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된 CCTV, 흔들리는 진술…거짓말쟁이는 누구일까[법정 417호, 내란의 기록]

지난해 12·3 불법 계엄 선포 직전 윤석열 전 대통령이 열었다는 국무회의는 내란 관련 사건 재판에서 중요한 지점 중 하나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이 계엄 선포 사실을 사전에 알았는지, 만약 알았다면 왜 막지 않았는지 등에 따라 이들에게 적용되는 혐의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재판장 류경진)가 24일 연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재판에서는 계엄 당일 행적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특검은 이 전 장관이 사전에 윤 전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계엄을 모의하고도 이를 방조했다고 보고 있다. 특검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3일 점심 무렵 행안부 주최 ‘국민 통합 김장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울산으로 향했다. 이후 울산시청에서 열리는 중앙지방정책협의회 회의에 참석하고 만찬까지 한 뒤 돌아올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날 오전 갑자기 만찬 일정이 취소됐다. 이 전 장관이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 참석한 뒤 집무실에서 김 전 장관과 따로 만난 뒤였다. 울산에 갔다가 예정보다 빠르게 서울로 돌아온 이 전 장관은 이후 윤 전 대통령 게엄 선포 직전까지 대통령 집무실에 있었다.
이 전 장관 측은 줄곧 “몰랐다”는 입장이다. 이날 재판에서도 이런 점을 부각하려고 애썼다. 당시 김장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했던 행안부 주무관 이모씨에 대한 증인신문에서 이 전 장관 측 변호인단은 “사전에 장관 보고용으로 작성된 38페이지 분량 보도자료를 피고인(이상민)이 들고 다닐 수 없지 않느냐. 비서실에서 매일 아침 ‘장관 일일 일정표’를 별도로 작성해서 드리는 것을 아느냐” “12월3일처럼 일정이 복잡할 때는 피고인이 직접 소지하기도 하는데 그걸 본 적 있느냐”고 물었다.
지난 13일 같은 법원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가 진행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 2차 공판에서 공개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이 전 장관이 한 전 총리에게 문건을 건네는 모습이 나온다. 이 전 장관 측은 “김장 행사 관련 문건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증인은 “행사를 준비하는 실무자였고, 워낙 바빴기 때문에 장관님 모습을 그렇게 살펴볼 여유까지는 없었다”고 했다.
그 다음 출석한 증인은 달랐다. 이 전 장관 수행비서로 근무했던 손모씨는 법정에 나와서 ‘매일 아침 장관 일정표가 한 장 분량으로 준비되느냐’는 검찰 질문에 “그렇다. 제가 항상 갖고 다닌다”고 답했다. ‘장관이 직접 일정표를 소지하고 증인에게 보여주면서 ‘이 일정이 어떻게 되느냐’고 확인을 구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적 없다”고 했다. 이 전 장관이 그날 일정표를 직접 확인하는 모습을 본 적도 없다고 했다.
그는 또 이 전 장관이 개인 휴대전화와 비화폰을 둘 다 갖고 있었는데, 대부분 개인 휴대전화를 쓰고 비화폰을 쓰진 않았다고 했다. 손씨는 “비화폰은 제가 갖고 다녔고, 장관님이 사용한 게 매우 드물다”며 울산에서 행사를 마치고 올라오는 KTX 열차 안에서는 “장관님이 먼저 비화폰이 있냐고 물어보셔서 드렸다”고도 했다. 특검은 이때 이 전 장관이 김 전 장관과 재차 통화하며 도착시간을 알렸다고 보고 있다.
이에 변호인단은 “보통 일정표를 양복 주머니에 넣고, 그걸 보고 받으니까 꺼내 볼 일은 없다. 그걸 계속 옷에 넣고 다니다가 집까지 가져간 것”이라며 “(증인도) 피고인이 바지나 재킷에 뭘 넣고 다니는지는 잘 모르는 것 아니냐”며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부터 줄곧 ‘김장 행사’ 문건을 주장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 선포라는 안건에 대해 토의가 이뤄졌다”며 절차 위반은 없었다고 했고, 이 전 장관도 이에 대해 “이전에 이렇게 열띤 토론이나 의사 전달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계엄 당일 대통령실 CCTV 영상을 보면 국무회의 정족수가 채워진 뒤 회의가 이뤄진 건 2분정도뿐이었다. 김용현 전 장관이 강의구 전 부속실장을 통해 계엄 문건을 국무위원들에게 나눠줄 때 윤 전 대통령이 오후 10시18분쯤 갑자기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접견실을 나가는 장면이 찍혔다. 이후 계엄이 선포됐다.
한 전 총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안덕근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조규홍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일반 국무회의 절차와 많이 달랐다고 밝혔다. 이에 이진관 재판장은 피고인과 증인들을 향해 “국무위원으로서 뭘 했느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이 재판장이 “비상계엄은 그 자체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런 상태에서 국무총리였던 피고인은 국민을 위해 어떤 조치를 했느냐”고 물었다. 한 전 총리는 “국무위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더 확실히 의견을 얘기하도록 요청했다”며 얼버무렸다.
국무위원들이 최소한의 행위도 하지 않고 불법 계엄 선포를 방조할 동안 윤 전 대통령은 ‘제2의 계엄’도 꿈꾸고 있었다.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가 24일 진행한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뒤 김 전 장관에게 화를 냈다는 취지의 증언이 또 나왔다.
계엄 당시 방첩사 기획관리실장이었던 박성하 대령은 증인으로 나와서 합동참모본부에 파견됐던 김명수 중령이 단체 대화방에 보낸 메시지 내용을 증언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이 김 전 장관에게 “의원들부터 잡으라고 하지 않았느냐”며 소리치며 들어왔고, 김 전 장관이 “인원이 부족했다”고 하자 “핑계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또 “계엄 해제가 의결됐어도 새벽에 다시 비상계엄을 선포하면 된다”는 내용도 메시지로 확인했다고 했다.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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