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성장하면서 탄소 배출 줄이려면… 공급망 네트워크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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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기업이 성장하면 탄소 배출이 늘어나는 건 당연한 것으로 인식됐다. 공급망 속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위치와 역할에 따라 성장과 탄소 배출이 비례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항공·방산 기업들의 공급망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업 성장률과 탄소 배출량을 추적했다.
공급망 네트워크의 밀도와 다양성이 높을수록 기업은 성장하면서도 탄소 배출을 통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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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친환경 수용 여지 커
특정 채널 과도한 집중 경계해야

핀란드 LUT대 경영대학원 연구진은 이를 ‘탈동조화(decoupling)’라고 규정했다. 기업이 성장하더라도 탄소 배출 증가율을 억제하거나 분리해 내는 능력이다. 연구진은 기술 투자나 에너지 효율 개선 같은 내부적 노력에 주목하지 않았다. 대신 기업이 공급망에서 맡는 역할과 구조적 위치에 따라 탈동조화 성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정밀 분석했다.
연구는 부품 체계가 복잡하고 공급자-고객 관계가 장기간 고착된 항공과 방산 산업을 대상으로 했다. 연구진은 항공·방산 기업들의 공급망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업 성장률과 탄소 배출량을 추적했다. 분석 결과 공급자·고객과 폭넓게 연결된, 조밀한 공급망 네트워크를 가진 기업일수록 탈동조화 성과가 높았다. 다양한 관계를 맺은 기업은 새로운 기술과 친환경적 대안을 빠르게 흡수할 수 있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여지도 더 컸기 때문이다. 반대로 공급망 중심에 있거나 독점적 지위를 점한 기업은 성과가 부진했다. 폐쇄적 구조와 특정 네트워크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오히려 배출 억제 능력을 떨어뜨린 것이다. 연구진은 “기업이 네트워크 내에서 가진 권력과 의존성, 연결 구조의 폭과 밀도가 탈동조화 성과를 좌우한다”고 정리했다.
이 연구는 운영전략과 환경성과를 연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존에는 ‘친환경 기술 투자’나 ‘공정 개선’ 같은 개별 기업의 내부 노력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기업이 공급망 속에서 어떤 자리에 있느냐’까지 분석 범위를 확장했다. 전력 사용량, 탄소 포집 기술 같은 기술적 해법을 넘어 네트워크 구조와 기업 역할이라는 사회적·구조적 요인을 ESG 전략 변수로 끌어올렸다. 공급망 네트워크의 밀도와 다양성이 높을수록 기업은 성장하면서도 탄소 배출을 통제할 수 있다. 반대로 독점적이고 권력이 집중된 구조는 배출을 억제하기 어렵다.
기업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명확하다. 첫째, 연결성 확대 자체가 친환경 전략이 될 수 있다. 공급자 풀을 넓히고 고객 접점을 다양화하면 기술과 친환경 대안을 흡수할 여력이 커진다. 둘째, 과도한 집중을 경계해야 한다. 독점적 지위나 공급망 권력 집중은 단기적으로는 성장에 유리해 보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탄소 배출 부담이 되돌아오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특히 ESG 규제가 강화되는 국면에서 치명적일 수 있다. 셋째, 네트워크 전략을 ESG 전략과 결합해야 한다. 공급망 네트워크를 어떻게 설계하고 관리하는지도 탄소 탈동조화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인이다.
백상경 기자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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