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면 이 음식 꼭 먹을거야"…어? 불고기·비빔밥 아니네

신익수 기자(soo@mk.co.kr) 2025. 10. 2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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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한국관광공사 '트렌드 트립'
K팝·K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일상 속 음식이 '최애' 떠올라
편의점서 간식 털기 유행하고
'케데헌' 나온 라면·김밥 불티
국수·만두 판매 1년새 55%↑
'감자탕 맛집'에도 외국인 몰려
맥도날드 '불고기 버거'처럼
한국식 재해석한 메뉴도 인기
동남아시아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 커플이 '편의점 라면'을 만들면서 즐거워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천지개벽'.

요즘 대한민국을 찾는 외국인들의 소비 패턴을 한마디로 표현한 단어다. 쇼핑? 아니다. 핫플레이스 방문? 아니다. 요즘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가장 하고 싶어하는 워너비는 놀랍게도 '맛집 투어'다. 그들에게 K미식의 의미도 특별하다. 단순한 한 끼가 아니다. 한국을 이해하는 언어이자 문화와 일상을 경험하는 새로운 창구가 되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이 한국관광공사와 공동 기획으로 진행하는 '트렌드 트립' 이번 편은 확 바뀐 K미식 지도 편이다. 한국관광 데이터랩의 2018년부터 2025년 7월까지 외국인 카드 소비 건수 데이터 분석을 통해 그들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K미식 지도를 따라가본다.

한 외국인 관광객이 길거리 음식을 건네받고 있는 모습. 한국관광공사

전통식 지고, 일상 K푸드 뜨고

이거 놀랍다. 전통 한식도 아니다. 2025년판 외국인들의 K미식 최애 음식이 놀랍게도 일상 먹거리다.

우리는 알고 있다. 외국인들이 어설프게 '풀고기(불고기), 킴치'를 연발하며 홀렸던 김치·불고기·비빔밥 같은 과거 전통 메뉴의 인기를. 하지만 2025년 요즘은 차원이 달라지고 있다.

드라마 속 회식 장면뿐 아니라 '아이돌'이 즐겨 먹는 간식 같은 'K일상식'에 더 열광하고 있다. 라면, 김밥, 길거리 간식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미디어 콘텐츠를 통해 확산되면서 K푸드의 최애 리스트도 지각변동 중이다. 외국인들의 선호 스펙트럼은 한국인들의 일상 그 자체다. 더 이상 '전통' 음식이나 '특별한' 음식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 같은 변화는 데이터에서도 확인된다. 2018~2024년 카드 결제 데이터에서 연평균 성장률(CAGR)이 가장 높았던 품목은 아이스크림(35.0%), 편의점 음식(34.0%), 와플·크로플(25.5%) 순이다. 특히 편의점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2023년부터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지며 전년 대비 2024년 성장률이 79.2%에 달하고 있다.

소셜 분석 결과도 마찬가지 흐름이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관련된 인스타그램 게시글을 분석하면 전체 단어 중 22.9%가 'K푸드'와 연관된 것 들이다. 주요 키워드는 더 흥미롭다. 라면(19.8%)이 부동의 1위. 이어 과자(7.5%), 김밥(6.6%), 호떡·핫도그 같은 길거리 음식(6.4%)이다. 외국인의 관심이 전통 한식에서 '일상 속 K푸드'로 이동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글로벌 메뉴, K변주로 재탄생

글로벌 메뉴도 우리 땅에선 '한국식'으로 둔갑한다. 'K물'이 들고 있는 셈이다.

외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메뉴 3인방부터 알려드린다. 햄버거, 베이커리, 카페 순이다. 소비 데이터에서도 카페(890만건·증가율 29.5%), 베이커리(300만건·36.2%), 햄버거(230만건·38.2%)가 결제 건수에서 상위권을 싹쓸이하고 있다. 2025년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 면에서도 상위권이다.

조금 더 현미경을 들이대고,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특징도 발견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한정판, 협업 제품, 지역 토핑 등 '한국식 변주'가 새로운 경험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햄버거의 경우 상위 10개 브랜드 중 6개가 롯데리아, 맘스터치 등 국내 프랜차이즈다. 주목할 점은 글로벌 브랜드도 한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전용 메뉴와 매장을 선보이며 외국인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맥도날드의 불고기 버거처럼 '한국 한정판 메뉴'는 외국인에겐 먹거리 리스트 원톱에 오른다. 심지어 미국에서 탄생한 스타벅스는 여수·제주 전용 메뉴나 한옥 콘셉트 매장처럼 '로컬화 전략'으로 차별화를 꾀하면서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런던베이글뮤지엄, 카페 어니언 등 국내 카페는 감각적인 공간 디자인과 브랜딩으로 주목받으며 31.5%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K카페 자체가 하나의 관광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쇼핑을 넘어 미식 체험 공간이 된 편의점

숫제 '발에 치이는 게' 편의점이다. 한국인들에겐 전혀 새로울 게 없다. 그런데 외국인들에겐 다르다. 이 일상성이 곧 '현지인의 하루를 맛볼 수 있는 미식 체험'으로 탈바꿈한다.

소셜 분석(2023년~2025년 7월) 결과, 관련 게시물 중 40.1%가 음식과 연결돼 있는데, 그 가운데 핵심 키워드는 라면(14.1%), 커피(10.5%), 과자(7.0%) 순이다. 말하자면 외국인 관광객들에겐 편의점이 단순히 생필품을 사는 공간일 뿐 아니라 라면부터 간식까지 '맛집' 역할도 톡톡히 해내는 '여행 메뉴판'으로 인식되는 셈이다.

실제로 2025년 1~7월 카드 결제 건수는 약 1300만건으로 K푸드 업종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편의점의 또 다른 매력은 빠른 트렌드 반영이다. CU가 2025년 6월 출시한 신제품 스무디는 곧바로 외국인들의 인스타그램 피드에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바나나우유와 커피를 섞은 'bananamilkcoffee' 같은 창의적 조합은 '해시태그'로 확산되며 잇템으로 떠올랐다. 외국인들이 직접 새로운 레시피를 만들고 공유하면서 편의점은 소비 공간을 넘어 놀이와 창작의 무대로 확장되고 있다.

일상 한 끼도 특별한 맛으로

한국인들에겐 늘 먹는 일상 속 한끼도 외국인들에겐 특별한 K메뉴가 된다. 2025년 7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높은 성장률을 보인 메뉴는 국수·만두(55.2%)와 감자탕(44.0%) 쌍포다. 한국인에게는 흔한 일상 음식이지만, 외국인에게는 특별한 한 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중국·일본·호주 등 다양한 국가의 소비량 측정에서 국수·만두 소비 상위권에 올라 있다. 감자탕은 특히 대만인(159%), 홍콩인(119%) 관광객들 사이에서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인기가 높다.

특히 성수동이 핫플레이스로 뜨면서 한국인들에게도 감자탕 성지로 소문난 성수동의 '소문난 감자탕'은 외국인들의 주요 방문지로 떠올랐다. 단체관광 선호 비중이 제일 높은 대만(40.3%)의 경우 여러 명이 함께 대규모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감자탕·전골류 소비가 특히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일상 한 끼뿐만이 아니다. 후식까지 한국식에 빠지고 있다. 떡·한과(76.9%) 소비가 급성장했는데, 이는 전통 간식의 현대적 재해석과 소셜미디어 확산이 맞물린 결과다. 특히 해외 SNS에서 유행한 '꿀떡 시리얼'은 '좋아요'를 30만건 이상 기록하며 국내 기업(GS25 등)의 신제품 출시로 이어지기도 했다.

김성은 한국관광공사 관광데이터실 실장은 "데이터를 활용해 변화하는 관광 소비 패턴을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업계와 지방자치단체가 활용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해 관광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신익수 여행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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