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것에서 새로운 생명이 발아할 수 없을까?

하영란 기자 2025. 10. 26.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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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화 사진전 '시간꽃'
낡아가는 시간 속에서 새롭게 피는 꽃
낡은 철판에서 부식하는 녹 통해 해답
박정화 사진작가

박정화 사진전 '시간꽃'이 지난 16일에서 26일까지 갤러리 '진해 공간백경'(진해구 태평로 30 2층)에서 열렸다. 지난 21일 오후 3시에 전시장을 찾았다. 2층에 있는 '진해 공간백경'은 문학책 공간과 갤러리가 나란히 있다. 구태경 대표가 20여 년 넘게 수집한 문학 관련 책도 볼 수 있다. 아늑한 갤러리 공간에 음악이 흐르고, 벽면 쪽에 간이 의자가 배치돼 있어 관람을 편하게 하려는 대표의 배려가 돋보였다.

갤러리 공간을 들어서며 전시회를 잘못 찾아온 것이 아닌가 의심하며 전시 공간의 사진을 둘러봤다. 아무리 봐도 사진이 아닌 그림으로 보였다. 대작가의 그림처럼 느껴져 눈을 의심하며 보고 또 봤다.
시간꽃 전시

박정화 '시간꽃' 사진 작품들을 보면서 사진과 미술 사이의 경계를 넘어서 회화의 문을 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저히 사진으로 볼 수 없는, 전시장에 걸려 있는 작품들 앞에서 호흡을 고르고 섰다.

시간을 하나의 직선으로 생각할 때 나이가 들고 늙으면 당연히 멸한다. 멸하면서 꽃을 피워낸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을까. 젊고 싱싱하고 풋풋한 아름다움이 압도하는 시대다. 아름다움은 과연 늙지 않고 낡지 않은 것에서만 얻을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어떻게 아름다움을 보느냐의 시선에 따라서 다르다.
시간꽃 전시

철사가 세월이 지나 녹이 슬면서 주변에 그림을 그린다.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쇠붙이들이 산화하면서 피워내는 꽃들 앞에서 '아!'하고 멈춰 섰다. 부식되는 것들이 이토록 아름다운 발자국을 세상에 던지면서 화려하게 사라질 준비를 하고 있는 줄은 전혀 몰랐다. 철이 부식하면서 피워내는 것들을 조명한 작가의 시선이 놀랍다.

페인트를 칠한 벽면도 페인트가 벗겨지면서 내는 울퉁불퉁한 자국들, 나무판에 칠한 색이 바래지면서 나타나는 그림 같은 자국들은 소멸하면서 화려하게 꽃으로 살아난다.
시간꽃 전시장 모습

인간은 무한의 시간을 갖지 못해 유한한 시간 앞에서, 사라지는 것에 대해, 낡아가는 것에 대해, 늙어가는 것에 대해 비애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 조금만 생각을 전환하면, 무한을 산다는 것이 과연 아름다울까, 우리가 원하는 삶인가는 생각해 볼 일이다. 저마다의 존재들이 소멸의 시기를 맞는다. 낡고 하찮은 존재들, 버려진 것들도 저마다의 꽃을 피워낸다. 우리가 그것을 주시하든 주시하지 않든 존재들은 아름다움의 빛을 품고 사라진다. 다만 그것을 보지 않을 뿐이고, 보는 눈이 없을 뿐이다.

박 작가는 사물을 바라보는 생각의 관점을 달리해서 우리가 보지 못하고 생각하지도 못한 것을 포착했다. 보고자 하는 이에게 열린 귀한 선물로 주어진 것이다.
박정화 작 '시간꽃'

'시간꽃'에 대하여 박정화 사진작가는 자신의 작업 노트에서 "나의 사진은 의문에서 시작한다. 오래된 것을 새롭게 볼 수 없을까? 오래된 것에서 새로운 생명이 발아할 수 없을까? '시간 꽃'은 길고 깊은 의문 끝에 얻은 답이었다. 낡은 철판에서 부식하는 녹을 통해 해답의 일단에 다가갔다"고 적고 있다.

박 작가는 '2000년 2월에 한 달간 인도 여행을 하며 FM2 카메라로 100통 넘는 필름을 소비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시간꽃' 사진 작업은 2021년부터 계속 해왔다. 시간꽃의 시간은 과거의 시간과 지나간 세월의 흔적을 꽃으로 피워냈으니 현재의 시간도 포함된다. 시간꽃 작업은 계속 이어서 할 계획이다. 지금과는 다른 소재를 찾아 오래되고 낡은, 소외된 것을 다시 새롭게 꽃으로 피워내고 싶다. 존재의 소멸이 생성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박 작가의 사진은 시간과 소멸, 그리고 새로운 아름다움과 그것의 경계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새로운 관점은 새로운 세계를 보게하며, 내면의 확장을 가져온다.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고루한 세계와 작별하게 하며 시간·사물을 다르게 볼 준비를 하게 한다. 약동의 세계로 안내한다.

박정화 프로필

옆을 보며 뒤를 보며 지나간 시간의 이면을 일관되게 사진에 담았다. 인도 한 달을 담은 <인도 기행>(2001년) 등 개인적 7회, 몽골 울란바토라전(展)(2024년) 등 단체전 8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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