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의 문법] ② “감시의 섬이 된 제주”… 공정의 이름 아래 신뢰는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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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가격'이라는 말은 아름답습니다.
다만 제주의 현실은 '공정'이 아니라 감시의 체계로 기울고 있습니다.
제주는 이제 "공정의 이름 아래, 우리는 진짜 신뢰를 지켜냈는가"를 물어야 합니다.
다음 편(③ "거울 속의 제주")은 관광객 리뷰와 소비 데이터 속에 드러난 '신뢰의 흔적'을 분석하고 '청정 관광'이 다시 신뢰의 언어로 작동하기 위한 구조를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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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의 신뢰 회복, 아직 오지 않았다

‘공정한 가격’이라는 말은 아름답습니다.
다만 제주의 현실은 ‘공정’이 아니라 감시의 체계로 기울고 있습니다.
관광객을 안심시키려 만든 시스템은 언젠가부터 상인을 의심하고, 행정은 점검표를 관리하며, 신뢰는 표 아래에서 사라졌습니다.
[김지훈의 ‘맥락’] 연속 [청정의 문법], 두 번째 편은 ‘공정’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는 신고센터·점검단·물가지수 제도의 실체를 짚습니다.
제도는 작동하는데, 신뢰는 여간해선 복원되지 않았습니다.

■ 신고센터는 열려 있지만, 믿음은 닫혀 있다
‘제주관광불편신고센터’는 제주도관광협회가 운영하고, 제주도가 관리·감독합니다.
올해 들어 현재(25일)까지 접수된 민원만 해도 960건이 넘습니다.
물론 ‘가격’에 대한 불만도 적잖았지만, 서비스 등 현장 응대나 태도에 대한 신고도 잇따랐다는 게 협회의 답입니다.
문제는 ‘처리’보다 ‘신뢰 회복’입니다.
대부분 민원이 행정 절차로 종결되지만, 관광객은 ‘해결됐다’고 느끼지 못합니다.
현장의 업계 한 관계자는 “센터가 있다는 걸 모르는 손님이 많고, 안다고 해도 ‘신고해봤자 뭐 달라지냐’는 반응이 대부분”이라며, “결국 제도는 있는데, 신뢰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 점검은 늘 있지만, 변화는 없다
제주는 축제장과 관광지마다 ‘민관합동점검단’을 운영합니다.
현수막이 걸리고, 명찰이 달리고, 체크리스트가 돌아갑니다.
형식은 완벽합니다.
그러나 내용은 늘 제자립니다.
현장에선 여전히 “또 왔냐”는 말이 먼저 나옵니다.
제주시내 한 음식점 대표는 “사진 찍고 가면 그게 끝이다. 실제로 달라진 게 뭐냐”고 말했습니다.
행정은 ‘점검’을 신뢰의 증거로 내세우지만, 현장은 그 점검을 ‘불신의 증거’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 “물가 비싸다”는 인식 바꾸겠다며 시작된 연구
제주연구원이 지난해 제주도 용역으로 수행한 ‘빅데이터 기반 관광물가지수 연구’의 출발점은 ‘제주는 비싸다’는 이미지를 바로잡기 위해서였습니다.
제주도정은 연구 목적을 “왜 비싸다고 느껴지는지 정확히 진단하고, 불안 품목을 찾아내 안정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즉, 막연한 인식이 아닌 데이터를 근거로 한 ‘공정 가격의 기준선’을 세우겠다는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는 없었습니다.
올초 용역 결과는 나왔지만 이렇다할 관광객이 체감할 수 있는 가격 지표는 공개되지 않았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가격 안정화 정책이나 이렇다할 데이터 피드백 체계를 만나진 못했습니다.
결국 ‘빅데이터’는 보고서에 머물렀고, ‘공정한 가격’이라는 말은 행정의 슬로건으로 떠돌았습니다
도의회에서도 “지표는 냈지만,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공정’ 구호는 있었지만, 그 구호를 뒷받침할 기준·검증·실행 세 축이 모두 빠져 있던 셈입니다.

■ ‘감시의 섬’, 신뢰는 숫자로 증명되지 않아
제주는 지금 ‘공정’을 ‘통제’로 착각하고 있습니다.
신고센터는 불신을 기록하고, 점검단은 불안을 확인하며, 공정가격은 숫자만 남겼습니다.
그러나 신뢰는 감시로 관리되는 게 아니라, 관계로 쌓입니다.
가격표보다 중요한 건, “속이지 않는다”는 경험입니다.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감시가 세질수록 상인도 닫히고, 손님도 의심한다”며, “결국 제주는 믿지 못하는 섬이 되어간다”고 말했습니다.

■ 청정의 문법, ‘표’가 아니라 ‘태도’
청정은 환경의 수식어가 아니라 태도의 문법입니다.
제도는 바뀌었지만, 태도는 여전히 ‘단속 중심’에 머물러 있습니다.
‘바가지 근절 대책회의’가 열릴 때마다 현장 상인들은 “이번엔 또 누가 걸릴까”를 걱정합니다.
그 회의가 신뢰의 회복이 아니라, 공포의 반복이 된 이유입니다.

제주는 이제 “공정의 이름 아래, 우리는 진짜 신뢰를 지켜냈는가”를 물어야 합니다.
감시가 아니라 신뢰로 작동하는 섬, 그 문법을 다시 세워야 할 때입니다.
다음 편(③ “거울 속의 제주”)은 관광객 리뷰와 소비 데이터 속에 드러난 ‘신뢰의 흔적’을 분석하고 ‘청정 관광’이 다시 신뢰의 언어로 작동하기 위한 구조를 제시합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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