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되는 화폐 이야기] 22. 기념주화에 새긴 ‘초격차 K-APEC’과 광복 80년 비전
불국사 문살, 첨성대, 태극기까지 ‘K-화폐 예술’
![2025년 APEC정상회의 기념주화 2종 세트 [조폐공사 제공]](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26/dt/20251026100347986pizf.jpg)
요즘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깊이 몰입하는 것을 ‘덕질’이라 표현한다. 수백 년 역사를 지닌 화폐 수집도 그러한 매력적인 취미 중 하나다. 이는 단순히 돈을 모으는 행위를 넘어, 당대의 역사와 문화를 읽어내는 지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특히 국가의 중요한 순간을 기념해 발행되는 기념주화는 우리의 역사와 성취를 고스란히 담아낸 작은 박물관이나 다름없다. 디지털 시대에도 기념주화가 여전히 특별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025년, 대한민국은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20년 만에 다시 개최한다. APEC은 21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지역 경제 협력체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60% 이상, 총교역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거대 경제권이다. 2005년 부산에 이어 열리는 이번 회의는 ‘초격차 K-APEC’을 표방하며, 한국의 혁신적인 기술력과 찬란한 전통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무대가 될 전망이다.
이번 회의의 가장 큰 의의는 한국이 중견국(Middle Power)으로서 국제 경제 질서 논의를 주도하는 기회를 갖는다는 점이다. ‘연결(Connectivity)’, ‘혁신(Innovation)’, ‘번영(Prosperity)’을 핵심 가치로, 무역·투자 자유화, 디지털 경제, 지속가능한 성장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진다. 디지털 전환과 인구구조 변화 대응 등 글로벌 트렌드를 선도하는 의제를 제시하며, 강대국 사이에서 상생을 추구하는 ‘윈-윈 전략’과 ‘미들 파워’ 역량을 세계에 각인시킬 절호의 기회다.
기대효과는 경제적 파급력을 넘어선다. 단기적으로는 7000명 이상의 대표단과 경호 인력이 머물며 내수 소비를 활성화한다. 각종 조사에 따르면, 단기 직접효과와 중장기 간접효과를 합쳐 수조 원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수만 명의 고용 창출이 예상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의 미래 산업을 세계에 알리는 교두보가 된다는 점이다. 경주(소형모듈원자로·SMR), 구미(전자·반도체), 포항(이차전지), 안동(바이오) 등 지역별 미래산업 현장을 세계 각국 정상들에게 직접 선보이며, 한국 경제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다.
특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집적된 도시 경주에서 개최된다는 점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 APEC이 추구하는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의 가치를 구현하면서,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리고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실현하는 모범 사례가 될 것이다. 대한민국은 경제를 넘어 문화와 외교의 중심국으로 성장했음을 세계에 증명할 준비를 마쳤다.
2025년 APEC 정상회의를 기념해 한국은행이 발행하고 한국조폐공사가 제작한 순도 99.9% 기념 은화 2종에는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이 정교하게 담겼다.
은화 I의 앞면에는 불국사 관음전의 ‘솟을민꽃살문’ 문양을 활용해 번영과 연결, 그리고 우리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은화 II에는 첨성대와 함께 21개의 점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이미지를 새겨, 한국의 과학기술 우수성과 APEC 회원국 간 긴밀한 협력을 상징적으로 담아냈다. 작은 은화 하나하나가 대한민국의 성장을 보여주는 중요한 역사적 기록인 셈이다.
2025년은 대한민국 광복 8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이기도 하다. 한국은행은 이를 기념해 은화 2종을 발행한다. 광복 80주년 기념주화의 가장 큰 특징은 ‘과거와 현재 세대 간의 연결과 통합, 그리고 광복을 통해 열린 미래 희망’이라는 발행 의미를 시각적으로 구현했다는 점이다.
앞면 디자인에는 세대 간 연결과 광복의 여정이 상징적으로 표현됐다. 이는 단순히 과거의 독립을 기리는 데 그치지 않고, 광복이 가져온 성취를 오늘의 세대가 이어받아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자는 통합과 화합의 메시지를 전한다.
순도 99.9%의 은으로 제작되는 이 주화들은 대한민국 화폐 제조 기술의 정밀함과 예술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뒷면에는 광복 80주년 기념사업의 공식 엠블럼이 새겨져 기념행사와의 연계성을 높였다. 이 기념주화는 국민의 애국심과 자긍심을 고취하고, 대한민국 정체성의 뿌리를 되새기는 문화 콘텐츠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아울러 진관사 태극기를 활용한 기념 골드바도 함께 발행되어, 광복 80년의 역사적 가치를 다양한 형태로 기념한다.
![광복 80주년 기념주화 2종 세트 [조폐공사 제공]](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26/dt/20251026100349285pfvc.jpg)
기념주화는 현대사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 올림픽 주화에서는 역동적인 경제 성장을, 엑스포 주화에서는 과학기술에 대한 열망을, 광복 주화에서는 민족의 자긍심과 통합의 염원을 읽을 수 있다. 작은 동전 하나가 그 시대의 꿈과 가치를 가장 아름답고 정교한 형태로 담아낸 결정체인 것이다. 디지털 화폐 시대에도 실물 화폐만이 줄 수 있는 감성적 가치는 여전히 강력하다. 이것이 전 세계 화폐 관련 기관들이 전통적인 제조 기술을 넘어 화폐의 가치를 ‘문화 콘텐츠’로 적극 확장하는 이유다.
우리는 기념주화를 통해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의 성취에 감사하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다진다. 한국조폐공사는 앞으로도 역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정교한 기술과 예술적 감각으로 담아내어, 국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문화유산을 만들어갈 것이다.
지금 서랍 속에 잠자고 있는 기념주화를 꺼내 보라. 작고 단단한 동전 하나가 우리의 찬란했던 근현대사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우리의 역사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으며, 그 기록은 앞으로도 기념주화 속에 영원히 새겨질 것이다.

강승구 기자 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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