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시선을 향한 묵직한 질문…찬사 쏟아진 '세계의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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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엄마'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배우 김수미가 우리 곁을 떠난 지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지난해 10월 24일, 배우 김수미가 항년 75세의 나이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대중 곁에서 많은 감정을 전했던 故 김수미가 떠난 지 1년, 그와의 소중한 시간을 추억할 수 있는 몇 편의 영화를 준비했다.
코믹한 연기로 대중에게 많이 알려졌지만, 故 김수미는 따뜻한 연기로 뭉클한 순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배우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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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해인 기자] 올해 최고의 한국 영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작품이 개봉했다.
어떤 사건은 피해자를 평생 따라다닌다. 사람들은 이 사건 안에서 피해자의 삶을 재구성하고, 먼저 벽을 만든다. 배려한다는 좋은 의도조차도 벽을 만들어 내고는 한다. 윤가은 감독은 신작에서 이런 벽을 허물고 한 사람의 삶 자체를 보려고 했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순수의 세계를 탐구했던 윤가은 감독이 10대 소녀의 눈으로 목격한 건 어떤 세계였을까.
'세계의 주인'은 속을 알 수 없는 10대 소녀 주인(서수빈 분)의 학교 생활에 관한 이야기다. 전교생이 동참한 서명운동에 주인은 생각이 다르다며 서명을 거부하고, 이 일로 친구들과 갈등을 겪게 된다. 이후 주인은 익명의 쪽지에 시달리며 학교 생활은 점점 어려워지고, 학교 밖에서의 일도 꼬여만 간다. 그는 왜 홀로 다른 의견을 냈을까. 그리고 누가 왜, 주인이에게 쪽지를 보낸 걸까.
이 영화는 '주인'이라는 인물의 이야기였지만, 카메라는 그를 둘러 싼 세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 그를 이루고 있는 세계와 그 속에서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보여주려 했다. 주인은 과거에 겪은 어떤 사건 때문에 심리적으로 불안함을 노출하고, 그의 가족도 사연을 가진 듯 보인다.

하지만 영화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이에 관해 명확히 말하지 않고, 주인의 겉만 훑은 채 관객이 그 사건을 추측하게 한다. 이 과정에서 주인이의 주변 인물들과 그들이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볼 수 있다. 이런 연출은 주인의 실제 삶과 주인의 주변인들이 재구성한 주인의 삶 사이의 간극을 대비해 보여주는 효과가 있었다.
관객은 주인에게 이입한 채 영화를 보게 되지만, 그의 진심을 알 방법이 없어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채 그의 뒤를 따라가게 된다. 완벽히 주인을 믿을 수 없기에 그녀가 미묘하게 튀는 언행을 보일 때면 공감 능력이 결여된 인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녀에게 얽힌 비밀은 뒤에 밝혀지고, 그가 과거의 사건에서 자신을 분리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후 관객은 누군가에게 평범할 수 있는 것들이 주인에게는 트라우마를 건드리는 순간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닫고, 주인의 아픔에 조금씩 다가가게 된다.
하지만, 이때부터는 관객 역시 주인이 외면하려는 사건과 주인을 따로 떼어 놓고 생각하기 어려울 수 있다. '세계의 주인'은 큰 사건을 겪은 주인의 삶을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과 그 속에서 흔들리는 주인의 모습을 담으려 했다.

그런데 관객이 주인을 이루는 세계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하게 함으로써 우리도 누군가에게 아픔을 줬을지 모른다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한다. 평소 우리의 시선과 행동이 피해자의 삶에 균열을 일으켰을 수도 있다는 건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영화를 보고 난 뒤엔 주인을 비롯해 많은 인물이 사건과 무관한, 그래서 누구보다 평범한 하루를 묵묵히 살아가고 있다는 걸 생각해 볼 수 있다.
영화의 어두운 주제와 메시지 속에 신예 서수빈은 주인의 삶을 에너지 넘치게 표현하며 윤가은 감독의 메시지에 설득력을 높였다. 사건의 피해자가 아닌, 주인이라는 인물 자체를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에너지를 뿜어내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은 채 능동적으로 하루를 개척하려는 소녀의 발랄함을 통통 튀는 매력으로 잘 살려냈다.
동시에 타인의 시선 탓에 무너질 때의 미세한 감정 변화, 또 그걸 묵묵히 견디며 살을 바로잡으려는 주인의 단단함까지 볼 수 있었다. 서수빈이 만든 주인은 연민과 안쓰러움을 갖게 하는 인물이 아니었다. 함께 걸어가고 싶은 유쾌한 인물이었고 덕분에 영화 전체에도 긍정의 기운이 넘치고 있었다.

'세계의 주인'은 우리의 인식과 시선에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사람에게 붙어 있는 여러 꼬리표를 제외하고 사람 자체로 보는 게 얼마나 힘들고, 또 소중한 일인지를 돌아보게 했다. 쉬운 일이 아니고, 무거운 일이기에 외면하려고 했던 점들을 영화를 통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고, 때문에 마음을 흔드는 순간이 많다.
극장 밖을 나와 우리를 이루는 세계를 마주한 순간, 새로운 고민을 시작하게 하는 영화라는 점에서도 좋은 영화였다. 많은 찬사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었던, 올해 최고의 영화였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바른손이앤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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