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거트 팔아 20조 기업 세웠다는데…디저트계의 잡스가 떴다 [오찬종의 매일뉴욕]
월가에서 요즘 가장 주목을 받는 기업이 있습니다. ‘미국 요거트의 왕’이라고 불리고 있는 초바니(Chobani)입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Forbes)는 창업자 함디 울루카야(Hamdi Ulukaya)를 ‘요거트계의 스티브 잡스’라고 평가하기도 했죠. 초바니의 성공 덕분에 그는 올해 포브스가 선정한 튀르키예 부자 순위 1위에 올랐습니다.

오히려 올해는 대규모 생산시설 확장에 나섰습니다. 초바니는 미국 아이다호 공장에 5억 달러 규모의 증설 계획을 발표했고, 뉴욕주 로마 지역에는 12억 달러를 투자해 세 번째 유제품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뉴욕 신규 공장은 1000명 이상 고용 창출이 예상되며, 미국 역사상 천연식품 제조 시설로는 최대 규모의 투자로 평가됩니다.
이 같은 자신감은 탄탄한 실적에서 비롯됩니다.
초바니는 2023년 순매출 25억2000만달러(약 3조4000억원)를 기록했고, 2024년에는 전년 대비 17% 증가한 29억6000만달러(약 4조 원)의 매출을 달성했습니다. 영업이익(세전) 역시 5억900만달러(약 6900억 원)로 26% 늘며,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습니다.

다양한 패션 브랜드가 모여 있는 소호 거리에서, 초바니 카페는 뉴욕을 방문한다면 꼭 들러야 할 명소 중 하나로 꼽힙니다. 초바니의 대표 제품인 그릭 요거트(Greek Yogurt)는 일반 요거트보다 훨씬 더 걸쭉하고 크리미한 식감이 특징입니다.
유청을 걸러내 단백질 함량을 높인 것이 핵심으로, 건강함과 풍미를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초바니 카페는 단순히 요거트를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요거트 기반 메뉴를 실험·제안하는 테스트 키친 역할을 합니다.
이곳에서는 12가지 이상의 독창적인 요거트 레시피를 직접 맛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소비자가 토핑을 꺾어서 먹는 ‘플립’ 제품입니다. 뉴욕 카페 토핑 문화에서 유래된 다양한 조합이 전국 단위로 출시되면서 히트를 했죠. 우리나라서도 유명한 ‘비요뜨’의 원조격 제품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2019년, 초바니는 “더 이상 요거트 회사에 머물지 않겠다”며 오트밀크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초바니 오트(Chobani Oat)’ 브랜드를 론칭해 오트밀크와 오트 베이스로 만든 요거트 대체 제품을 선보였죠.
또한 초바니는 커피 크리머(creamer)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2019년 천연 재료 기반의 ‘초바니 커피 크리머’를 처음 출시한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며, 이 부문에서 빠르게 입지를 다졌습니다.
이 크리머 사업의 성공은 초바니가 커피 시장으로 확장하는 발판이 되었습니다.
2023년 12월, 초바니는 미국 필라델피아의 고급 커피 브랜드 라 콜롬브(La Colombe)를 9억 달러(약 1조2000억 원)에 인수하며 커피 시장에 본격 진출했습니다.

이 회사는 비건·글루텐 프리 방식으로 만든 스무디와 스프 등을 냉동식 형태로 공급하는 업체로, 초바니의 브랜드 철학과도 잘 맞습니다.
뉴욕과 아이다호 생산시설 확장 역시 이러한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1972년 튀르키예 동부의 쿠르드족 가정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양과 소를 키우며 치즈를 만들던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1994년, 더 큰 꿈을 품고 미국으로 건너온 그는 뉴욕주립대에 진학해 영어를 익혔지만, 곧 학업을 접고 사업에 눈을 돌렸습니다.
아버지로부터 “미국에는 맛있는 치즈가 없다”는 말을 들은 그는 2002년 뉴욕주 업스테이트 지역에 작은 치즈 공장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자본도 경험도 부족했던 치즈 사업은 곧 위기를 맞았습니다.
실의에 빠져 있던 2005년, 그는 우연히 신문 광고에서 ‘폐쇄 예정 요거트 공장 매각’ 소식을 접하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글로벌 식품기업 크래프트(Kraft)가 철수하며 비워둔 뉴욕주의 공장이 헐값에 나왔던 겁니다.
울루카야는 과감히 그 공장을 인수해 꼬박 2년 동안 실험과 연구를 거듭했습니다.
그릭 요거트 레시피를 직접 개발한 그는 마침내 2007년 첫 제품을 완성했고, 자신이 좋아하는 ‘목동’을 뜻하는 터키어 ‘초반(Çoban)’에서 영감을 받아 초바니(Chobani) 브랜드를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초바니는 무명 브랜드였음에도 입소문을 타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2005년 창업 당시 시장 점유율은 1%도 되지 않았지만, 불과 15여 년 만에 미국 요거트 시장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초바니는 2021년 7월 처음으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예비신청서를 제출하며 상장 절차를 시작했습니다.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기업명 ‘CHO’로 티커(symbol)를 예약하며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죠.
하지만 2022년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등으로 거시경제 환경이 악화되면서 IPO 시장 전반이 침체기에 들어갔습니다. 이에 초바니 이사회는 상장 시기를 늦추기로 결정했고, 결국 같은 해 9월 공식적으로 IPO 신청을 철회했습니다.
2023년에는 IPO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CFO를 영입하고, 구글·우버 출신 임원을 CMO로 데려오는 등 인적 보강을 마치며 재도전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시장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면서 또다시 상장이 무산됐습니다.
현재 초바니는 세 번째 IPO 도전에 나서 있습니다. 지난해 9월 다시 IPO 신청서를 제출하고 적절한 상장 시점을 모색 중입니다.
시장조사업체 르네상스 캐피털(Renaissance Capital)은 초바니를 2025년 가장 기대되는 IPO 후보 중 하나로 꼽기도 했습니다.
월가에서는 초바니가 기업가치 150억 달러(약 20조 원) 이상으로 평가받으며 “늦어진 만큼 더 화려하게 상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국 요거트의 제왕, 초바니는 과연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도 화려한 투자시장 데뷔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이번에도 신중한 행보를 택하며 ‘네 번째 도전’을 준비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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