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비자·면허 ‘깨알 규제’… 일본식 마가 노골화 [세계는 지금]
日 체류 절차·규제 강화
경영비자 자본금 요건 최소 6배 인상
운전면허 필기 정답률도 90%로 상향
선거에 등장한 배외주의
“외국인이 사슴 학대” 가짜뉴스 퍼뜨려
참정당은 일본인 퍼스트 구호로 돌풍
수수료 받아 재정 확충
입국심사료 도입 공항·관광지 재정비
“과도한 부과는 국제 교류 저해” 지적

지난 16일부터 새 규정이 시행됨에 따라 이제는 기존보다 6배 많은 3000만엔(2억8300만원) 이상 자본금이 있어야 비자를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상근 직원 1명 이상 고용 의무가 추가됐고 경력·학력 요건도 생겼다. 비자 발급 신청자나 상근 직원 중 1명은 중상급 수준의 일본어 능력도 갖춰야 한다.

아베 신조 전 총리 시절인 2016년부터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외국인을 적극 수용하던 일본에서 최근 궤도 수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국제 수준에 맞게 제도를 정비하고 급증하는 외국인으로 인한 문제를 줄이겠다는 취지이지만 방향은 규제 일변도다. 객관적 근거 없이 외국인에 대한 편견을 부추기고 국제 교류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면허 전환으로 일본 운전면허를 취득한 외국인들이 일으키는 교통사고가 잇따른 것이 엄격화의 배경이라고 전했다. 지난 5월 사이타마현 미사토시에서 발생한 중국인의 뺑소니 사고, 미에현 가메야마시 고속도로에서 일어난 페루인의 역주행 사건 등 사례가 있다. 사망·중상 피해가 발생한 교통사고에서 외국인 운전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6년 1.0%에서 올해 상반기 2.1%로 크게 늘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일본에 거주하려면 일본의 제도·문화를 잘 알고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이 일본 정부 주장이다. 경영·관리 비자 발급 요건 역시 한국 3억원, 미국 10만∼20만달러(약 1억4300만∼2억8600만원) 등 다른 나라와 형평을 맞춘 것이라고 설명한다.
현지 언론들은 7월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우익 성향 참정당이 ‘일본인 퍼스트’라는 구호를 내걸고 돌풍을 일으키면서 강해진 외국인 배척 분위기가 규제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다카이치 총리는 “외국인 범죄자가 통역이 없어 불기소되는 일이 많다”는 주장을 펼쳤다가 역시 검찰, 통역사 단체로부터 반박당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를 두고 “외국인이라는 존재를 문제 행동과 맹목적으로 연결해 적의를 부추길 수 있는 발언이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정치인을 뽑는 자리에서 난무하는 것은 심상치 않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외국인 관광객·체류자를 상대로 한 세수 증대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제관광여객세(출국세) 및 비자 발급 수수료 인상, 입국 사전심사제 신규 도입을 통한 수익은 공항 등 수하물 검사 혼잡 완화, 입국심사 강화, 관광지 정비 등에 쓴다는 설명이다.
그러고도 남는 돈은 고교 수업료 무상화 확대 등의 재원으로 충당할 수 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투표권이 없고 저항도 적은 외국인의 부담을 늘려 유권자를 위해 쓰겠다는 셈법이 깔린 셈이다.
현행 1000엔(9400원)인 출국세는 미국(22.2달러·3만2000원) 수준으로 인상할 태세다. 출국세는 내외국인 모두에게 부과되는 만큼 일본인 부담도 증가한다는 것이 문제인데, 대신 여권 취득·갱신 수수료를 낮추겠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복안이다.
2028년부터는 무비자로 입국하는 외국인을 사전 심사하는 ‘전자여행허가제도’(JESTA)를 신설해 미국 ESTA(40달러·5만7000원) 정도의 수수료를 책정할 방침이다.
일본은 이를 통해 3000억엔가량의 재원을 추가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논의가 가속화하는 것은 재무성이 각 부처에 강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복수의 정부 관계자가 말했다. 재무성 출신 다나카 히데아키 메이지대 교수는 아사히에 “부담이 지나치게 낮은 것을 재검토할 필요는 있지만, 과도한 부담으로 국제 교류가 저해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유태영 특파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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