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는 되고 빗썸은 안 되는 ‘오더북 공유’ 논란…김치프리미엄·유동성 악화로 이어질까 [투자360]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국내 2위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과 호주 가상자산거래소 ‘스텔라 익스체인지(이하 스텔라)’ 간의 오더북(호가창) 공유에 대한 현장 조사를 단행하면서 가상자산 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업계에선 업계 1위 거래소 업비트의 경우 ‘업비트 APAC’와 이미 테더(USDT) 마켓 오더북을 공유하고 있는 상황에, 금융당국이 빗썸의 오더북 공유에 대해 사실상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낸 데 배경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FIU는 빗썸에 대한 현장조사를 통해 개인정보 국외 이전과 자금세탁방지 의무 이행 여부 등에 대한 절차적 적정성을 살피겠단 입장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2이 빗썸이 호주 가상자산 거래소 스텔라와 테더 마켓 오더북을 공유한다고 밝힌 뒤 진행 중이다. 이달 1일부터 진행된 이번 조사는 오는 31일까지 기간이 연장됐다.
빗썸은 금융 당국의 강경한 태도로 인해 오더북 공유로 글로벌 유동성을 확대하려던 계획이 답보 상태에 빠졌다.
FIU는 호주와 국내 법규 간 차이 등 위험 요소를 들여다보면서 오더북 공유 과정에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나 개인정보보호법을 지키고 있는 지를 중점적으로 살피고 있다. 오더북 공유 과정에서 국내 투자자의 주문 내역과 개인정보가 해외로 전송돼 악용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빗썸은 “해당 규정에 따라 스텔라의 호주 금융당국 인허가 관련 서류를 FIU에 제출했다”는 입장이다.

오더북 공유는 두 거래소가 동일한 주문 데이터를 활용해 매수·매도 호가를 함께 처리하는 구조다. 가령 한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매수 주문하면, 이를 공유 중인 다른 거래소의 매도 주문과 맞춰 체결할 수 있다. 두 거래소의 거래량이 한 곳에 모이면서 유동성이 커지고 가격 왜곡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오더북 공유 과정에서 상대 거래소 고객의 신원 확인으로 인한 개인정보 해외 이전 문제를 비롯해 자금세탁의 위험성이 있어 현행 특정금융거래정보법은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경우 거래소 간 가상자산 매매·교환 중개를 금지한다.
현재 빗썸을 제외하곤 업비트가 싱가포르-태국-인도네시아를 아우르는 ‘업비트 APAC’와 오더북을 공유 중이다. 이를 통해 동남아 시장도 집중 공략 중이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외국환거래법에 따라 해외송금이 불가능하자 업비트와 업비트 APAC이 브랜드와 기술만 제공하는 ‘제휴’ 형태로 전환했다”면서 “두나무와 업비트 APAC 간 지분 관계는 없다”고 설명했다.
업비트 관계자는 “업비트와 업비트 인도네시아, 태국의 오더북 공유에서는 한국 고객의 정보가 해외로 이전되지 않는다”며 “거래가 체결된 업비트 인도네시아, 태국 고객 정보를 업비트가 수집하고, 불공정거래 모니터링도 업비트가 직접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오더북 공유가 활발히 확산되지 못한 것은 특금법 인증이나 확인 과정이 까다롭고, 당국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 확보 및 심의 통과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두나무가 운영하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사옥. [두나무 제공]](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26/ned/20251026093552534kgis.jpg)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가 오더북을 공유하고 있는 해외 현지 거래소들의 소재 국가에 대해서도 고려할 점이 있단 목소리가 있다.
전 세계 38개국, 2개 지역기구를 회원으로 하며 자금세탁방지(AML)와 테러자금조달방지(CFT) 정책을 국제적으로 조율하고 평가하는 국제 자금세탁방지기구 ‘FATF’의 최근 상호 평가에서 호주와 싱가포르는 각각 40대 평가 항목 중 18~20개 항목을 충족하며 세계적 모범 사례로 인정 받았다. 반면,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완전 충족 항목이 각각 4개, 6개에 그쳤다. 심지어 태국은 FATF 정회원국도 아닌 상태다.
빗썸 측은 “스텔라의 경우 호주 금융감독당국의 기준을 총족했으며, 자금세탁 등의 불법이 직접 확인된 적 없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의 빗썸 조사가 결과적으로 오더북 공유 중단으로 이어질 경우 가장 먼저 거래량 감소와 스프레드 확대 현상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호가창이 얇아질 경우 투자자들이 원하는 가격에서 거래를 성사하기 어렵고,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 등 거래량이 적은 종목에서 체결이 지연되고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유동성 약화가 중소형 거래소의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미쳐 대형 거래소 쏠림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업계에선 업비트만 오더북 공유가 가능하게 됨으로써 나 홀로 유동성 확대를 금융 당국으로부터 허용 받은 구조가 ‘독점 구조’ 심화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게 현실이다.
오더북 공유가 끊이면 국내 시장만의 가격이 형성됨으로써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주요 가상자산에서 ‘김치 프리미엄’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다른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오더북 공유는 1위 업체가 6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 중인 국내 거래소 시장의 독점 현상을 완화하는 것은 물론, 유동성 문제 발생 가능성을 낮춰줌으로써 시세 급등락 현상을 줄이는 순기능이 있다”면서 “국내 가상자산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규제 개선과 투명한 정책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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