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관리-활용 통합 못 하면…또 ‘반쪽짜리’ 복원 되풀이
# 과거 25년 ‘빛과 그림자’
- 2000년 수립 첫 하구 환경계획
- 최장기간 모니터링 등 성과에도
- 따로따로 급조된 대체 서식지
- 제기능 상실하며 한계 드러내
# 새 10년 담아낼 ‘청사진’
- 2036년까지 적용할 새 계획
- 기획 단계부터 사후 관리까지
- 이해관계 조율·생태가치 유지
- 통째 책임질 컨트롤 타워 절실
국제신문 창간 78주년 기획 ‘낙동강 하구 0.9℃의 경고’가 부산시 환경관리기본계획에 반영된다. 이 계획은 시가 국가유산(천연기념물) 보호구역인 낙동강 하구 일원 철새 도래지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수립한다. 기후 위기에 따른 생태계 변화, 즉 ‘낙동강 하구가 보내는 경고’를 듣겠다는 뜻이다.

이번 계획에는 2036년까지 최소 10년에 걸쳐 활용할 관리 방안이 담긴다. 따라서 그동안 조성-관리-활용이 ‘따로따로’였던 비효율적 관행에서 벗어나, 계획을 일원화해서 추진할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 신중해야 할 ‘10년 청사진’

부산시는 지난해 11월부터 내년 5월까지 14억7500만 원을 들여 ‘낙동강 하구 일원 환경관리계획’을 수립한다고 26일 밝혔다. 이는 국가유산청이 지난해 대저·엄궁·장낙대교 건설을 위한 국가유산 현상변경을 승인할 때 조건부로 내건 계획이다. 맥도·삼락·대저 생태공원 내 새롭게 조성하는 대체 서식지 6곳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일이 핵심 과제다. 애써 만든 대체 서식지에 철새가 찾지 않는 실패 사례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시는 2000년 첫 계획을 토대로 25년 만에 환경관리계획을 다시 마련한다. 우선 그동안 최초 계획에 맞춰 이뤄진 생태 복원 성과와 한계를 분석한다. 이어 현재 낙동강 하구 서식지를 모니터링해 기후변화와 도시 개발 등 새로운 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 방안을 찾는다. 이 과정에서 난개발과 행정력 낭비를 막기 위한 관리 체계를 구축한다.
여기에 더해 원래 과업 내용에는 없던 낙동강 하구 일원 기온 상승과 생물 서식 행태 변화도 연구한다. 시 관계자는 “국제신문 기획 기사를 계기로 하구 일원 기온 상승의 심각성을 파악했다”며 “2023년 겨울 철새 ‘집단 지각’ 현상 등 생태계 변화도 간과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계획에 반영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 ‘25년간 실패 사례’ 극복을

시는 을숙도와 생태공원 일원 복원 기틀을 마련한 점을 초기 계획의 성과로 꼽았다. 2003년부터 진행하는 ‘낙동강 하구 생태계 모니터링 조사’는 초기 계획에 따라 이뤄진 지자체 최초·최장기간 비법정 조사다. 방대한 데이터가 쌓인 만큼 활용 가치가 높다. 또 2000년 수립한 초기 계획을 통해 을숙도 생태 복원 사업이 추진되고, 낙동강하구에코센터가 들어서는 등 적잖은 열매를 맺었다.
그러나 25년이 흐른 지금까지 뚜렷한 한계도 보였다. 특히 단편적 대체 서식지 선정과 관리는 끊임없이 문제가 됐다. 신호리 인공 철새 도래지(1995년)와 대마등 철새 도래지(1994년), 을숙도 인공 철새 도래지(1997년)를 비롯해 하구 생태공원 내 인공 습지와 먹이터가 도시 개발 여파로 그때그때 급하게 만들어졌다. 조성 이후에는 명확한 기능 분담이 없었고, 산책로나 체육시설이 인접해 철새 서식지 기능을 잃는 사례가 발생했다.
시는 새로 조성할 대체 서식지는 각 권역 우점종과 주요 종을 파악해 역할과 기능을 구분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GPS를 기반으로 한 철새 서식지 평가를 시행한다. 생태계 모니터링 등 기존 조사는 사람이 육안으로 관찰해 기록하는 방식이어서, 철새의 시간대별 이동 경로와 서식지별 행동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낙동강하구에코센터 이원호 박사는 “철새는 한자리에 머물지 않고 낙동강 하구 전체를 먹이터와 휴식처, 수면지로 사용한다”며 “철새 이동 패턴에 맞게 기능을 복원·강화하는 방향으로 서식지를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컨트롤 타워 반드시 있어야”
생태 전문가들은 2036년까지 적용할 낙동강 하구 일원 환경관리계획이 ‘반쪽짜리’에 그치지 않으려면 ‘컨트롤 타워’가 있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부서·기관 간 이견,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토지 이용 방향을 결정할 조직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지금도 협조 체계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1, 2년 순환 근무하는 공직 사회 특성상 최소 10년간 계획을 실현·추진할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컨트롤 타워 부재는 행정력·예산 낭비를 초래한다. 대표적 사례가 대저 생태공원 내 유채꽃밭이다. 시 A부서는 최근 대저 생태공원 내 빈 땅을 보고 ‘관광 먹거리’ 차원에서 유채꽃밭을 만들었다. 하지만 겨울 철새 도래 시기인 10월에 파종을 하니 철새가 날아와 유채꽃 씨앗을 먹이로 삼았다. 관리 부서로서는 철새 접근을 막지 않으면 유채꽃 개화 시기인 이른 봄에 꽃밭을 조성할 수 없고, 반대로 빛 반사 테이프로 막으면 겨울 철새의 먹이 활동을 교란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이처럼 계획을 잘 세우는 것은 물론 다양한 이해관계를 제대로 ‘교통정리’하는 것이 성공을 좌우한다. 부산대 생명과학과 주기재 명예교수는 “인공·대체 서식지를 만드는 일은 오히려 쉽다. 이후 애초 계획과 틀어졌을 때 원인을 분석하고 수정하는 데 막대한 노력이 든다”며 “과거처럼 조성과 관리, 사전·사후 조사를 따로따로 하면 안 된다. 생태적 가치에 따라 초기 단계부터 마무리까지 책임지고 관리할 주체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랙티브 페이지 ‘낙동강 하구 0.9℃의 경고’(little-tern.kookje.co.kr)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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