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구하려고 하는 이청용, 골로 말하다

김세훈 기자 2025. 10. 2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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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용이 26일 대구전에서 동점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포옹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전임 감독을 저격하는 듯한 ‘골프 세리머니’로 인해 적잖은 비판을 받은 이청용(울산 HD)이 입이 아니라 골로 말했다. 패배 위기에 몰린 팀을 구한 인저리 타임 극장골이었다.

이청용은 26일 울산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1부리그 34라운드 대구FC전에서 후반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다. 이 골 덕분에 울산은 패배 문턱에서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리며 귀한 승점 1을 보탰다. 파이널 B로 밀려 1차전을 치른 울산은 승점 41(10승11무13패)을 기록, 리그 9위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8위 FC안양(승점 42)을 승점 1차로 추격한 게 소득이었다.

이청용은 하프타임 교체투입됐다. 예상보다 이른 투입이었다. 전반 종료 직전 대구 김주공에게 선취골을 내준 울산의 승부수였던 셈이다.

이청용은 미드필드에서 열심히 뛰었다. 동료가 잘할 때는 칭찬하는 박수도 보냈고 실수할 때는 기운을 북돋는 손뼉도 쳤다. 이청용은 볼을 이어주고 템포를 조절하는 플레이에 집중했다. 울산은 후반 초중반까지 소나기 슈팅을 때렸다. 허율, 루빅손, 정승현, 라마스, 엄원상 등이 때린 슈팅은 골문을 조금씩 외면했다.

인저리 타임 5분. 거의 막판에 됐을 무렵. 대구 서포터스는 승리를 예감하는 노래를 불러제꼈다. 반면 홈팀 울산 서포터스의 응원 소리는 많이 약해졌다. 이 때 이청용이 일을 냈다. 중앙에서 날아온 공중볼이 장신 공격수 허율을 향해왔다. 허율은 머리로 공을 살짝 옆으로 뒤로 돌렸고 이를 엄원상이 컨트롤하면서 골문 옆을 파고드는 이청용에 패스했다. 이어진 이청용의 강력한 슈팅이 골이 됐다. 이날 처음으로 때린 슈팅은 대구 골망을 찢을 정도로 강력하게 골문에 꽂혔다. 축포가 터졌지만 이청용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대신 동료들과 센터서클로 빨리 달려가면서 잠시 포효한 게 전부였다. 경기는 1-1로 끝. 경기 후 이청용은 다소 힘에 겨운 듯 여러차례 깊은 숨을 몰아쉬었다. 쓸쓸하게 홀로 숨을 고르며 걷는 장면은 경기장 전광판에 그대로 중계됐다. 이청용은 1988년생으로 37세다.

이청용은 경기 전 인터뷰를 당분간 삼가겠다는 뜻을 구단으로 통해 전달했지만 동점골을 넣으며 게임 MVP에 선정되자 인터뷰에 임했다. 구단은 최근 골프 세리머니로 인한 여파를 고려해 취재진에게 “오늘 경기에 대한 인터뷰만 진행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이청용은 “계속 기다린 골이었다”며 “정말 골이 너무 간절했다”고 말했다. 골을 넣은 뒤 기쁨 표정이 별로 없었다는 말에 대해서 이청용은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역전골을 넣을 찬스가 또 올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다”며 “다음 플레이를 빨리 준비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이청용은 “모든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따낸 승점 1”이라며 “앞으로 남은 경기도 쉽지 않겠지만 침착하고 차분하게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노상래 울산 감독 대행은 “마지막 극적으로 골을 넣어줘 고맙게 생각한다”며 “이청용은 본인의 역할을 잘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감독 대행은 “찬스 많았지만 살리지 못했다”며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뛰어줬다. 이기지 못했지만 팀을 끌고 갈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꼴찌 대구는 4경기 연속 무패행진(1승 3무)을 달렸지만 11위 제주와 승점이 7차가 됐다. 대구 김병수 감독은 “주도권은 내줬지만 잘한 경기였다”며 “이길 수 있었는데 집중력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해할 수 없는 패배”라고 이야기했고 취재진이 추가 설명을 요청하자 “말 그대로다. 이겼어야 한 경기였다”고만 답했다.

울산 |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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