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전세도 못살겠어” 토허제에, 전세9년법까지…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부동산360]
‘세입자의 도시’ 서울, 임대차 물량도 타격 예정
![부동산 대책 발표 후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회자됐던 한 이미지. 일본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을 패러디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27/ned/20251027070350273ranp.png)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토지거래허가제 확대 적용 및 대출규제가 강화된 10·15대책으로 거래가 위축된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임대차 기간을 최대 9년(3+3+3년)으로 확대하는 법안까지 등장하며 시장이 혼란을 겪고 있다. 토지거래허가제와 일명 ‘전세9년법’이 만나면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서울 거주의 문턱이 전례없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최근 잇따른 대책들로 전세를 낀 주택 거래(갭투자)를 차단했지만 사실 서울은 임차인의 도시다. ‘내 집에 내가 사는 비율’을 의미하는 자가점유율은(2023년 주거실태조사) 44%로 전국 17개 도시 중 꼴찌다. 서울에 사는 10가구 중 6가구는 세입자라는 의미다. 부동산 시장엔 투자·투기 수요도 있지만 집주인이 당장 실거주하기 어려워 임대를 주는 등 여러 경우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실거주할 사람만 집을 거래하라”는 정부의 이번 대책은 현실을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업계에서는 무주택 세입자, 또는 세입자로 서울에 거주해야 하는 이들의 부담을 더욱 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토지거래허가제는 매수자의 4개월 내 실입주, 2년 실거주 의무 등으로 기본적으로 시장의 매물을 감소시킨다. 입주가능물건이어야만 거래될 수 있어서다. 아니나 다를까 토허제가 효력을 발휘한 첫주, 서울 매매 물량은 급감했다. 아실에 따르면 24일 기준 서울의 매매 매물은 일주일 전 대비 7만2997건에서 6만6647건으로 일주일 전 대비 8.7% 감소했다. 다만 전세는 매물별 계약기간이 달라 곧바로 물량 변화가 나타나진 않고 있다.
여기에 이달 초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계약갱신청구권 횟수를 기존 1회→2회로 늘리고, 갱신 시 임대차 기간을 3년 연장해 최대 9년 거주 보장)이 현실화된다면 어떨까. 집을 사는 조건도 까다롭지만 파는 조건은 더 까다로워진다. 매도인 입장에서는 새 세입자를 들인 상태에서 매도를 결심할 경우 ▷임대차종료확인서를 받거나 ▷집주인이 첫 계약만료 시점에 실입주해 2년을 산 뒤 팔거나 ▷최장 9년 뒤부터 매도를 준비할 수 있게 된다.
![범여권 국회의원 10명이 올렸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법안. 3만명 넘는 사람들이 반대 의견을 냈다. [국회입법예고 홈페이지]](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27/ned/20251027070350571mofk.jpg)
전세 9년이 가능해지면 기존 주택의 처분 또는 임대가 불편해진 집주인들은 이로 인한 비용과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할 확률이 높다. 이때 매물이 귀해지며 가격도 오른다. 이미 전례가 있다. 송경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이 2023년 12월 발표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이 주택시장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계약갱신청구권(4년 보장) 도입 직후 전월세거래량은 평균 25% 줄었다. 동시에 신규 전세 가격은 약 9~11% 급등했다. 전세 가격 상승은 매매가격을 올려 집을 사야 하는 무주택자들의 부담을 키우는 악순환을 낳는다.
초장기 거주가 가능해지면 세입자는 주거 안정을 얻을 수 있지만 부작용도 감수해야 한다. 세입자가 되기 어려워진다. 전례없이 주거비는 오를 수밖에 없다. 집주인들이 ‘9년 임대’를 가정한 임대료 상한 폭을 고려해 전세 또는 월세 금액을 초반부터 높일 유인이 생기기 때문이다. 세입자의 평균 거주 기간이 12년에 달하는 독일은 실제 임대료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가 강력하게 보호되지만 대신 자기소개서를 내거나 면접을 보는 등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에 따라 서울 전역이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주요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지의 정비사업이 상당 부분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는 24일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와 일대 아파트 모습. [연합]](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27/ned/20251027070350886cmkg.jpg)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공급 부족 상태에서 이 같은 법 개정이 동시에 이뤄지면 외곽 지역 등 전셋값이 민감한 지역부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한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임대인은 ‘자유롭게 임대할 권리’를 침해받은 셈이기 때문에 그 위험이나 불이익을 세입자에게 전가할 것”이라며 “(전세9년법은) 부작용이 너무 커 입주 및 공급 물량이 부족한 현 상황에서는 고려돼서는 안될 제도”라고 분석했다.
허가 후 4개월 내 실입주 및 기존 주택 처리 등 토허제 조건들은 갱신요구권과 충돌하는 등 인간사에는 많은 경우의 수가 있다. 10·15대책은 이를 고려하지 않아 주민 불편을 키울 아주 극단적인 규제다.
서강석 송파구청장, 22일 10·15 부동산 대책 관련 공동성명서 발표 기자회견
업계에서는 정부, 정치권이 추가 대책을 자제하고 시장 안정화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9년 전세법은 임대인들 입장에서는 미래에 대한 불안을 키우고 지금처럼 수요가 과열된 상태에서는 시장을 더욱 혼란시킨다”면서 “지금은 급변하는 정책이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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