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 역풍 몰고 온 이재명의 부동산 책사…“직 버리고 집 택했다”
“갭투자 아냐” 해명했지만…대국민 사과 내용·방식마저 부적절 지적
국힘·개혁신당, 일제히 맹공…“사필귀정” “부동산 정책 전면 재검토해야”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관련 '내로남불' 발언과 갭투자(전세 낀 주택 구입) 논란에 휩싸인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이 대통령의 '부동산 책사'였던 이 전 차관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정 동력을 뒤흔드는 최대 리스크로 떠올랐고, 여당에서마저 '정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 데 다른 조치로 풀이된다. 야권은 '직'보다 '집'을 택한 것이라며 맹공을 폈다.
대통령실은 25일 오후 이 전 차관의 면직안이 재가됐다고 밝혔다. 이 전 차관이 사의를 표명한 지 하루 만이다.
이로써 이 대통령의 '부동산 책사'로 불리며 지난 6월 임명된 이 전 차관은 약 4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이 전 차관은 정부가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곳을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10·15 부동산 대책 직후 한 유튜브 채널에 나와 "지금 사려고 하니까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라며 "시장이 안정화돼 집값이 떨어지면 그때 사면 된다"고 발언해 거센 비판 여론에 직면했다.

특히 이 전 차관이 경기 성남 분당구에서 30억원대 고가 아파트를 갭투자로 구입했다는 의혹까지 일면서 '내로남불' 비판은 급속도로 확산했다. 부동산 불로소득 차단 및 환수를 주장하며 대표적 부동산 개혁론자로 알려진 이 전 장관이 정작 자신의 자산증식을 위해 갭투자를 했다는 파장이 일면서 후폭풍은 컸다.
이 전 차관은 실거주 목적으로 아파트를 매입했고, 기존에 살던 집이 제때 팔리지 않아 일단 세입자를 들였다가 전세계약이 끝나면 이주할 계획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야권은 '전형적인 갭투기를 자인한 것'이라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고 여론은 날로 악화됐다.
출구를 찾지 못한 채 의구심을 키운 이 전 차관은 지난 23일 국토부 유튜브 계정을 통해 영상으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국민 여러분께 정책을 보다 소상하게 설명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 대담 과정에서 내 집 마련의 꿈을 안고 열심히 생활하는 국민 여러분의 입장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제 배우자가 실거주를 위해 아파트를 구입했으나 국민 여러분의 눈높이엔 한참 못 미쳤다는 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저 자신을 되돌아보겠다"고 했다.
그러나 배우자 탓으로 돌리는 사과문 내용과 함께 질의를 받지 않은 일방적 유튜브 발표 방식은 또 다른 논란을 촉발했고, 여당 내에서조차 공개적으로 이 전 차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결국 이 전 차관은 전날 오후 8시께 사의를 표명했다.
이 대통령이 이 전 차관의 사의를 신속히 수리한 것은 10·15 부동산 대책을 둘러싼 진통이 이어지는 와중에 주무부처 차관을 둘러싼 실언과 투기 논란까지 확산할 경우 정책 집행 동력이 급격히 상실될 수 있고, 부동산 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사다리를 걷어찼다'는 비판 속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최대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점 역시 고려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전 차관의 사퇴 결정을 공감한다"며 "민주당은 국민 고통의 깊이를 헤아리고 희망의 높이를 떠받치는 정당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野 "차관 한 명 사퇴로 끝날 문제 아냐"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이 전 차관의 사퇴와 관련해 '직'보다 '집'을 택했다며 맹공했다.
조용술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이 전 차관의 낙마에 대해 "사필귀정이다. 그의 말과 행동이 자신의 발등을 찍은 결과가 됐다"고 쏘아붙였다.
조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다주택자나 실거주 외 부동산 소유자를 투기 세력으로 규정해 왔다"며 "그런데 정책을 책임지는 국토부 차관부터 국민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자신에게는 관대한 '내로남불'의 모습을 보였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서민들은 내 집 마련의 꿈조차 멀어진 현실에서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깊은 상처와 박탈감을 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진우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상경은 끝내 직(職)보다 집을 택했다. 집은 절대 팔면 안 된다는 이재명 정부의 메시지"라며 "국감 십자포화를 피해 사퇴했지만 여전히 토허제는 국민을 짓누른다"고 비판했다.
주 의원은 "문 정부 수요 억제책의 실패를 반복할 이유가 있나.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를 폐지하고 규제를 완화해 재건축 물량을 늘려야 한다"며 "실수요자가 집을 살 수 있도록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이미 발표된 부동산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정이한 개혁신당 대변인은 "차관직을 포기하면서도 끝내 아파트는 손에 쥔 채 물러났다"며 "이 차관의 선택은 그 자신조차 집값 상승을 확신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질타했다.
이어 "집값 하락을 믿었다면 집을 팔고 직을 지켰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정반대로 행동했다"며 "이 차관 한 명의 사퇴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결국 이재명 정부 역시 집값을 잡지 못하고 실패한 정부로 기록될 것이라는 우려가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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