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바다로 열린 김포, 70년 만의 대명항 항해… ‘뱃길’ 따라 흐른 ‘감동’
25일 오후, 김포시 고촌읍 아라김포여객터미널.
잔잔한 가을 햇살 아래 시민 250여 명이 설렘과 호기심이 뒤섞인 표정 속에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김포에서 대명항으로 향하는 첫 여객 항해 행렬이다. 분단 이후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바닷길이 무려 70여 년 만에 열린 것이다.
출항을 알리는 기적과 함께 여객선은 천천히 물살을 갈랐고, 카메라와 휴대전화를 꺼내 든 시민들은 자신만의 기록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김포문화재단이 올해 처음 주최한 ‘경기바다 오감 페스티벌’의 첫 장면이었다.

아라뱃길을 따라 인천 정서진을 거쳐 대명항까지 향하는 항로는 편도 35㎞, 항해 시간만도 왕복 6시간이 넘는 일정이었다. 여객선이 지나갈 때면 주말 나들이객들이 손을 흔들었고, 아이들은 갈매기에게 과자를 던졌다. 선상에는 피아노 3중주가 울려 퍼졌다. 석양빛이 번지는 수면 위로 선율이 흐르면서 시민들은 어느새 음악과 풍경에 취했다.
배 안에서는 김포와 바다의 역사를 조명하기 위한 열린 토론이 이어졌다. ‘물길의 역사에서 미래를 보다’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에서는 ‘경기만’과 ‘염하’를 지나 ‘조강’에 이르는 물길과 과거 수많은 선박들로 장관을 연출했던 운하의 도시 김포를 집중 조명했다.

인천 정서진에서 ‘아라호’로 갈아탄 시민들은 다시 항로를 재개했다. 첫 관문은 아라서해갑문이었다. 수위를 맞추기 위해 10여 분의 시간이 흐른 뒤 배가 서해로 나아가자, 하얀 갈매기 떼가 배를 따라 비행하는 장관이 연출됐다. 분단 이후 70여 년 만에 항해에 나선 시민들을 온몸으로 반기는 듯한 모습이었다.
40여 분 뒤, 초지대교가 눈앞에 나타났다. 지금까지 염하를 거쳐 초지대교를 통과한 여객선은 단 한 척도 없었다. 이번 항해가 그 첫 사례로 기록됐다. 선상에서는 “우리가 역사의 현장에 있다”는 말이 시민들의 입을 통해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감정은 잔잔했지만, 그 안에는 깊은 울림이 있었다.

아라호가 대명항에 도착한 오후 5시 무렵, 서해는 아름답게 물든 노을로 수를 놨다. 바다 위로 갈매기가 날고, 배의 그림자가 천천히 물 위에 퍼졌다. 시민들은 일제히 휴대전화를 꺼내 그 순간을 담았다.
주민 박모(58)씨는 “늘 육지에서만 바라보던 바다였는데 이렇게 배를 타고 오니 김포가 진짜 바다 도시라는 걸 느꼈다”며 “이 항로가 정식으로 열리면 꼭 다시 타고 이곳에 오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김포문화재단은 ‘김포의 바다’에 대한 역사적 고찰을 시작으로 해양문화 및 관광자원 등에 대한 조명에 나설 계획이다. 아울러 해당 축제를 매년 이어가 보다 많은 시민들이 김포의 바다를 느끼고,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곽종규 김포문화재단 대외협력부장은 “김포는 강과 바다, 운하로 둘러싸인 한반도 유일한 도시”라며 “이제는 그 자연과 역사를 시민의 공간으로 바꾸고, 역사적 가치를 콘텐츠화해 문화관광 자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 항해는 끝났지만 여운은 길었다. 70여 년 만에 열린 김포의 바닷길은 단순한 체험이 아니라, 잊혀졌던 도시의 물길이 다시 흐르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김포/김연태 기자 kyt@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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