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으면 혁신도 처진다?···리프팅·주름 제거에 빠진 실리콘밸리 거물들
수요 5년 새 5배 늘어···수천~수억 비용 지불
‘젊음=혁신’ 인식에 에이지즘 더해진 결과

첨단 산업의 거점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성형 수술대에 오르는 남성이 크게 늘고 있다. 젊음이 곧 경쟁력인 업계에서 나이 들어 보이는 얼굴은 곧 뒤처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명 ‘테크 브로’라고 불리는 실리콘밸리의 남성들 사이에서 성형 수술(시술)이 유행하고 있다. 얼굴·목·눈 리프팅 등 주름을 제거하거나 처진 부위를 끌어올려 젊어 보이는 얼굴을 만드는 수술이 인기가 많다.
이런 수술을 하는 데 드는 비용은 적게는 4만~6만5000달러(약 5700만~9300만원)에서 많게는 12만5000~15만달러(약 1억8000만~2억1500만원)에 달하지만 실리콘밸리의 부유한 이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베벌리힐스 성형외과 의사 벤 탈레이 박사는 고급 얼굴·목 리프팅 수요가 지난 5년간 5배 늘었다고 WSJ에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성형 전문의 앤드루 바넷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테크 업계 남성의 얼굴 리프팅 수술이 25%가량 증가했다고 전했다.
IT업계 남성들이 수술대에 오르는 배경엔 젊음이 경쟁력으로 여겨지는 업계 특성이 있다. 10대 후반~20대 초반에 창업해 억만장자 대열에 오르는 사례가 흔하다 보니, ‘젊음은 곧 혁신’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오젝핌, 위고비 등 비만 치료제 유행도 리프팅 수요를 부추겼다. 급격한 체중 감량으로 얼굴 꺼짐을 겪는 이들이 늘어서다.
일부 의사들은 성형 수요 폭발의 계기로 코로나19 팬데믹을 꼽기도 한다. 재택근무를 하며 줌 등 온라인 미팅을 하면서 나이 든 자신의 얼굴을 신경 쓰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실리콘밸리의 성과지상주의가 에이지즘(나이 차별)과 만나 외모 경쟁으로 확장된 것으로 풀이된다. 젊은 나이에 큰 성공을 거둔 이들이 혁신적인 이미지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기꺼이 수술대에 오르는 것이다. WSJ는 “경쟁적인 취업 시장에서 젊음을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고 설명했다.
테크 브로는 기술 혁신, 성공, 자기계발에 집착하는 실리콘밸리 남성 엘리트를 일컫는 용어로, 2010년대 이들의 남성 중심적 조직문화, 성과 우선주의 등을 풍자하면서 등장했다. 메타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테슬라 일론 머스크 CEO 등이 대표적인 테크 브로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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