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요. 여기는 노인의 천국입니다" [삶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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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우리 가게에서 제일 인기 있는 품목이에요. 지역 특산물인 찹쌀에 밤을 넣어서 만든 떡인데,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해서 여행 선물로 그만이지요."
이곳에서도 가게를 지키는 이는 노인이었다.
더불어 일본 지자체 중 노동자 세대 실수입이 가장 높고, 노인 빈곤율은 가장 낮다는 그 지역 사람들의 실제 삶을 살짝이라도 엿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결례가 되지는 않을까 망설여졌지만, 찹쌀떡도 왕창 사준 인연이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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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우리 가게에서 제일 인기 있는 품목이에요. 지역 특산물인 찹쌀에 밤을 넣어서 만든 떡인데,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해서 여행 선물로 그만이지요."
이곳에서도 가게를 지키는 이는 노인이었다. 여행 이틀째. 인적 드문 산중 온천호텔에 짐을 푼 후 1층 토산품 가게에 들어갔을 때였다. 한눈에도 칠순이 넘어 보이는 할머니 점원이 말을 걸어왔다. 조심스럽되 교양과 자부심이 깃든 말투였다. 찹쌀떡 열두 개가 들어 있는 한 통을 사서 바로 개봉했다. 오우! 곱게 갈아 쪄낸 찹쌀 반죽에 잘 영근 밤 소를 넣어 만든 맛이 일품이었다. 말캉한 떡을 입에 넣은 일행 사이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와, 이거 걸작이네." 이번 여행의 주도자인 큰언니가 장바구니를 들고 나타나 열 개를 쓸어 담았다. 그 모양을 바라보는 할머니 점원의 얼굴에 흐뭇한 웃음이 번졌다.
큰 형부의 칠순을 맞아 떠난 가족 여행에 비서 역할을 자처하며 동행한 건 말로만 듣던 그 동네를 직접 보고 싶어서였다. 일본 중부 산악지대. 해발 3,000m 넘는 다테야마(立山)와 호타카다케(穂高岳)가 우뚝 솟은 그곳 고원을 언젠가 한 번은 두 발로 걷고 싶었다. 더불어 일본 지자체 중 노동자 세대 실수입이 가장 높고, 노인 빈곤율은 가장 낮다는 그 지역 사람들의 실제 삶을 살짝이라도 엿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공항을 빠져나와 알펜루트 출발점으로 가는 여러 시간 동안 시야를 채운 건 산과 들과 냇물이었다. 겹겹이 이어진 산과 그 산의 협곡에서 흘러 내려온 물이 만들어낸 드넓은 하천, 냇가에 조성된 논밭과 집 몇 채, 그리고 더 높은 산들… 조용하고 느리게 흐르는 풍경 속에서 만난 이들은 하나같이 노인이었다. 점심을 먹기 위해 잠시 들른 식당에서 일하던 직원들도, 국도변 휴게소 가게의 계산대를 지키는 이도 죄다 어르신들이었다. 이튿날 다테야마 트레킹을 할 때도 그랬다. 교통편에 맞춰 설치된 알펜루트 각 정차역에서 검표하고 안내하는 이들도 50대 이상 장년들이었다. 자연스러운 모습이되 다른 한편으로 의구심도 들었다. 젊은이들은 죄다 어디로 숨어버린 걸까?
결례가 되지는 않을까 망설여졌지만, 찹쌀떡도 왕창 사준 인연이잖은가. 젊은이들이 안 보인다는 내 말에 할머니 점원이 빙긋 웃으며 받았다. 이곳은 호기심 넘치는 청춘들이 머물기에는 밋밋하고 재미없는 마을이라고. 두 손주는 도쿄와 오사카에서 공부하고, 함께 사는 아들 며느리는 현청 소재지인 도시로 출퇴근하는 공무원이라고 말하던 그가 실은 자기도 50대 중반까지 오사카의 한 호텔에서 일하다 고향으로 유턴했다고 고백했다.
선순환의 비밀 한 꺼풀을 들춰본 기분이었다. 참 괜찮은 삶의 방식이라고 대답하려는 찰나, 그이가 천천히 덧붙였다. "젊어서는 돈도 일도 많은 큰물에 가서 경험을 쌓아야 해요. 나이든 우리의 소임은 훗날에 그들이 안전하게 귀향하도록 이 좋은 땅을 잘 지키고 가꾸는 것이고요."

지평님 황소자리 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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