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컨·햄·소시지 규제하라!”…과학자들, 10년 만에 ‘칼’ 빼든 이유?

김영섭 2025. 10. 26.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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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WHO 발암보고서 쓴 과학자들 “아질산염 쓴 가공육, 영국서만 대장암 5만4000명 발병과 연관성…베이컨 등 대량생산 제재 서둘러야” 촉구/국내의 몇몇 문제점도 개선해야
베이컨, 햄, 소시지 등 가공육은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 고기의 붉은 색을 오래 유지하는 방부제(보존료)의 역할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 아질산염 성분 때문에 많은 사람이 대장암 등에 걸린다. 10년 전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규정한 WHO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과학자들이, 가공육 내 아질산염의 사용 금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베이컨·햄·소시지 등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딱 10년 전인 2015년의 일이다. 가공육은 담배·석면과 같은 위험 등급이다.

이 WHO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일단의 과학자들이 베이컨 등 가공육에 쓰는 쓰는 아질산염(아질산나트륨)의 사용 금지를 촉구하는 서한을 최근 영국 보건부 장관에게 보냈다고 데일리메일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질산염은 가공육을 분홍빛으로 오래 유지하기 위해 쓰는 방부제(보존료)다.

이들 과학자 그룹은 영국 정부가 10년 동안 아질산염의 사용 금지를 거부해 많은 사람이 대장암에 걸렸으며 엄청난 치료비가 들었다고 비판했다. 영국 암연구소와 영국 암 저널(BJC)의 자료를 바탕으로 한 과학자 그룹의 분석에 따르면 영국에서 매년 약 5400명이 가공육 섭취로 대장암에 걸린 것으로 추정된다. 암 환자 1인당 평균 치료비는 약 1억1300만원(5만9000파운드)이다.

과학자 그룹은 웨스 스트리팅 영국 보건부 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아질산염으로 가공된 제품에 대해서는, 소비자에게 암 위험을 강조하는 명확한 전면 경고 표시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WHO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미국 미네소타대 로버트 투레스키 교수 등 과학자 그룹에 따르면 아질산염은 발암물질로 알려진 니트로사민 화합물을 생성한다. 따라서 즉각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예방 가능한 암 환자가 늘어나고, 더 많은 가정이 피해를 보고, 국민건강보험(NHS) 부담이 커진다.

2015년 WHO 보고서에 따르면 하루에 베이컨·햄·소시지 등 가공육을 하루에 50g 섭취할 때마다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18%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에서 판매 중인 베이컨의 최대 90%가 아질산염을 함유하고 있고, 이는 대장암 외에 유방암·전립선암과도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과학자 그룹은 영국에서 팔리는 모든 가공육에서 아질산염 사용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장기 계획을 요구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규제 조치와 영세업자들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자금 조달을 촉구했다. 이들은 유럽연합(EU) 보건식품안전위원에게도 서한을 보내 비슷한 조치를 요구했다.

영국에서는 가공육 섭취를 하루 70g(베이컨 두 조각 정도) 이하로 제한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나, 세계암연구기금(WCRF)과 미국암연구소(AICR)는 가공육을 거의 또는 아예 섭취하지 말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

"국내선 영국 등에 비해 더 엄격히 규제 중…어린이 청소년에 대한 보완 조치 필요"

국내 육가공품에 쓰는 아질산염에 대한 규제는 국제 기준에 비해 더 엄격한 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베이컨·햄·소시지 등 육가공품에 대해 아질산염의 '최종 잔류 허용량'을 70ppm 이하로 규제하고 있다. 영국 등 유럽연합에선 '제조 시 첨가 허용량'을 150ppm 이하로 규제한다.

아질산염은 가공 과정에서 30~70% 정도 분해된다. 조리 방식이나 보관 조건에 따라 최종 잔류량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훈제, 삶기, 굽기 등 다양한 조리법은 분해율에 영향을 미친다. 오래 숙성하는 제품일수록 더 많이 분해되는 경향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추정하면 영국의 제조 시 첨가 허용량 150ppm은 최종 잔류 허용량 45~105ppm에 해당한다. 영국 식품표준청(FSA)과 소비자단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베이컨·햄·소시지 등 가공육의 실제 아질산염 잔류량은 평균 89ppm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가 아질산염에 대해 더 보수적으로 접근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규제 수치만으로 소비자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다양한 변수에 따라 실제 섭취량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수치만으로는 소비자의 아질산염 노출량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육가공품에 대한 별도 기준이 없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소시지 햄 등에 대한 연령별 섭취 제한이나 경고 표시가 전혀 없다. 성장기의 어린이는 체중 대비 아질산염의 흡수율이 높을 수 있다. 오래 섭취하면 건강에 나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어린이 대상 제품에 대한 아질산염 함량 기준을 강화하고, 섭취 제한 권고의 명시를 촉구하고 있다. 제품에 '아질산나트륨(E250)'이라는 성분명 대신 아질산염으로 표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학교 급식이나 외식업체에서 쓰는 육가공품의 아질산염 함량을 소비자가 확인할 수 없도록 관련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대장암의 증상으로는 지속적인 설사·변비, 잔변감(배변 후에도 완전히 비워지지 않은 느낌),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증상, 복통, 복부 팽만감, 뜻밖의 체중 감소, 피로감 등을 꼽을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아질산염은 왜 가공육에 사용되며, 어떤 위험이 있나요?

A1. 아질산염은 베이컨, 햄, 소시지 등 가공육의 색을 유지하고 박테리아 증식을 억제하는 보존제로 사용됩니다. 하지만 고온 조리 시 니트로사민이라는 발암물질로 전환될 수 있어, 세계보건기구는 이를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대장암 등과의 연관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Q2. 한국과 영국의 아질산염 규제는 어떻게 다른가요?

A2. 한국은 최종 제품 기준으로 아질산염 잔류 허용량을 70ppm 이하로 규제하는 반면, 영국은 제조 시 첨가 허용량을 150ppm까지 허용합니다. 아질산염은 가공 과정에서 30~70% 분해되므로, 영국의 실제 잔류량은 평균 약 89ppm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Q3. 국내에서 아질산염 관련해 어떤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되나요?

A3. 전문가들은 어린이·청소년 대상 육가공품에 대한 별도 기준이 없고, 성분 표시가 소비자에게 직관적이지 않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합니다. 또한 급식·외식에서 사용되는 제품의 아질산염 함량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김영섭 기자 (edwd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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