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이재명·트럼프 마지막 수싸움… 담판이냐 결렬이냐

안소현 2025. 10. 26.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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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0억달러 투자놓고 의견 팽팽
트럼프 “타결 가까워” 최후압박
정부 “공통문서 구성 못해” 신중
협상 무산땐 환율 등 타격 불보듯
말레이시아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차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6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로 출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후속협상 전망이 ‘임박’과 ‘난망’ 사이에서 널뛰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말로 APEC 이후를 염두에 둔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들이 (타결할) 준비가 된다면, 나는 준비됐다”며 마지막까지 압박을 늦추지 않고 있다. 실질적인 성과를 중요시하는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가 중대한 심판대에 섰다는 분석이다.

일단 우리 정부 관계자들은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협상 불발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6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안보 분야에서는 공통의 문구들이 양해돼 있지만 관세 분야는 아직 공통 문서까지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위 실장은 “(이재명) 대통령은 ‘경제적 합리성과 국익을 중심으로 치열하게 협상하라’는 강한 훈령을 주고 계시다”며 “그 훈령에 따라 마지막 조정을 위해 협상팀이 분투하고 있지만 이번 정상회담 계기에 타결될 수 있을지는 확신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지난 24일 한미 관세협상에 대해 “APEC 계기 타결을 기대한다면 갈 길이 멀다”며 신중론을 재확인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현재 (대미 투자에 있어) 어느 정도가 적절한 수준인가를 두고 한미 양국이 굉장히 대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은 잇따라 낙관적 메시지를 내고 있다. 관세협상이 늦어질수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도 정치적 무리가 올 수 있어 절충점을 찾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전용기(에어포스원) 내 브리핑에서 ‘이번 방문에서 한국과 관세협상을 마무리할 것으로 기대하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그들이 (타결할) 준비가 된다면, 나는 준비됐다”고 답했다. 전날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가 아시아 순방 관련 언론 전화 브리핑에서 “한국이 우리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조건들을 수용할 의사가 있는 대로 가능한 한 빨리하고 싶다”고 밝힌 데 이어 추가적으로 나온 반응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에는 재무·상무·국방 등 통상·안보 핵심 라인이 총출동했다. 한미정상회담은 29일 경주에서 열리지만, APEC 전후로 화상채널을 통한 세부내용 조정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것이다. 한미 양국은 좁혀지지 않는 이견 속에서도 최종적으로 협상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은 쟁점의 중심에는 3500억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의 현금 투자 비율과 납입(분납) 기간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요구해 온 ‘전액 선불’에서 미국이 일부 물러선 움직임이 보이지만 우리 정부는 외환·유동성 부담을 이유로 장기 분할을 고수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한국이 1년에 쓸 수 있는 금액은 최대 150억~200억달러 수준이라는 현실론을 밝힌 점을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2029년 1월) 이후까지 8~10년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국내에서는 한국이 매년 250억달러씩 8년간 총 2000억달러의 대미 투자를 하고 나머지 1500억달러는 신용 보증 등으로 돌리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관측도 최근 나왔다. 수익배분 구조와 투자처 선정에 대한 한국의 관여권 보장 역시 막판 줄다리기 포인트다.

7월 말 큰 틀의 합의 발표 직후 원·달러 환율은 안정세를 보였지만, 9월 이후 미국 측의 ‘선불’ 발언과 협상 난항 소식이 이어지며 환율은 1440원대까지 요동치며 금융위기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 기간 3500억달러의 펀드는 한화로 487조원 수준에서 504조원으로 불어났다. 빠른 결단이 필요한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다음날인 3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미중정상회담을 하는 것도 한미 관세 협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동맹국인 한국과 협상을 원만하게 타결짓는 모습을 보이면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과시할 수 있어서다.

우리 정부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시간에 쫓겨 졸속 협상 결과물을 내놓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 하지만 관세 협상 최종 타결이 결렬되며 경쟁국에 비해 높은 관세를 두들겨 맞는 것 또한 ‘국익’에 부합하지 않다는 점이 아킬레스건이다. 미국이 어느 수준에서 양보한다면 우리 정부도 이를 받아 최종 타결을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관세협상이 마무리 되면 자동차(상호관세 25→15%) 등 주력 수출의 불확실성 완화로 주가와 환율이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다. 반대로 후속협상이 지연·무산 시 환율 재불안, 수출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

협상이 타결돼도 완전한 끝은 아니다. 마무리 협상은 상호관세(25→15%)를 위한 필수 조건일 뿐, 미국의 품목별 관세(철강, 알루미늄, 반도체 등) 리스크는 별개로 남는다.

안소현·세종=강승구 기자

ashright@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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