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싸고 인력 넘쳐… 韓 기업, 중국행 러시 [돌아오지 않는 기업들②]
외자 3법 시행, 투자 장벽 낮춰, 넓은 시장·저렴한 인건비 강점
한중 산단 3곳에 韓기업 집결

중국 정부는 그간 창업을 저해해 온 허들을 전부 완화, 철폐하고 창업자들이 자유롭게 교류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그렇게 ‘해외 기업’들을 유치하는 발판이 됐다.
25일 중국 정부와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은 외자 3법(외자기업법, 중외합자경영기업법, 중외합작경영기업법)을 통합한 ‘외국인투자법(外商投資法)’ 및 실시조례를 2020년 1월1일부터 전면 시행했다. 대외 개방의 기본 국책을 유지하면서도 ‘내국민대우+네거티브 리스트’ 관리 제도를 확립된 것이다. 전(全) 산업 투자가 가능토록 ‘내·외자 동등 대우 원칙’ 원칙을 확립했다는 게 큰 의의다.
산업협력단지에도 힘을 실어 창업자들의 스킨쉽을 보다 용이하게 했다. 중카이(仲恺)하이테크개발구에 위치한 한중 후이저우(惠州) 산업협력단지와 옌타이하이테크개발구, 옌청(盐城)경제기술개발구의 한중 옌타이(烟台)산업단지, 한중 옌청(盐城)산업단지까지 대규모 ‘한중 산업단지’는 3곳에 이른다.
그 중에서도 한국기업 유치를 위해 특별히 만든 후이저우 산업협력단지의 경우 지난 2022년 3월 말 기준 305개 한국기업이 입주해 실제 투자금액 10억5천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들 산업단지에는 삼성, LG, 효성 등 국내 굵직한 기업들이 자리했다. 외국인 투자 장벽이 낮아진 중국으로 기업이 향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프라다. 넓은 시장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공장을 운영할 수 있는 데다 넘치는 인력시장은 구인난에 허덕이는 한국과 대비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외자 프로젝트의 대형화 및 일체화 추세가 꾸준히 강화되며 중국 내 외국인직접투자금도 늘고 있다.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 금액은 2021년 최초로 1조위안(한화 약 196조9천200억원)을 돌파했고, 올해 3월 누적 기준 962억달러(한화 약 135조744억원)를 기록했다. 주로 전기·전자, 반도체, 첨단 생산기지가 위치한 지역에 투자가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제조업에서의 對 중국 투자가 절대적 우위에 섰다. 2024년 누적 기준 제조업 투자 실행액이 784억달러로 대중 누적 투자액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금융업과 도소매업이 각각 5.4%, 4.7%의 비중으로 그 뒤를 이었다.
정재철 서울시립대학교 명예교수(경제학 박사)는 “인건비, 시설설비 등 자본 투자 부분에 있어 중국 현지 창업이나 투자는 당연히 강점이다. 또 이들 기업이 해외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국내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국내 산업 시장의 경우 규제만 확대되고 지원도 적어 국내 투자자들이 한국을 등지고 외국으로 나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이를 기반으로 엄청난 성장을 하는 반면 계속해서 늘어나는 국내 시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침체할 수도 있다”면서 “과감한 투자 환경과 같이 안심하고 기업 할 수 있는 국내 환경이 기반이 되지 않으니, 기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설 땅을 잃고 새 땅을 찾아가게 되는 일이 반복된다”고 덧붙였다.
중국에서도 특히 산업의 메카로 불리며 수많은 글로벌 기업이 자리하고 있는 ‘상하이(上海)’. 그 중심엔 여러 한국 기업인이 한 축이 돼 중국의 경제를 이끌고 있다. 하늘을 찌를 듯 높게 솟은 고층 빌딩 숲에서 언어의 장벽,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고 십수년전 창업해 경제를 굴리고 있는 이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 17년째 상하이에 뿌리내린 ‘한국인 무역상’
붉은 오성기가 곳곳에 놓여 있는 구베이 상업지구 8층에 위치한 글로벌 종합상사 ‘윤네트웍스’, 상윤무역에 들어서자 현지임을 증명하듯 중국어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통창을 통해 상하이시가 내려다 보이던 사무실 한 곳에서 직원과 이야기 중인 박상윤 대표를 만났다. 1963년생인 박 대표는 17년째 윤네트웍스를 이끌고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한 대기업 직원으로 평범한 삶을 살던 박상윤 대표는 어느 날 상하이 주재원 발령을 받았고, 1996년 가족과 함께 상하이로 이동하며 중국에서의 삶이 시작됐다. 대만에서 유학하며 익혔던 언어지만 10여년만에 벌려보는 입에선 중국어가 나올리 만무했고, 손짓 발짓으로 주재원 생활을 하던 그는 어느덧 현지 사무소장까지 맡게 됐다.
그는 12년간의 주재원 생활을 통해 현지에 깊숙이 녹아들었다고 한다. 2008년 한국 복귀 시점이 다가왔을 때 이미 상하이 생활에 익숙해진 아이들의 교육과 생활환경을 고려해 홀로 귀국길에 올랐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품어왔던 무역회사 창업의 꿈을 잊지 못한 박 대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표를 제출하고 가족이 있는 상하이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창업은 한국과 달리 ‘초기 자본금 부담이 없다’는 중국 정부의 정책 덕에 수월했다고 한다. 초기 자본금 즉시 납부 의무가 없는 중국의 정책 덕분에 박 대표는 한국 생활을 정리한 해인 2008년, ‘윤네트웍스’의 문을 열 수 있었다. 가족 생활비조차 넉넉하지 않았던 당시, 그는 회의실도 없는 작은 사무실에서 몇 안 되는 직원들과 함께 사업을 시작했다. 아이템 발굴부터 거래, 정산까지 맨몸으로 헤쳐나간 ‘윤네트웍스’는 현재 연매출 수십억원을 달성하는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 “중국 정부는 창업에 후한 나라다”
박 대표는 중국 정부를 “창업에 후한 나라”로 평가한다. 중국은 외자 유치 및 혁신 성장을 위해 관련 법규를 정비하고 지역별로 파격적인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선 중국 정부는 외국인의 사업 종류를 장려항목, 제한항목, 금지항목으로 구분한다. 특히 자유무역시험구(FTZ)에서는 네거티브 리스트를 적용해 투자 허용 항목을 확대하며, 리스트에 없는 항목에 대해서는 내자 기업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가 100% 단독 투자하는 외상독자기업(WFOE) 외에도 중국 파트너와 공동 출자하는 중외합자기업, 기술이나 노동력으로 협력하는 중외합작기업 등 다양한 형태로 창업이 가능하다. WFOE는 지분 관계가 명확해 기업 관리가 용이하다.
중국은 혁신 창업(双创, 쌍창)을 국가 기조로 삼고 있다. 특히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대도시는 외국인 인재 유치에 적극적이다. 중국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 유학생은 창업 계획서 등을 제출할 경우 2~5년 유효기간의 ‘창업’ 주석 거류 허가를 신청할 수 있다. 상하이 등에서는 외국인이 처음 취업 허가를 신청할 때 연령, 경력, 학력 제한을 완화해주는 정책을 시행한다.
또 이들이 창업 단지 및 인큐베이터에 입주하게 되면 2년간 사무 공간, 법률·세무 무료 지원, 창업 비자 발급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이 제공된다. 정부 조달, 토지 공급, 조세 감면 등 여러 정책 분야에서 외국인 투자 기업에 대한 우대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 상하이시, 기술 혁신 분야에 대규모 펀드 집중 투자
특히 박 대표가 터를 잡은 상하이는 중국의 금융·경제 중심지답게 독자적인 창업 지원 정책을 펼친다. 상하이시는 시드 단계부터 성장 단계의 과학기술형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3대 선도 산업 모펀드를 중심으로 정부 투자 펀드의 투자 메커니즘을 구축했다.
주로 하드 테크놀로지와 미래 산업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해당 분야 창업자들의 정착을 돕는다. 또 상하이시 미래 산업 펀드를 신규 설립해 개념 검증(POC), 생산 전 시험 등 초기 혁신 프로젝트를 집중 지원하며 창업 기업의 초기 자금 조달 리스크를 줄이는 데 중점을 둔다.
상하이는 기술 혁신 분야의 고급 인재 및 유학생 창업팀에 대해 비자 및 거류 조건을 파격적으로 완화하고 시 차원의 대규모 펀드를 조성해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상하이에서 창업을 결심하는 외국인들은 이러한 시정부의 최신 정책과 지원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훙차오 지역은 상하이시의 고급 인재 유치 정책을 전면적으로 적용받는다. 혁신 창업 분야의 외국인 인재로 인정받을 경우, 최대 10년 유효기간의 R 비자(재능 비자) 발급이 지원된다. 이는 창업자들에게 장기적인 거류 안정성을 제공, 사업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준다.
창업 기업의 임직원들에게는 취업 허가 및 거류 허가증 신청 시 절차가 간소화되며, 기간 연장 우대가 적용된다. 이는 외국인 직원의 현지 정착을 돕고 기업 운영의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실질적인 지원책이다.
지역 본부(Regional Headquarters) 기능을 수행하는 외자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 및 보상 정책 등 '격려금'에 가장 가까운 형태로 볼 수 있는 지원도 있다. 훙차오 지역에 정착해 조건(기업의 투자 규모, 납세 실적, 지역 경제 기여도 등)에 부합하는 본부 기업에 대해 법규에 따라 자금 지원과 보상(보조금)을 제공한다.
또 국가 과학기술 혁신 세수 정책을 실행해 외자 기업이 내자 기업과 동등하게 세금 감면 혜택을 누릴 수 있다.
■ ‘대륙의 힘’…중국 정부의 힘 받는 현지 창업 기업
창업의 문턱이 낮은 데다 내국인과 외국인 기업가에 대한 차별이 적은 중국 정부에서 창업한 이들은 ‘대륙의 힘’을 받는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이러한 기업인들이 말하는 ‘대륙의 힘’은 주로 거대한 내수 시장, 정부의 적극적인 기술 혁신 지원 그리고 풍부하고 특화된 인력 시장에서 나온다.
중국은 14억명의 인구를 가진 세계 최대의 단일 시장으로, 중국 정부는 ‘대중 창업, 만인 혁신’을 기조로 국가적인 차원에서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전 세계의 제조 시설이 집약된 중국은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데 필요한 제조 공급망이 빠르고 효율적으로 구축돼 있다. 시제품 제작부터 대량 생산까지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또 창업자들은 다른 소규모 시장에서는 불가능한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를 통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으며 성공 가능성을 발 빠르게 검증할 수 있다. 특히 중국의 중산층 확대와 소비 수준 향상은 특히 첨단 기술, 소비재, 서비스 분야에서 막대한 수요를 창출해 초기 창업 기업이라도 특정 니치(틈새) 시장을 공략, 대형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높다.
중국의 인력 시장은 단순히 규모가 큰 것을 넘어, 창업 기업에 최적화된 특성이 있다. 중국의 대학과 연구기관에서는 매년 수많은 이공계 졸업생이 배출되며, 이들은 혁신 기업의 핵심 개발 인력으로 빠르게 흡수된다. 이는 초기 기업에 좋은 인력풀을 제공, 보다 폭발적인 성장을 가능케 한다.
최호 세계한인경제무역협회(OKTA) 상하이 지부 사무국장은 “현지에 법인장 혹은 파견돼 근무하다 자리를 잡고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우려했던 것보다 창업이 쉽고 정부, 지자체 차원의 지원이 많은 데다 규모의 경제를 피부로 느껴 창업을 결심하게 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특별기획팀
● 관련기사 : "인건비 상승·수도권 규제 부담"…'돌아올 결심' 없는 기업 [돌아오지 않는 기업들①]
https://kyeonggi.com/article/20251014580383
이연우 기자 27yw@kyeonggi.com
이지민 기자 easy@kyeonggi.com
금유진 기자 newjeans@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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