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천지가 된 건설현장 이대로 둘 건가

오태영 기자 2025. 10. 26.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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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영 본부장

올해 3월 건설근로자공제회가 발표한 2024년 기준 외국인 건설근로자는 22만 5000명으로 전체 건설근로자의 14.7%에 달한다. 외국인 건설근로자 비율은 2021년 12.2%, 2022년 12.7%, 2023년 14.2% 등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2024년 외국인 건설근로자는 2020년 대비 33% 증가했다. 그러나 실제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체감 외국인 건설근로자는 이보다는 훨씬 많다. 50%가 넘는 곳도 많다고 한다. 외국인 건설근로자 없이는 건설현장이 돌아가지 않을 정도라는 것이다. 힘든 일이다 보니 내국인 근로자의 조달이 쉽지 않은 탓이다. 철근, 콘크리트, 형틀목공 등 핵심공정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주로 담당하고 있다. 인력의 대다수가 50~60대인데다 건설인력의 맥도 겨우 유지할 정도에 불과한 현실에서 외국인 건설근로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건설현장에서 오랫동안 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외국인 건설근로자 문제는 단순히 숫자의 크기에만 있지 않다. 우선 꼽을 수 있는 문제는 불법체류자들이다. 외국인 건설근로자의 84%가 조선족 중국인인데 이 중 절반이 건설업에서 단순노무직으로 일할 수 없는 비자를 갖고 있다. 외국인 건설근로자는 법적으로 허용된 체류자격을 가진 외국인만 건설업에 취업할 수 있는데 조선족 중국인들은 단순노무직에 일할 수 없는 F-4(재외동포) 비자를 갖고 들어와 일하고 있다. 엄연히 불법 근로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인력시장에 미치는 이들의 영향력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경우다. 커질 대로 커진 외국인 건설인력 시장을 중국인들을 대거 끌어모아 장악한 다음 인력수급을 왜곡한다는 것이다. 한국인들을 쓰면 인력을 공급하지 않겠다고 위협을 가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심지어 공식 노임단가보다 싸게 조달한 인력으로 자금력을 키워 건설사에 지분투자한 다음 노골적으로 인력수급에 개입하기도 한다고 한다. 시장경제에서 한쪽에의 의존도가 높으면 문제가 생기는 것을 우리는 익숙히 보아왔다. 인력시장이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다.

우리나라에 진출한 건설인력의 국적별 분포를 보면 베트남(2.2%), 한국계 러시아인(1.7%), 우즈베키스탄(1.6%) 순이다. 이들 국가는 물론이고 한국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국민들이 많은 국가와 협조해 인력 양성 및 공급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코리안 드림의 실현, 건설 재해예방에도 좋은 일이다. 인력수급의 균형을 시급히 찾아야 할 때다.

이런 와중에 우려스러운 일까지 생겼다. 정부가 한시적이긴 하지만 중국 관광객 무비자 정책을 도입한 것이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밀려드는 중국인들로 이런저런 몸살과 갈등을 빚고 있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는 역대급 외국인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이런데도 내국인은 물론 중국 관광객들로 붐벼 터진 관광지에서 다른 외국 관광객이 느낄 불편을 감수하고서 무리하게 관광객 유치 욕심을 낼 필요가 있을까. 안 해도 될 일을 벌여 괜히 반중정서만 키울 우려도 없지 않다. 더구나 그 규모가 문제 될 뿐 취업을 노린 위장 관광객이 없을 수도 없다.

건설현장에서 오랫동안 일한 한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중국 건설근로자 문제는 건설현장의 오랜 문제다. 그런데 문제의식을 가지고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사람들이 인식 자체를 못한다. 이대로 가면 건설현장은 중국 천지가 된다. 알아도 어쩔 도리가 없어 포기 상태다."

우리나라의 건설현장이 중국인 나아가 중국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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