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이어 야구까지… '세금 구단' 창단 열풍의 불편한 진실 [스한 위클리]

이재호 기자 2025. 10. 2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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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026 K리그2(2부리그)에는 경기 파주, 용인, 경남 김해가 시민구단을 창단 혹은 승격하기로 하면서 프로인 K리그1과 K리그2에는 무려 18개 시도민구단(전체 29개 구단)이 활동하게 된다.

이들이 물론 기업의 후원을 받고 마케팅 등을 통해 수익을 내지만 운영자금 대부분은 시 혹은 도에서 나온다. 즉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이미 심화된 '세금 리그' 논란 속에 이번에는 야구까지 가세했다. 울산시가 프로야구단 창단 계획을 밝히며, 우선 퓨처스리그(2군) 단계에서 시민구단 형태로 운영하겠다고 발표한 것.

결국 이 구단의 운영비 또한 대부분 세금으로 충당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저변 확대는 좋지만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도민구단이 늘어나는 것은 옳은 일일까.

ⓒ연합뉴스

▶모두가 FC 바르셀로나가 될 수 없다

시도민 구단의 취지는 좋다. 시도민이 그 스포츠를 사랑해 모금을 통해 구단을 운영한다는건 동화같은 일이다. 실제로 세계적인 축구 명문인 스페인의 FC 바르셀로나가 바르셀로나 시민들로 구성된 '소시오'로 운영된다.

문제는 '재정'이다. 일본 프로야구 히로시마 카프가 히로시마 시민구단으로 창단돼 운영되다 재정난을 이기지 못하고 현재의 마쓰다 자동차에 매각돼 기업구단화됐다. 한국의 대전 하나시티즌도 원래 대전 시티즌이라는 시민구단으로 운영되다 지속적인 경영난 등을 이유로 지난 2019년 하나금융그룹에 인수돼 기업구단으로 재창단됐다.

이처럼 시민구단은 결국 재정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한국처럼 내수시장이 크지 않고 스포츠 자생력이 부족한 현실에서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이 최초의 시민구단인 2002년 대구FC 이후부터 20여년간 증명됐다. 당장 최근 충남아산FC는 대놓고 경영난으로 선수단에 '임금체불'을 하겠다고 선언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선수단 임금 체불을 하겠다고 선언한 충남아산FC

▶이미 1200억이상 세금 쓰는 축구… 야구는 1군 운영비만 500억

지난 7월 광주시의회가 발간한 예산정책보고서 중 '2025년 프로축구 시도민구단 예산 지원 현황'에 따르면 컨소시움(충청북도, 청주시, 청주FC 사회적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는 충북청주FC를 빼도 나머지 17개 시도민구단은 각각의 시와 도에서 총 1216억원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민구단'이 아닌 '시립구단'인 셈이다.

가장 많이 받는 수원FC는 무려 161억원을 받고 있고 가장 적게 받는 안산 그리너스도 48억원에 달했다.

즉 1200억원의 세금이 축구단 운영에 매년 투입되고 있는 상황인데 내년에는 3개 구단이 더 투입된다는 것이다. 통계에 빠진 충북 청주에 나머지 3개구단의 최소 운영비인 50억원을 합치면 최소 200억원이 더해져 내년에는 최소 1400억원은 프로 축구에 투입된다.

물론 의미있게 운영된다면 그 존재가치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성적만 놓고 봐도 2002년 대구FC의 창단 이후 수많은 시도민구단이 생겼지만 K리그1 우승을 차지한 사례는 23년간 없었다. 시즌이 끝나면 강등되는 팀, K리그1과 K리그2의 하위권은 대부분이 시도민구단이라는 것은 K리그 역사가 증명한다.

많은 관중이라도 온다면 모르겠지만 그나마 새구장 개장 이후 몇 년간 평균관중 1만명 내외를 기록한 대구 정도를 제외하곤 대부분 평균관중 3000여명 내외다. 비인기 시도민구단끼리 경기하면 1000여명의 관중이 전부인 경우가 다반사.

상황이 이러한데 울산시가 내년에 2군리그에 참가할 야구단을 창단하기로 하면서 야구 시민구단 운영에 최소 50억원 가량을 투입하기로 했다. 울산시는 3년 정도는 직접 구단을 운영하고, 이후에는 공모를 통해 시민이나 지역 기업의 참여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안.

축구단이야 아끼고 아껴 100억원 내외로 운영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야구단은 나중에 1군까지 승격한다면 운영비가 4~500억원 이상이 든다. 울산시가 밝힌 것처럼, 당분간 3년간은 시가 직접 구단을 운영하고 이후 시민과 지역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그 과정이 실제로 얼마나 쉽지 않을지는 의문이다. 만약 울산시가 정말 1군 진입까지 노린다면 1군 구장이 될 수 없는 문수야구장의 재정비, 혹은 재건축에 수백억원의 금액이 추가로 필요하다.

울산 문수야구장. ⓒ연합뉴스

▶지방선거와 연속성

그렇다면 갑자기 왜 이렇게 축구와 야구에 시민구단 열풍일까. 내년 6월이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축구단, 야구단 등이 생기면 자연스레 관련 직종 종사자들의 표심을 얻을 수 있고 또한 구단을 운영하기 위해 연관된 이들의 환심을 살 수 있다. 한국 최고 인기 스포츠인 축구와 야구를 좋아하는 팬들 역시 창단 첫해 소위 '오픈빨' 효과로 시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할 가능성도 크다. 또한 곧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 시장들은 선거운동 때 쓸 자신의 뚜렷한 업적을 추가할 수 있다.

정치인들은 선거에 붙기 위해서는 뭐라도 할 수 있다. 내돈도 아닌 어차피 시의 체육예산으로 잡힌 돈을 돌려 다른 방식으로 표를 얻어낼 수 있다면 밑지는 장사가 아닌 셈이다.

문제는 당장 울산시만 해도 부채가 1조원이 넘어 있고 지난 20일에는 김해FC가 K리그2로 승격하게 되면서 기존 39억원에서 60억원으로 예산 증액을 요구했다가 김해시의회에 심사 보류되는 등 논란을 겪기도 했다.

연속성 역시 큰 문제다. 창단은 했지만 당장 내년 6월에 시장이 바뀌게 되면 자연스레 전임 시장의 업적 지우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 성남FC만 해도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후원금 문제로 성남FC가 체육면보다 정치면에 더 많이 노출되자 새롭게 부임한 신상진 시장은 "해체까지 검토하겠다"며 축구단을 홀대했다. 가뜩이나 시도민구단의 최대 약점이 '구단주가 바뀌면서 연속성이 없다'는 것인데 정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는 상황에서 반대 진영 시장이 당선되면 시도민구단은 오히려 공격거리로 정치화 된다.

매번 하위권에만 머물며 어떤 비전도 보이지 않고 보은성 인사로 경영진이 꾸려지는 시도민구단들의 계속되는 창단. 그리고 새어 나가는 연간 수백억원의 세금. 외형확장에 웃을 때 누군가는 한번쯤 되돌아 생각해볼 시간이다.

파주시민축구단이 선임한 제라드 누스 신임 감독과 김경일 파주시장 . ⓒ파주시민축구단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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