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건희 특검 검사, 검찰 수사 때 도이치 핵심 인물과 술자리

정준기 2025. 10. 26.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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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술자리 논란 한 달 집중취재]
검찰 도이치 부서 배치된 상태에서 모임
이후 공소유지·재기수사·특검 수사 주도
"수사 대상인지 몰랐고 돈도 냈다" 주장
'봐주기' 없었다지만 부적절 논란 불가피
"보고했어야 할 사안인데 최근까지 함구"
"수사 계속 어려워 복귀" 대검 감찰 착수
김건희 특별검사팀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을 수사한 한문혁(아랫줄 가운데) 부장검사가 2021년 여름 서울 소재 지인의 자택에서 이종호(윗줄 왼쪽)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등과 술자리를 갖고 있다. 한국일보 입수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들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이끈 한문혁 부장검사가 4년 전 도이치모터스 사건 핵심 인물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와 술자리를 가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한 부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에 배치돼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검토 중이었다. 한 부장검사는 "우연히 같은 자리에 참석한 것이고 사건 관련 인물이라는 점도 몰랐다"고 해명하지만,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검팀은 최근 이 같은 제보를 받아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도이치 수사팀 배치 직후… 의사 지인이 자리 마련

2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건희 특검에 파견돼 도이치모터스 사건 등 각종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이끄는 한 부장검사는 2021년 서울 소재 식당과 지인의 자택에서 이 전 대표 등과 술자리를 가졌다. 한국일보는 한 달 동안 술자리 참석자들 및 그 주변 인물들, 도이치모터스 수사팀 관계자 등의 증언을 수집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다. 당시 술자리에서 이 전 대표와 한 부장검사 등이 함께 찍은 사진도 입수했다.

술자리 시점은 2021년 7월 말에서 8월 초 사이 토요일로 추정된다. 일부 참석자의 택시 결제 내역 등에 따르면 8월 7일이 가장 유력한 날짜다. 당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 유행하던 시기다. 한 부장검사는 7월 초 도이치모터스 사건 등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 부부장검사로 배치된 뒤 얼마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술자리에 참석했다.

본보가 확보한 사진 속 인물은 한 부장검사와 이종호 전 대표, 의사 최모씨, 지방 정치권 관계자 B씨, B씨의 지인 등 5명이다. 이 밖에 사진 촬영자이기도 한 연예인 준비생 등도 술자리에 있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기억했다. 장소는 최씨의 서울 성동구 자택이다.

당시 모임의 중심인물은 최씨였다. 한 부장검사가 당일 오후에 평소 알고 지내던 최씨에게 연락해 식사를 하자고 제안하자, 최씨가 지인들을 순차적으로 불렀다는 것이다. 처음엔 최씨 자택 인근 식당에서 최씨와 한 부장검사, 이 전 대표와 최씨의 다른 지인 C씨가 식사를 했고, 이후 최씨 자택으로 옮겨 술자리를 이어갔다. 한 부장검사와 이 전 대표 등은 최씨라는 연결고리만 있을 뿐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고 한다.


값 지불 누가? 수사 대상 알았나? 엇갈린 증언

술을 곁들인 식사비를 누가 지불했는지에 대해선 증언이 엇갈린다. 한 부장검사와 최씨는 '최씨가 계산을 하려 했고, 이에 한 부장검사가 현금으로 10만 원을 최씨에게 건넸다'는 입장이다. 한 부장검사는 "외부인(이 전 대표)도 있고 해서 혹시 모르니 제가 먹은 것보다 조금 더 줬던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종호 전 대표는 자신이 계산했으며 30만 원 안팎의 식비가 나온 것으로 기억했다. 한 부장검사가 최씨에게 현금을 건넸다는 주장에 대해선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2차 자리에선 최씨 자택에 있는 주류를 마셨다고 한다.

한 부장검사와 이 전 대표가 술자리 당일 서로를 어떻게 인식했는지에 대해서도 양측 주장이 다르다. 이 전 대표는 최씨가 누군가를 소개해 주겠다며 연락이 와서 자리에 나갔다는 입장이다. 이후 식당에서 한 부장검사를 만나 자신의 이름을 말하자 한 부장검사가 "블랙펄인베스트?"라고 물었고, 그렇다고 답하자 한 부장검사가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최씨가 '(이 전 대표는) 친한 형님이고 (한 부장검사는) 친한 동생'이라며 얘기해서 자리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반면 한 부장검사와 최씨는 '이 전 대표가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당시 전혀 몰랐다'고 주장한다. 한 부장검사는 이 전 대표와 서로 명함을 주고받지 않았으며, 이 전 대표의 소속에 대해서도 제대로 듣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한 부장검사는 당시엔 이 전 대표가 도이치모터스 수사 과정에서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고, 이 전 대표에 대해 검찰 수사팀이 2021년 10월 초 구속영장을 청구할 즈음에야 이 전 대표 얼굴을 보고 눈치챘다고 주장한다.

당시 검찰 수사팀 관계자는 "2021년 7, 8월에는 1·2차 주가조작 '주포'가 핵심 수사 대상이었고, 이 전 대표 연루 정황이 드러난 것은 9월 압수수색 이후"라고 말했다. 다만 한 부장검사가 블랙펄인베스트 자체는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한국거래소 이상거래 심리분석 자료에도 블랙펄인베스트가 등장하고, 블랙펄인베스트 이사 민모씨의 조서 등은 기존 수사팀 자료 중에서도 비중이 컸기 때문이다. 한 부장검사 역시 이 시기 도이치모터스 자료를 검토 중이었다.


위법 단정 어렵지만… 수사 참여 적절성 논란 불가피

술자리가 위법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등이 접대를 받은 것만으로 형사처벌을 받으려면 그 금액이 1회 100만 원을 넘거나 매 회계연도에 300만 원을 넘어야 한다. 뇌물 등 다른 혐의를 적용하려고 해도 해당 접대가 한 부장검사 직무와 관련해 대가 관계가 있어야 한다. 한 부장검사와 이 전 대표는 당시 자리에서 수사 관련 대화가 오가지 않았고, 자리 이후에도 상호 접촉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한 부장검사가 이 전 대표 등에게 수사 편의를 봐줬다고 단정할 증거도 현재로선 없다. 한 부장검사는 2021년 당시엔 부서 내에서 도이치모터스보다 코바나컨텐츠 사건 등 다른 수사를 주로 맡았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에도 일부 관여했지만, 1차 주가조작 주포 이모씨의 별개 횡령 사건 등을 주로 수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장검사는 재판 때부터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으며, 이 과정에서 윤석열 정권에 밉보여 정권 내내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는 게 대다수 검찰 구성원들의 얘기다. 한 부장검사는 지난해엔 서울고검 도이치모터스 재기수사팀에 참여했다. 당시 수사팀은 김건희 여사 연루 정황을 밝힐 녹취 등을 발견하는 성과를 냈다. 이종호 전 대표가 도이치모터스 재판 등과 관련한 청탁 명목으로 공범에게 돈을 뜯어냈다는 진술 역시 이때 나왔는데, 해당 진술은 특검 수사로도 이어졌다. 김건희 특검 단계에서 이 전 대표 사건은 한 부장검사가 아닌 다른 파견검사들이 맡았다.

다만 한 부장검사가 이 전 대표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이 전 대표가 3만 원 이상의 식비 등을 제공했다면 '직무와 관련해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금품 등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청탁금지법 8조 2항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형사처벌 사안은 아니지만, 제공받은 금품 등의 2~5배에 상당하는 금액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민감한 사건을 맡은 수사팀에 배치된 검사가 코로나19 유행 당시 5인 이상 집합금지를 어기고 처음 보는 외부인들과 모임을 가진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위법 여부를 떠나 사건 핵심 관계자와 술자리를 함께했던 부장검사가 공소유지, 재기수사에 이어 특검 수사까지 참여하는 게 적절했느냐를 두고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중요 사건을 수사하고 있으면 외부인 만남 자체를 최소화하는 게 정석"이라며 "수사 대상이라는 걸 언제 알았는지, 대가성이 있었는지를 떠나 이 사실 자체로 어떻게든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만큼 당연히 보고했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부장검사는 최근까지 술자리 사실에 대해 함구했다.

한국일보 취재 결과, 특검팀은 최근에야 이 전 대표 측 인사로부터 사진 관련 제보를 받고 해당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 특검팀은 한국일보 취재가 진행 중이던 이날 "한 부장검사에 대해 수사를 계속하기 어렵다고 판단된 사실관계가 확인됐다"면서 "27일 자로 검찰에 복귀하게 됐다"고 공지했다. 대검찰청은 이날 곧바로 감찰에 착수했고, 한 부장검사를 현재 보직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3부장이 아닌 수원고검으로 직무대리 발령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이서현 기자 he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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