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알려준 비번’·‘박성웅 추궁’…임성근 구속 결정적 장면들

김영훈 2025. 10. 2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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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 현장에서 무리한 수색 작전 지시로 순직 해병 사망 사고 등 업무상 과실치사상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이 어제(24일) 새벽 구속됐습니다.

순직해병 특검팀은 최근 배우 박성웅 씨로부터 임 전 사단장, 그리고 '구명로비 의혹' 핵심 인물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와 함께 만났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특검팀은 이같은 물증 등을 근거로 임 전 사단장이 안전 장비를 지급하지 않고 '바둑판식 수색' 등 무리한 지시를 내려 부대원들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을 방지해야 하는 의무를 저버렸다며 구속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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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직해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어졔(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대기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수해 현장에서 무리한 수색 작전 지시로 순직 해병 사망 사고 등 업무상 과실치사상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이 어제(24일) 새벽 구속됐습니다. 순직 해병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 2년 3개월, 특검팀 수사 개시 114일 만이었습니다.

핵심 사유는 바로 '증거 인멸의 우려' 였는데, 사건이 일어난지 수 년 지났음에도 재판부가 이를 인정한 근거는 뭐였을까요?

구속영장 심사 당시 특검팀이 제시한 핵심 근거들을 KBS 취재팀이 확인했습니다.

■'하나님 사랑' 덕분에 2년 만에 기억난 비밀번호?…알고보니 누구나 외울 수 있던 '단순 나열식'

임성근 전 사단장은 순직해병 특검팀의 영장 청구 직전, 갑자기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제출했습니다. 공수처에서 수사를 시작한 이래 단 한 번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던 그 비밀번호 였습니다.

이에 대해 임 전 사단장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오늘은 제가 신앙하는 하나님의 사랑과 가호를 느끼게 된 날입니다"

"공수처와 특검으로부터 휴대폰을 돌려받은 후 잊어버린 비밀번호를 찾아내기 위해 셀 수 없이 많은 시도를 거듭하였지만 실패를 거듭하다가 새벽 2시 30분쯤 기적적으로 그 비밀번호를 확인했습니다"

-임성근 전 사단장의 블로그에서 발췌

그런데 이 비밀번호, 1234 혹은 ABCD 와 같이 단순한 나열식이며 규칙적이어서 누구나 쉽게 기억할 수 있는 비밀번호 였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비밀번호는 예시입니다.)

20자리에 달한다고는 하나, 2년 넘게 잊고 있다가 갑자기 생각날만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특검팀의 판단이었습니다.

특검팀은 영장심사에서도 "구속영장 청구가 임박한 시점에 갑자기 기억났다고 하는 것은, 수사기관을 사실상 우롱하는 처사"라며 적극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종호 전 블랙펄 인베스트 대표


■"나를 언제 봤습니까"…'불리한 진술' 박성웅에 지속적 연락

순직해병 특검팀은 최근 배우 박성웅 씨로부터 임 전 사단장, 그리고 '구명로비 의혹' 핵심 인물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와 함께 만났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임 전 사단장은 그동안 "이종호 전 대표와는 일면식도 없고 그런 분이 존재한다는 것은 언론을 통해 알게 됐다"고 했었는데, 박 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 진술은 거짓이 되는 상황이었죠.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이 이 전 대표와 박 씨와 함께 만났다는 언론보도가 나오자, 박 씨에게 집요하게 연락해 추궁했습니다. 2시간 넘게 연락하며 "나를 언제 봤습니까?"라고 따지기도 했다고 전해집니다. 이후에도 문자메시지와 음성메시지를 통해 '스토킹' 수준의 괴롭힘을 한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이에 박 씨는 임 전 사단장이 접촉한 내용을 특검팀에 알린 것으로 전해집니다.

특검팀은 영장심사에서 이같은 일화를 공개하며 임 전 사단장이 현 시점에서도 주요 참고인을 회유하거나 겁박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재판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 임 전 사단장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바둑판식 수중수색 사진'

임 전 사단장의 '증거인멸 정황' 만큼, 혹은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임 전 사단장의 혐의가 소명되느냐 하는 점이었습니다.

이에 특검팀은 임 전 사단장이 '무리한 지시를 내리고, 이를 보고 받은' 또다른 회심의 증거를 제시했습니다.

임 전 사단장이 당시 공보정훈실장으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로 받은 수중수색 중인 사진이 포함된 12장의 사진과 메시지였습니다.

임 전 사단장은 이에 '훌륭하게 공보업무를 했다'고 칭찬하는 한편, 사진을 다운받아 직접 휴대전화에 저장하기도 했습니다.

순직 해병 사건이 발생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 무리한 수중 수색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정황입니다.

특검팀은 이같은 물증 등을 근거로 임 전 사단장이 안전 장비를 지급하지 않고 '바둑판식 수색' 등 무리한 지시를 내려 부대원들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을 방지해야 하는 의무를 저버렸다며 구속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피의자, 해병 사망에 책임 없나"…재판부의 질책

임 전 사단장 측은 영장심사에서 특검팀의 물증 제시에 적지 않게 당황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자신에 대한 증거인멸 및 관계자 회유 정황 증거에 대해 제대로 반박하지 못한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다만 임 전 사단장은 지난 8월 특검에 출석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도의적 책임은 있지만 법적 책임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순직해병 특검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당시 사단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지만 작전통제권이 없었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책임질 게 없다고 알고 있다"

-임성근 전 사단장 (지난 8월, 특검 출석 당시)

이에 서울중앙지법 이정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경북 예천군 수해 현장은 위수 지역을 벗어난 것인데, 그런 것에 대해서 피의자는 책임이 없냐"는 취지로 질책하자, 임 전 사단장은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결국 법원은 임 전 사단장에 대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특검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임 전 사단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성공한 특검팀은 의혹의 당사자인 임 전 사단장을 상대로 '멋쟁해병·종교계' 구명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방침입니다.

■암초 만난 '수사 외압 수사'…윤석열 전 대통령 조사는 언제?

하지만 해병특검의 수사 중 '수사 외압' 부분은 큰 도전에 직면했습니다.

임 전 사단장 구속과 달리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수사외압' 의혹 관련 핵심 피의자 5명의 구속영장이 동시에 기각됐기 때문입니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어제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어느 정도 소명되나 주요 혐의와 관련해 법리적인 면에서 다툴 여지가 있고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책임 유무나 정도를 결정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며 이 전 장관 등 피의자 5명에 대해 특검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이에 이 전 장관 등 구속을 토대로 의혹의 정점인 윤석열 전 대통령 조사에 나서려던 특검팀 계획에도 차질을 빚게 됐습니다.

정민영 해병특검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 조사를) 급하게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검팀은 우선 이 전 장관 범인도피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먼저 마무리하며 숨고르기에 나선 뒤 윤 전 대통령을 조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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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기자 (hun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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