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중·일 연쇄 정상회담···이 대통령 외교력 시험대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중국·일본 정상 등과 잇따라 회담하는 ‘정상외교 슈퍼위크’가 26일 시작됐다. 최대 현안인 관세 협상이 논의될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11년 만에 방한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첫 회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와의 첫 회담까지 이 대통령의 외교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슈퍼위크는 이날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말레이시아에 도착하며 문을 열었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다자 외교 무대에 서는 건 지난 6월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지난달 미국 뉴욕 유엔총회에 이어 세 번째다.
이 대통령은 첫 일정으로 이날 동포들과 만찬 간담회를 하고, 27일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다. 온라인 스캠(사기) 범죄 대응 공조 방안을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같은 날 한-아세안 정상회의와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를 각각 한 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끝으로 귀국한다. 정부의 아세안 중시 기조를 재확인하고 아세안과 한·중·일의 다층적인 지역 협력을 견인하는 게 목표다.
수퍼위크 본 무대는 오는 31일~다음달 1일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다. APEC 정상회의가 2005년 부산에서 개최된 후 국내에서 다시 열리는 건 20년 만이다. 한·미·중·일 등 21개 회원국 정상 등이 한국을 찾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은 국빈 방문 형식으로 방한한다. 다카이치 총리도 취임 후 처음 한국을 방문한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KBS에 출연해 APEC 정상회의에 대해 “새 시대의 변화에 맞는 협력 모듈을 만들어내고 알리는 과정에서 우리의 지도적 역량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양자 협상을 잘해 국익을 최대한 도모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 첫 일정으로 오는 29일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개막식’에 특별연사로 나선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과 두번째 정상회담을 한다. 지난 8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첫 정상회담을 한 뒤 약 2개월 만이다.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한·미 관세 협상과 함께 3500억달러(약 500조원) 대미 투자 펀드 구성, 국방비 증액·원자력 협정 개정 등 안보 협상이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30일에는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와의 첫 정상회담이 조율 중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 중 처음으로 미국보다 일본을 먼저 방문해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와 세 차례 회담하는 등 한·일 관계 구축에 힘썼다. 강경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총리와도 이 같은 협력 관계를 이어갈지가 관건이다. 위 실장은 “(다카이치 총리가) 한·일 관계에 대해 각별한 관심과 중요도를 인식하고 계신다고 한다”며 “두 정상께서 첫 관계를 잘 수립하시면 한·일 간 파트너십을 발전시켜 나가는 데 지장이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같은 날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를 포함해 APEC 정상회의장에서 여러 참가국 정상과의 양자 회담을 할 계획이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미·중 정상회담도 예정돼 있다. 관세, 희토류·대두·반도체·소프트웨어 수출입 통제, 양안 문제 등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의 정상회담은 APEC 정상회의 후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위 실장은 “희토류 등 공급망과 관련한 여러 제약에 대해 한·중 간 협의할 공간이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다음 달 1일에는 시 주석과의 첫 한·중 정상회담을 한다. 시 주석의 방한은 2014년 이후 11년 만이다. 경제협력 확대, 양국 관계 정상화, 한반도 비핵화 등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위 실장은 한·중 정상회담에 대해 “미·중 대립이 심해지는 가운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안정을 위한 중국의 협력을 견인하고, 경제 등 실질적 협력의 영역에서 운신할 공간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다음달 2일에는 로렌스 윙 싱가포르 총리과 회담한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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