑥 나타나는 악몽에 시달렸다. 그러나 조급한 마음과 달리 신청 절차는 더뎠다. 2개월이 걸린 범죄피해구조심의회(심의회) 끝에 주거지원 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이번엔 정부가 정한 지원 요건에 맞는 저렴한 매물(전세보증금 9,000만 원)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입주 기한(9개월)을 넘겨 구조심의회 심사를 다시 받은 뒤 최초 신청 1년 10개월 만에 집을 옮길 수 있었다.
정부가 시행하는 범죄 피해자 주거지원 대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2024년 '범죄 피해 주거지원 건수'는 총 201건으로 연평균 40건에 불과하다.
정부는 2010년부터 LH와 협약해 범죄 피해자에게 주거지를 지원하고 있다. ①LH 보유 공동주택(국민임대) ②LH 매입 주택(매입임대) ③LH가 전세 계약한 주택(전세임대)을 각각 임대해주는 3가지 방식이다. 국민임대, 매입임대는 공실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전세임대는 피해자가 요건에 맞는 주택만 찾아오면 곧바로 입주할 수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지난해 11건 공급에 그쳤다.
전월세 주택 시장가가 치솟은 현실과 동떨어진 지원 요건이 걸림돌이다. 지역별 보증금이 수도권 1억3,000만 원, 광역시 9,000만 원, 그 외 지역 7,000만 원 이내다. 부산에 사는 김진주씨는 보증금 9,000만 원 이하 전셋집을 찾으러 매일 발품을 팔았으나 "원룸 보증금도 1억 원은 넘는다"는 말을 듣고 번번이 발길을 돌렸다. 이후 두 번째 구조심의회 심사 끝에 지인의 도움으로 간신히 집을 찾았다. 범죄 피해자가 입주할 땐 소득에 따라 본인 부담금을 지원 보증금액의 최대 5%까지 내야 하며, 연 1~2% 대출이자를 낸다.
보증금 조건이 맞는 집을 발견해도 대출이 많이 있어 전세 사기 우려로 계약이 불발되거나 목적이 범죄 피해자 지원이란 걸 알게 된 집주인들이 돌연 계약을 거절하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
신청 문턱도 높다. 아동학대·성폭력 범죄 피해를 제외하면 사망·장해 혹은 전치 5주 이상 상해를 입은 피해자만 신청 가능하다. 현재 사는 곳에서 생활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범죄 피해에 대한 귀책 사유가 없다는 걸 입증하는 것도 피해자 몫이다. 자신의 집이 아닌 곳에서 범죄 피해를 당할 경우 집 위치가 노출돼 보복 범죄 우려가 크다는 점이 인정돼야 한다. 또한 전세임대의 경우 피해자 본인뿐 아니라 함께 사는 가족도 무주택자여야 하고, 소득이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50% 이하(가구원 3인 이상 기준)여야 한다. 한마디로 '가난한 피해자'임을 증명해야 하는 셈이다. 여기에 구조심의회도 보통 1~2개월은 걸린다.
성폭력 피해자 법률대리를 맡아온 서혜진 변호사는 "심사가 오래 걸리고 요건을 맞추지 못해 중도 포기하는 피해자가 많다"고 전했다. 윤 의원은 "피해자 상황을 고려한 정교한 맞춤 지원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현모 기자 nine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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