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때부터 즐겨 먹은 냉면에 얽힌 ‘맛깔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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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속이나 사회 등 생활사는 인간이 살아온 과정을 가장 잘 설명한다.
저자는 냉면에 대한 기록이 《고려도경》에서 처음 나타난 것으로 본다.
저자는 세종 시대 전순의가 쓴 조리서 《산가요록》과 인종 시대 이문건의 《묵재일기》, 장계향의 《음식디미방》 등 면에 대한 기록을 찾아 냉면의 연원을 찾아간다.
냉면을 기계로 뽑아내기 시작하면서 대량·저가 공급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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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풍속이나 사회 등 생활사는 인간이 살아온 과정을 가장 잘 설명한다. 한문학자 강명관 교수는 이 분야로 일가를 이룬 학자다. 그가 이번에 집착한 것은 냉면(冷麪)이다. 그는 국수를 포함해 면을 차갑게 먹는 우리 민족 생활사와 그 의미를 흥미롭게 풀어가는 데 시선을 뒀다.
"냉면은 국수틀을 눌러 뽑아 만든 메밀국수를 동치밋면에 말아 국수(무와 배추)를 얹고, 거기에 돼지고기 편육을 올려서 만든 차가운 국수다."
저자는 냉면에 대한 기록이 《고려도경》에서 처음 나타난 것으로 본다. 1123년 고려를 방문한 송나라 사신 서긍이 그림과 글로 조선의 풍속을 자세히 기록한 책이다. 이 책에서 서긍은 군산도(지금의 군산 선유도)에 도착했을 때 대접받은 10여 종의 음식 가운데 국수가 으뜸이고, 해물은 더욱 진귀한 것이라 썼다.
저자는 세종 시대 전순의가 쓴 조리서 《산가요록》과 인종 시대 이문건의 《묵재일기》, 장계향의 《음식디미방》 등 면에 대한 기록을 찾아 냉면의 연원을 찾아간다. 냉면은 18세기 중반 이후 평양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퍼지기 시작하고, 여름철에 즐기는 대표 음식 중 하나로 자리하게 된다.
"1769년 7월8일 서울에서 국수를 사 먹었다는 기록도 있다. 황윤석은 전날 있었던 절일제(節日製)에서 2등으로 뽑혔다. 이때 그는 하인에게 국수를 사 오게 해서 요기를 한다."
냉면이 대중화된 것은 1900년 전후부터다. 서울 종로와 광화문에 상호도 없이 냉면을 파는 집들이 생기면서다. 하지만 냉면의 강자 평양냉면이 서울에 진출하면서 냉면의 다양한 세계가 대중에게 각인되기 시작한다. 저자는 육수의 보관 문제로 나타날 수 있는 식중독, 냉면 광고, 냉면 가격 등을 통해 흥미롭게 냉면의 변천사를 읽어준다.
해방 이후는 냉면의 백가쟁명(百家爭鳴) 시대이기도 하다. 냉면을 기계로 뽑아내기 시작하면서 대량·저가 공급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사회상의 변화를 낳기도 했다.
"냉면점이 늘어나자 면옥 노동자도 급격히 증가했다. 이들의 노동조건은 매우 열악했고 임금은 낮았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면옥 노동자의 노동시간은 하루 19시간이었다. 고용주의 착취와 학대를 받아오던 105명의 면옥 노동자가 고용주에게 대항하는 무기로 면옥노동조합을 결성했던 것이다."
너무 냉면을 맛있게 빨리 먹어서, 가게 주인들이 공짜로 더 주기도 했다고 할 만큼 자칭 '냉면주의자'인 저자가 어느 날 문득 이런저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파고든, 거창하지 않되 맛깔난 냉면 이야기는 우리의 발길을 냉면집으로 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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