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도시와 지방 격차 심각하다…미도달률 양극화 부른 고교학점제 [세상&]

김용재 2025. 10. 2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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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개인의 선택권을 존중하고 맞춤형 교육과정을 시행하겠다는 고교학점제가 역설적으로 양극화를 부르고 있다. 현장에서는 고교학점제의 완전한 개편이 이뤄지지 않으면 지역별 과목 개설 여건과 수업의 질 차이로 격차가 극심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고교학점제가 시행된 2025학년도 고등학교 1학년 1학기 전국 학점이수기준 미도달 미이수 비율.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실, 교육부 제공]

[헤럴드경제=김용재·안효정 기자] 고교학점제 ‘최소성취수준 보장지도’(이하 최성보)의 지역 간 미도달률·미이수율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에서 최성보와 관련한 개선안을 지난달 내놓았음에도 현장에서는 여전히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고교학점제 개선안의 핵심인 학업성취율·학업 성취 기준 등은 국가교육위원회에서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26일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실에 따르면 고등학교 1학년 1학기 시·도교육청별 학점이수기준(학업성취율 40% 이상·과목출석률 1학점당 수업량의 3분의2 이상) 미도달·미이수율 집계 결과 지역별 편차가 큰 것으로 파악됐다. 최성보 제도는 학점이수기준 미도달 학생 대상으로 운영된다.

미도달 비율이 가장 낮은 부산은 3.1%에 불과했으나 강원도는 15.3%에 달했다. 이외에도 수도권·광역시로 분류되는 지역의 미도달 비율은 ▷대전(4.0%) ▷서울(4.9%) ▷대구(5.2%) ▷광주(5.9%) ▷인천(6.9%) 등으로 낮은 것에 비해 ▷충남(12.8%) ▷경북(11.3%) ▷전북(10.9%) ▷충북(8.9%) 등 지방권은 상대적으로 높았다.

미이수 비율 역시 도시와 지방 간의 편차를 보였다. 부산은 0.2%, 서울은 0.4%에 그쳤으나 강원도와 제주는 각각 1.1%, 1.0%인 것으로 조사됐다. 개인 맞춤형 수업을 진행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고교학점제가 오히려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에서 미도달·미이수 비율 학생을 늘려 지역 간 격차를 확대한다는 게 입증된 셈이다.

서울 당곡고등학교에서 한 학생이 고교학점제 수업으로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프로그램’을 듣고 있다. 김용재 기자
“학교에서 미이수 나오는 학생 없도록 참여만 하면 점수 후하게 줘”

학교 현장에선 학생과 교사 모두 최성보 제도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경북 지역 학교에 다니는 박찬영(17) 군은 “최성보 제도에 대해서 학생들 대부분 잘 인지하고 있고 100명 중 2명 정도 미이수 당했다”며 “학교에서 미이수 나오는 학생이 최대한 없게 하려고 참여만 하면 점수를 후하게 준다”고 지적했다.

애초 최성보는 성적 하위권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예방·보충지도 차원에서 도입됐으나 최성보가 학점이수기준과 연계되면서 미이수자를 줄이기 위해 교사들은 수행평가 비중을 과도하게 높이고 난이도가 낮은 시험 문제를 출제하는 등 최성보의 취지와 다르게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방권 교사 A씨 역시 “학교를 안 나오려고 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이런 학생들에게 최성보 제도를 적용시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출석에 관심 없는 학생들에 대한 보완점도 필요하다고 본다. 학생들이 학교를 잘 나올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수도권 교사 B씨는 “최성보에 걸려있는 학생들은 아프거나 학교를 안 나오는 경우가 많다. 연락도 안받는 학생들을 우리 보고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면서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서 1학년 수업이 참여만 해도 만점을 주는 수행평가 위주로 돌아갈 수밖에 없게 됐다”고 꼬집었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고교학점제 폐지 촉구 양육자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
교원단체 “최성보 제도, 지역 간 편차 부르고 형식적…폐지해야”

교원단체는 지역 간 편차를 부르고 형식적인 절차일 뿐인 최성보 폐지를 요구했다. 교원단체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최성보 폐지 없이는 제대로 된 고교학점제를 진행할 수가 없다”면서 “지금의 최성보 제도는 형식적인 보충 지도에 불과하고 이탈 학생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교원3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지난달 25일 입장문을 통해 “학업성취율 기준은 과목을 나눌 성질이 아니며 평가 왜곡과 형식적 보충 지도의 부작용을 고려하면 전면 폐지가 불가피하다”며 이수·미이수제 폐지·선택과목 평가 방식 전환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정성국 의원은 “학점 미이수 방지를 위해 도입된 최소성취수준 보장제도가 교사들의 업무 부담을 늘리고 지역 간 교육격차를 불러일으키는 등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음이 파악됐다”며 “교육부는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보다 면밀히 파악해서 교육의 질을 담보하고 학생이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며 배움의 의미를 찾아나갈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교육부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최성보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선 국교위와의 선제적 협의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앞서 교육부는 ▷공통과목은 현행 유지하되 선택과목에 대해 출석률만 적용하는 방안(제1안)과 ▷공통·선택과목 모두 출석률만 적용하고 학업성취율은 추후 적용하는 방안(제2안)을 국교위에 제시한 바 있다. 제2안은 학업성취 수준이 일정 기준(40%)에 미달한 학생을 대상으로 보충지도를 하는 최성보를 사실상 폐지하자는 것이다.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이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교육위원회 제6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국교위로 넘어간 고교학점제 개선안…이르면 12월 확정

국교위는 지난 23일 이수·미이수제와 최성보 폐지 등에 대한 첫 논의를 시작했으나 각 위원별 입장차만 확인한 채 회의를 종료했다. 국교위원인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은 “1학년의 최성보를 그대로 유지하되 2∼3학년 선택 과목에서는 점차 확대해가는 쪽으로 가자는 게 주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제시한 제1안을 지지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반면 한국교총 추천 인사인 손덕제 국교위원은 최성보 폐지안 입장을 표했다. 손 위원은 “선생님들이 (최성보) 지도를 하기 싫어서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해보니까 효과가 없어서 안 하겠다는 것”이라며 “학생이 받는 낙인 효과와 교사의 자존감 하락, 무력감 등의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폈다.

국교위는 고교학점제 개편안과 관련해 전문위 논의 등을 거쳐 계획안과 개정안 심의·의결을 차례로 할 예정이다. 개편안은 2026학년도 1학기부터 적용되므로 이르면 12월, 늦어도 내년 1월까진 논의를 마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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