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국(局)’…이름이 불편한 이유

기호일보 2025. 10. 2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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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가 내년도 조직개편안을 내놨다.

'외로움국'과 '농수산식품국' 신설이 핵심이다.

영국은 선구적으로 지난 2018년 외로움·고립 문제를 국가적 과제로 설정, '고독(Loneliness)'을 공중보건의 영역으로 인식해 전담 장관을 신설했다.

인천시가 외로움국 신설로 흩어진 1인 가구, 고립 대응, 돌봄 지원사업을 하나로 묶겠다는 취지는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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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성 정치부국장
박주성 정치부국장
인천시가 내년도 조직개편안을 내놨다. '외로움국'과 '농수산식품국' 신설이 핵심이다. 외로움국(局)은 고립·은둔·고독사 등 이른바 '외로움'에 관한 정책을 전담하며 지역 통합돌봄 사업을 내실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겉으로는 급변하는 사회·산업 환경에 대응해 복지·돌봄체계를 선제적으로 강화하려는 결단처럼 보인다. 그러나 조직의 명칭과 언어 선택을 들여다보면 이 개편안은 의도를 충분히 설명하기보다 오히려 혼란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외로움국이라는 이름이 그렇다.

외로움은 인간의 감정을 나타내는 언어다. 사회적 고립, 은둔, 고독사 같은 문제는 복지·돌봄체계의 사각지대에서 비롯된 사회적 현상이지 행정이 직접 관리할 수 있는 감정의 범주는 아니다. 시가 이 복합적 문제를 외로움이라는 단어로 단순화할 경우 정책의 대상이 마치 '감정 그 자체'인 것처럼 비칠 위험이 있다. 행정이 인간의 외로움을 제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믿는 순간 정책은 감성의 영역으로 빠져들게 된다.

영국은 선구적으로 지난 2018년 외로움·고립 문제를 국가적 과제로 설정, '고독(Loneliness)'을 공중보건의 영역으로 인식해 전담 장관을 신설했다. 이어 일본도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고립과 1인가구 급증이 사회문제로 떠오르자 2021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내각 당시 '코도쿠 몬다이(孤独問題) 담당상'을 신설해 정부 차원의 통합 컨트롤타워를 구축했다. 두 나라 모두 감정이 아닌 제도를 언어의 중심에 두고 문제의 본질을 사회구조적 과제로 규정했다.

인천의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23년 인천의 1인 가구는 39만5천278가구로 전체의 31.8%에 달했다. 매년 7% 이상 증가세다. 혼자 사는 사람들의 고립과 돌봄 공백은 분명한 정책 과제다. 시는 올해 1인 가구 지원에 812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문제의 심각성을 감안하면 행정적 대응은 늦었지만 불가피하다.

그러나 행정의 본질은 감정을 통제하는 데 있지 않다. 사람을 돌보고 관계를 복원하는 시스템을 설계하는 데 있다. 인천시가 외로움국 신설로 흩어진 1인 가구, 고립 대응, 돌봄 지원사업을 하나로 묶겠다는 취지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조직의 이름이 지나치게 상징적이거나 감성적이면 전문성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국내에서는 서울시가 지난해 광역지자체 중 처음으로 '고독정책관', '고독대응과'를 신설해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부서 명칭에 비교적 절제된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정책의 대상이 '고독'이라는 감정이 아니라 그로 인한 사회적 단절과 위험임을 분명히 했다. 행정 언어의 절제가 곧 정책의 신뢰를 만든다는 점을 보여준다.

더욱이 내년 6월 지방선거가 7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외로움국이 선거를 앞둔 감정적 이미지 전략이라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확대 해석일 수 있지만 만약 그렇다면 이는 행정 언어의 퇴행이자 시민 감수성의 오용이다.

일만 잘하면 되지 이름이 뭐가 중요하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일할 간판이 만들어졌으니 이젠 조직 설계와 인력 배치, 예산 확보, 성과 지표 등 구체적 실행 계획이 뒤따라야 한다. 만약 각 부서에 흩어져 있는 업무를 통합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외로움국은 상징만 남게 되고 결국 행정 이벤트로 끝날 공산이 크다.

행정의 언어는 쉽게 이해되고 따뜻할 필요는 있지만 감정적이어서는 안 된다. 행정이 감정을 위로할 수는 없지만 제도를 통해 관계가 복원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그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뜻으로 출발한 정책이라도 상징만 남는다. 외로움국이 진정한 복지 혁신의 출발점이 되려면 감성보다 구조로, 이름보다 실행으로 시민에게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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