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해외 공관들 이대론 위험하다

“대한민국 외교관들은 영사(領事) 업무를 천하게 여긴다.”
한 프리랜서 언론인의 소셜미디어 영상 내용을 접하고 적잖이 놀랐다. 하지만 곱씹어보니 캄보디아 사태 이후 영사 업무 전반에 대한 우리 국민의 부정적 인식을 잘 반영한 말이란 생각이 들었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상황에서 “현지 경찰에 알아서 신고하시라” “근무 시간에 다시 찾아오라” 같은 답변을 들었을 때의 절망감은 감히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고발과 비판 다음엔 문제의 근원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특파원으로 약 4년간 일하면서 해외 공관과 외교관 신분의 공직자들을 근접 취재하고 기사를 써 왔다. 이 과정에서 영사 업무와 관련된 온갖 이슈와 내밀한 실상을 꽤 많이 보고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 국민이 ‘대한민국 외교관은 영사 업무를 천하게 여긴다’고 느끼게 만드는, 공관 내 구조적 문제들이 있다.
대한민국의 조직이 대개 그렇듯, 대·영사관도 늘 일손이 부족하다. 특히 해외 여행과 거주 국민이 급격히 늘며 심각해졌다. 프랑스의 경우 연간 80만명이 넘는 우리 국민이 방문하고, 교민도 약 3만명에 달한다. 소매치기·도난은 일상이며, 강도와 실종 사고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전담하는 경찰 영사는 한국에서 파견된 경무관급 관리자와 현지 채용 실무자 등 2명에 불과하다. 교육 분야에는 외교관 신분으로 2명이 파견되고, 현지 직원도 2~3명씩 채용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긴급 상황에 대비해 대·영사관에 숙직자를 둘 여유도 없다. 퇴근하는 직원이 ‘당직폰’을 들고 가 밤새 문의에 대응하는 것이 현실이다.
더 심각한 건 일부 공관의 기강 해이 문제다. 여느 조직처럼 이곳도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가 있다. 갑질, 불륜, 근무 태만, 상습적 과음, 조직 내 음해, 주재국 국민 모욕, 직권 남용 등 레퍼토리도 다양하다. 하지만 이런 미꾸라지를 솎아내 기강을 잡기가 어렵다. 공관 직원은 대부분 3년 임기고, 타 부처 파견 인력도 많아 서로 ‘잠깐 보고 말 사람’이란 인식이 팽배하다. 언론의 감시도 턱없이 부족하다. 이렇다 보니 공관장도 각 부처 책임자도 “제발 나 있는 동안은 조용히”라며 넘어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결국 흙탕물은 정화되지 않고 연못 전체로 퍼진다. 이런 상황을 봐온 공관 직원이라면 국민의 안전·권익보단 ‘내 소중한 3년을 얼마나 알차게 보낼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지난 정부 땐 교민이 공관 직원의 비리 자료를 모아 당시 야당 국회의원실까지 찾아가는 일도 있었다. 오죽 답답했으면 그랬을까. 이번 정부는 달랐으면, 그래서 해외에서 안심하고 일과 여행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모두의 소망일 것이다. 해외 공관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제2, 제3의 캄보디아 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문지혁의 슬기로운 문학생활] [24] 겨울 너머 봄
- [기고] 공천 비리 없애려면 미국식 예비선거 도입해야
- 美 전역에서 들불처럼 일어나는 저항, 트럼프 “국경 차르 급파”
- “닥터페퍼 베이비~” 장난처럼 부른 노래 덕에 인생역전한 사연
-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김경 제명 직전 사퇴는 꼼수 탈출”
- 충남 송환 ‘캄보디아 로맨스 스캠’ 피의자 17명 전원 구속
- 정보과 부활, 물갈이... 경찰은 승진시험 열공 중
- “휴먼 에러인데 왜 시스템 손대나” 문형배, 與 사법개혁안 또 비판
- ‘올데프’ 애니 “팬 레터, 학교 이메일로는 보내지 말아달라”
- 대전통영고속도로서 멈춰있던 승용차 추돌 사고…60대 숨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