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입 우리말]경위와 진상 규명
누구나 일을 하다 보면 실수할 때가 있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원인을 살펴봐야 한다. 단순한 문제라면 금방 바로잡고 넘어가겠지만, 종종 업무에 큰 지장을 주는 실수나 잘못이라면 ‘경위서’라는 걸 쓰기도 한다.
‘경위’는 날줄(세로실)과 씨줄(가로줄)을 이르는 말이다. 날줄과 씨줄이 얽혀 옷감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어떤 일이 진행된 과정을 뜻한다. 경위서는 사건의 발생 원인, 과정, 결과를 비롯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보고하는 문서다. ‘시말서’도 있다. ‘시말’은 처음과 끝이란 뜻이니, 시말서 역시 어떤 일이 벌어진 처음부터 끝까지 그 경위를 적는 것이다. 둘 다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주려는 것인데, 시말서는 일본식 한자어이므로 ‘경위서’로 바꿔 쓰자.
실수를 곱씹는 것은 학교를 다닐 때도 했다. 틀린 문제를 오답노트로 정리하는 것이다. 수학이라면 공식을 확인하고 풀이 과정을 다시 보며 어디가 잘못됐는지 점검한다. 비슷한 문제를 또 틀리지 않기 위해서다.
29일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3년이 되는 날이다. 새벽녘까지 관련 소식을 공유하며 걱정하던 그날이 떠오른다. 대형 사회적 재난이 발생하면 빠른 수습과 함께 철저한 진상 규명이 중요하다. ‘진상’은 ‘사물이나 현상의 거짓 없는 모습이나 내용’이고, ‘규명’은 ‘어떤 사실을 자세히 따져 바로 밝힌다’는 뜻이다. 즉 진상 규명은 사태가 일어나 진행된 경위를 거짓 없이 상세히 밝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맡은 바를 다하지 않은 이들에게 책임을 묻고,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대응 체계와 제도 등을 손보는 것까지 나아간다.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애쓰는데 하물며 생명이 달린 안전 문제라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지난 주말 동네 전통시장에선 이른 핼러윈 행사가 열려 북새통을 이뤘다. 이번주에도 핼러윈뿐 아니라 늦가을을 만끽하는 축제가 여기저기서 계속된다. 누구나 안전하게 축제의 즐거움을 맘껏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이지순 교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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