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입구에 웬 고인돌 같은게…근데 그거 뭐지? [그거사전2]
[그거사전 - 85] 아파트 입구에 휘황찬란 대문 ‘그거’
![서청주파크자이의 화려한 문주. 전기세 많이 나오겠다는 쓸데없는 걱정이 밀려온다. [사진 출처=GS건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25/mk/20251025085402784qzhn.png)
원래 아파트 문주는 출입구 초입에서 단지명을 알리는 머릿돌의 역할만 수행했지만, 이제는 아파트 단지의 대문이자 첫인상을 결정하는 요소로 자리 잡았다. 덕분에 문주는 점점 더 커지고 화려해지는 추세다. 압도적인 위용을 뽐내는 디자인에, 수천 개의 조명이 형형색색 빛을 뿜어내는 상징물로서의 문주가 경쟁적으로 등장했다.
문주는 2000년대 초반 래미안·자이·롯데캐슬 등 건설사 이름 대신 독자적인 브랜드를 강조한 아파트가 등장하며 함께 나타난 건축 양식이다. 문주가 브랜드 정체성을 규정하는 핵심 요소가 된 것이다. 최근 고급 아파트와 차별화한 하이엔드 아파트 브랜드들이 속속 등장하며 천하제일문주대회도 열기를 더해갔다. 강남권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신규 주택 공급의 중요한 축이 되면서, 재건축조합이 ‘화려한 문주’를 주문하는 것도 열기에 기름을 부었다. 그렇게 문주는 아파트 단지의 가치 척도가 됐다.
![2003년 준공된 서울 서초구 방배래미안타워의 소박한 문주. 물론 집값은 소박하지 않다. [사진 출처=삼성물산]](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25/mk/20251025085404103deov.png)
![디에이치 반포 라클라스의 화려한 문주. ‘귀멸의 칼날’ 우즈이 텐겐이 보면 “화려하군!”이라고 말할 듯하다. [사진 출처=현대건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25/mk/20251025085405430zlsm.png)
![우주선 인가 싶지만 우주적 문주다. DL이앤씨가 북가좌6구역 재건축 사업에 제안한 530미터 길이의 초대형 문주. [사진 출처=DL이앤씨]](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25/mk/20251025085406785ucgp.png)
돈 낭비 아닌가 - 싶지만, 오히려 돈을 아끼는 방책이다. 건물 외벽 도장을 비롯한 디자인, 커뮤니티 시설 등에 비해 설치 비용은 저렴하고 홍보 효과는 탁월하기 때문. 문주가 도시정비사업으로 들어갈 경우 조합원 부담금에 포함돼, 건설사 입장에서도 비용을 아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문주를 두고, 입주민의 자존심 대결이 펼쳐진 경우도 있다. 신축 아파트가 우후죽순 들어섰던 서울 한 지역에서는 한 아파트 단지가 ‘아름답고 우람한’ 문주를 짓는 것을 보고 맞은편 단지 주민들이 이미 기초공사가 끝난 문주를 헐고 다시 지은 사례도 있다.
문주는 K-아파트의 독특한 양식이다. 로제의 노래처럼 아.파.트.라고 정직하게 발음하자. 해외에도 크고 조형적인 입구 장식물은 분명히 있다. 중국의 대단지 아파트나 동남아시아의 고급 맨션, 빌라 등에 출입 보안을 겸해 화려한 문주를 설치한 경우가 확인된다. 하지만 K-아파트의 문주처럼, 동네마다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양식은 아니다.
![태국 방콕에 위치한 타운하우스 Pleno Rama 9 - Krungthep Kreetha의 거대한 문주. 커도 너무 크다. [사진 출처=AP Thai]](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25/mk/20251025085408051bpzj.png)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일가가 소유한 영국 스코틀랜드의 턴베리 골프장 일대 전경. 입구의 간판은 모뉴먼트 사인, 엔트런스 모뉴먼트라고 한다. [사진 출처=AP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25/mk/20251025085410657lyps.png)
집에 대한 확장된 인식은 당연하게도, 그리고 애석하게도 외부인에 대한 배제로 이어진다. 신축 아파트 입주민들이 단지 출입을 제한하는 보안용 펜스(울타리)나 스크린 도어를 설치했다가 인근 주민이나 관할 관공서와 마찰을 빚은 뉴스가 종종 들리는 이유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이 단지 내 놀이터에서 놀던 외부 초등학생 5명을 경찰에 신고한 뒤 관리실에 구금한 사건도 있었다. 신고 이유는 주거침입죄와 재물손괴죄였다. “남의 아파트 놀이터에 오면 도둑인 거 몰라?”라며 아이들을 겁박하던 회장은 결국 회장직에서 해임됐다.

![타단지 놀이터에서 놀았다가 주거침입죄로 신고당한 아이가 적은 글.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사진 출처=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25/mk/20251025085413355rwyv.png)
서울시 알짜 재건축·재개발 단지처럼 한 톨의 용적률도 아쉬운 경우, 공공보행통로를 활용한 24시간 개방형 아파트 단지 조성을 전제로 시에서 용적률을 상향시켜줬더니³ 입주 이후 말을 바꾸고 불법 담장을 설치한 경우도 많았다. 특히 2미터 이하의 담장은 사전 허가 없이 불법으로 설치했어도 시정 명령과 이행강제금 부과 대상이 되지 않는다.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법조차 입주민 편이 아닌 듯하지만, 법령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국토계획법상 지구단위계획 수립 지침에 따르면, 공공보행통로 지정에 앞서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소음, 사생활 침해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위치를 고려하고 통로 주변에 나무 등을 심는 등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 향후 주민과 보행자 간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안을 강구하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또 공용도로에 관련한 법적 분쟁 판례를 보면, 인근 주민의 통행권⁴보다 대지 소유자의 재산권 행사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이기도 하다. 법원은 소유자가 공공보행통로나 도로를 차단했더라도 ‘우회로가 아예 없어 일상생활에 실질적 지장이 크거나’ ‘불특정 다수가 아닌 특정인에 한해서만 통행을 방해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통행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원래 도로는 국가나 지자체가 소유한 공공 자산이다. 하지만 공공보행통로처럼 사유지 내에 위치하며, 도로법 등 법률에 따라 만들어지지 않은, 하지만 사람들이 관습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사실상 도로’가 존재한다. ‘현황도로’ ‘관습상 도로’ ‘비법정 도로’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이 회색 도로는 생각보다 촘촘하고 방대하다. 국토연구원의 2022년 연구에 따르면, 전국 대도시 7곳의 전체 도로 면적대비 9.3%가 사실상 도로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자체 중 사실상 도로의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대구로, 27.1%에 달한다. 도로 셋 중 하나는 누군가의 사유지란 소리다.

![김고은·김승훈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2022), ‘‘사실상 도로’의 관리를 위한 기초 현황 분석 연구’ 보고서 표 인용. [사진 출처=국토연구원]](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25/mk/20251025085415867uemr.png)
단순히 이기심의 발로가 아니라, 실질적인 피해를 줄이기 위한 궁여지책이기도 하다. 2016년 아파트 놀이터 운동기구에 다친 어린이가 입주민이 아니더라도 아파트 측이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온 바 있다. 운동기구에 손가락이 끼어 다친 어린이의 부모가 아파트 측에 54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고, 법원은 입주자대표회의와 시설관리 위탁업체에 83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을 내렸다. 아파트 측은 놀이터에 게시된 수칙에 ‘외부인은 사용을 삼가해 주십시오’ ‘외부인의 사용 중 사고에 대해서는 일제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등 문구를 기재해놨다며 면책을 주장했다. 법원은 안전 관리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면책 주장을 일축하면서도, ‘원칙적으로 사용을 금하는’ 표지판을 고려해 아파트 측의 책임을 70%만 인정했다.
이 판례는 아파트 주민들에게 어떤 교훈을 남겼을까. 다친 아이에게 조금이나마 실질적인 도움이 돼 마음의 짐을 덜었다 - 일까. 다소 각박한 표지판이 없었더라면 100% 과실이었는데, 그나마 다행이네 - 이려나. 손해배상에 따른 보험료 지출 부담, 시설 유지보수 비용의 증가, 기나긴 소송전 같은 일련의 사태가 두 번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아예 아파트 단지를 꼭꼭 걸어 잠그는’ 쪽일까. 이성/이상적으로는 어렵지만, 감정적으로는 간명한 문제다.
공공보행통로 문제는 ‘우리 단지’와 ‘너희 단지’의 갈등으로 비화하기도 한다. 2025년 10월 A 아파트 단지 입주자대표회의는 단지를 관통하는 중앙 통행로에 카드 인식 출입문과 펜스 등 설치를 추진하며 사실상 공공보행로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공공보행통로가 없으면 지하철역까지 더 먼 길로 우회해서 가야 하는 B단지 주민은 반발했다. A단지 측은 B단지 청소년들이 A단지 지하 주차장에서 소화기를 무단 분사한 사건, B단지 입주민이 중앙 보행로에서 넘어져 A단지로부터 보험금을 수령한 사건 등을 이유로 “여러 부담이 전적으로 (A단지) 입주민에게 전가되고 있다”라고 폐쇄의 이유를 밝혔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 사달이 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B단지 입주민이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아파트 홍보글을 올리며 “우리 단지는 (A단지와 달리) 외부인이 없어 안전하다”고 언급했다는 것. 이에 감정이 상한(=긁힌) A단지 입주민이 “그 위험한 외부인이 바로 너희”라고 맞받아치며 말다툼을 벌인 것이 공공보행통로 폐쇄 추진까지 이어졌다는 얘기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아파트 편이다. 어느쪽 손을 들어줘도 말이 되기 때문이다. 한쪽은 화날 만 했고, 다른 한쪽은 억울할 만 했다.
![고덕아르테온 내부 보행로 진입로에는 현재 볼라드와 임시 펜스가 설치돼 있다. 곳곳에는 ‘이 보행로는 사유지’라는 취지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래서야 A단지라고 쓴 게 의미가 없어진다. [사진 출처=연합뉴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25/mk/20251025085417168ljvh.png)
“그럴려면니들도 박으로나오지밀고 그터안에서만살아라.⁶”
문주의 헛됨과는 별개로, 암묵적인 배려와 사회적 합의를 망치는 ‘소수의 이기심’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나의 작은 이기심은 상대방의 더 큰 이기심을 부르는 법이다. 그렇게 호의와 신뢰가 무너진다. 이윽고 모두의 길은, 나의 권리와 타인의 권리가 피 흘리며 싸우는 전장으로 돌변한다. 혹여 나는, 당신은 누군가 ‘박으로나오지밀게’ 만들지는 않았나.

![한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 부착된 안내문. 어린이 아이콘과 금지 아이콘이 함께 쓰인 이미지는 (내막을 알아도) 씁쓸할 수밖에 없다. [사진 출처=X 캡처·연합뉴스 재인용]](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25/mk/20251025085419814ndxr.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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