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석의 축구 한잔] 징계 5연타에 승점 12점 삭감… 닮은 셰필드 웬즈데이와 충남아산, 그리고 다른 대응

(베스트 일레븐)
▲ 김태석의 축구 한잔
재정이 바닥나 선수에게 줄 임금이 없다고 선언한 충남아산 FC와 흡사한 사례가 영국에도 존재한다. 외견상으로 '막장' 운영처럼 보이는 무책임한 구단 행태도 닮았고, 결국 벼랑 끝으로 내몰려 중징계를 앞둔 상황마저 겹친 팀이 있다. 그리고 이를 대처하는 분위기는 너무도 달라 보인다.
'잉글랜드판 충남아산'인 셰필드 웬즈데이는 시쳇말로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 1867년 창단돼 잉글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클럽 중 하나로 꼽히며, 풋볼 리그 시절 네 차례 우승도 경험한 팀이지만 지금의 현실은 처참하다. 현재 챔피언십(2부) 소속인 셰필드 웬즈데이는 극단적으로 표현해 당장 문을 닫아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 놓였다.
태국 출신 구단주 데즈폰 찬시리 체제 이후 셰필드 웬즈데이는 재정적 붕괴를 반복해왔다. 충남아산 사태와의 유사성은 여기서부터 도드라진다. 최근 7개월 동안 임금을 체불하거나 지연한 달이 5개월에 달했고, 세금 역시 체납됐다. 영국 국세청에 따르면 세금 체납액만 100만 파운드(약 20억 원)다. 잉글랜드 풋볼 리그(EFL)는 올해에만 다섯 차례 이상의 페널티를 발동하며 선수단 영입 금지 등 각종 제재를 내려왔다.
그럼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선수단은 팬들을 위해 사실상 받을 수 있을지조차 불확실한 임금을 뒤로하고 경기를 뛰고 있다. 등록 선수 39명 가운데 헨드릭 페데르센 감독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전력은 15명뿐이다. 퇴장과 연이은 부상 탓에 A팀 골키퍼조차 사라지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분노한 팬들은 이달 초 코벤트리 시티전에서 피치에 난입해 "찬시리 구단주는 나가라"라고 외쳤고, 그 장면에 코벤트리 팬들마저 박수로 호응했다. 25일 밤 11시 힐스버러 스타디움에서 열릴 2025-2026 챔피언십 11라운드 옥스포드 유나이티드전에는 공개적인 시위가 예고돼 있다.
결국 도저히 안 되겠다고 판단한 영국 법원이 개입했다. 24일부로 셰필드 웬즈데이는 공식적으로 '법정 관리' 절차에 돌입했다. 국세청을 비롯한 채권단이 강제적으로 경영권을 회수해 통제권을 행사하는 법적 조치다.
이 조치에 따라 수차례 경고를 날리며 수위를 조절해온 EFL도 즉각적으로 후속 제재에 돌입했다. EFL 규정에 따르면 구단이 법정 관리를 밟으면 즉시 승점 12점이 삭감된다. 이에 따라 시즌 초반 승점 6점을 쌓았던 셰필드는 순식간에 –6점으로 최하위로 추락했다. 사실상 리그1(3부) 강등이 예고된 채 시즌을 치르게 된 것이다. 찬시리 구단주와 수뇌부는 매각 의사를 표명했지만 실현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러한 셰필드 웬즈데이 사태와 대비되는 EFL의 대응 방식은, 충남아산 문제로 곤란을 겪게 될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참고해야 할 선례로 보인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4일 K리그 26개 구단 모두에 K리그1 라이선스를 발급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안에 임금 체불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클럽 라이센스 발급 취소 여부를 재심의하기로 했다고는 하나, 이미 재정 문제로 정상적인 운영 자체가 의심되는 충남아산은 어찌 됐든 커트라인을 넘긴 상태다.
충남아산에 시간을 준다는 의도로 읽힐 수 있으나, 결코 바람직한 해법으로 보이지 않는다. 충남아산은 2026년까지 재정 건전화를 이루겠다는 장기적 로드맵만 제시했을 뿐, 이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외부에서는 알 길이 없다. 이는 '관리'가 아니라 단순 유예에 불과하다. 중요하게 여겨야 할 부분은 사고는 이미 터졌다는 것이다. 그러면 규정에 따라 현 시점에서 냉정하게 징계해야 한다.

EFL은 이미 동일 사안에 관해 다섯 차례에 걸쳐 징계를 분리해 부과했다. 임금 체불, 세금 체납, 지급 의무 위반, 공시 보고 위반, 재정 건전성 결여 등 각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개별적으로 제재를 가했다. 하나의 사안으로 병합해 바라보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리고 결국 법정 관리가 개시되자 규정에 따라 즉시 승점 12점 삭감을 단행했다. 그 과정에서 "회생을 지켜보자"는 식의 유예는 단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당장 문 닫을 위기인 구단에 가혹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규정과 제재는 특정 팀을 파괴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리그 기준과 질서를 지키기 위한 회복 장치다. EFL은 이미 연기가 나는 집에서 불이 났다고 판단하고 정해진 프로토콜대로 개입했다. 리그의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반면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바람이 불면 연기가 어쩌면 저절로 사라질 수도 있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듯해 아쉽다.
첨언하자면, 추후에는 모기업이나 지자체가 긴급 자금을 투입 혹은 추경할 경우 상황을 잠시 모면할 수 있다는 여지를 더는 허용해서는 안 된다. 이는 단지 '모르핀 주사'일 뿐이며, 위기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지 못한다.
재정 준비가 되지 않은 팀이라면, 클럽 라이선스 박탈과 같은 강도 높은 조치도 주저해서는 안 된다. 규정을 철저히 지키는 팀만 바보가 되는 리그가 돼서는 안 된다. 그것은 결코 건강한 리그가 아니다. '땀 흘리는 선수' 운운해서도 안 된다. 땀은 K리그 모든 구성원들이 다 흘린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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