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세탁 경로 막히자 김프 5% 고착?"… 코인투자 '경고등'

김태현 기자 2025. 10. 25. 04:46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해외보다 5~7% 비싼 '김프' 현상이 2주째 지속되고 있다. 과거 김프를 해소했던 환치기 조직과 범죄자금 세탁 네트워크가 국제 공조 단속으로 차단되면서 해소 시기가 불투명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먼센스] 지난 10월 11일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관세 인상 발언 이후 가상자산 시장이 급락하며 26조 8,000억 원 규모의 역대 최대 청산 사태가 발생했다. 이후 갑작스럽게 김치프리미엄(김프)이 치솟았다. 김프는 '한국 프리미엄'을 뜻하며, 국내 코인 가격이 해외보다 높게 거래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약 2주가 지났지만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5~7% 김프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 비트코인을 사려면 해외 가격보다 5% 이상을 더 지불해야 한다는 뜻이다. 떨어지지 않는 김프의 배경으로 범죄조직의 환세탁 경로 차단이 지목되고 있다.

테더, 디지털 달러로 환치기의 핵심 도구

테더는 '디지털 달러'로 불린다. 은행 송금보다 간편하게 디지털로 달러를 전송할 수 있으며, 신용카드처럼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도 이미 활성화되어 있다. 특히 마카오와 홍콩의 유흥·도박 산업에서 테더는 현금과 같은 기능을 하고 있다. 마카오 환전상들은 테더를 받아 홍콩 달러로 바꿔준다.

마카오 환전업자 A 씨는 "마카오 카지노를 드나드는 VIP들은 테더로 환전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일정 금액 이상의 홍콩 달러를 반출하는 것이 불가능한 데다, 테더는 추적이 어렵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프가 높게 형성되면서 마카오 환전상들은 홍콩 달러를 구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과거에는 한국 환전상이 원화로 테더를 산 뒤 중국 현지 업자에게 홍콩 달러로 바꿔 한국 관광객에게 수수료를 붙여 파는 구조였다. 하지만 최근 구조가 완전히 바뀌었다. 7%나 더 비싸게 테더를 사서 홍콩 달러를 바꾸면 남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는 한국인들이 쓰고 남은 홍콩 달러를 모아서 다른 한국인에게 파는 정도만 가능하다고 한다.

'환세탁'이 김프 해소의 숨은 통로?

그간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김프가 일정 수준 이상 벌어지면 어김없이 해소되곤 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한다고 표현해왔다. 해외 거래소에 보유한 테더를 한국에 들여와 차익만큼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반복하다 보면 김프가 정상화된다는 논리였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그만큼 큰 규모로 테더를 한국에 들여와 원화로 바꾸는 주체가 다름 아닌 환치기 조직과 범죄자금 세탁 네트워크였다는 주장이 나온다. 

텔레그램 커뮤니티 '변창호 코인사관학교'를 운영 중인 변창호 씨는 "요즘 캄보디아, 중국 관련 환세탁이 어려워져서 김프 해소가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 김프를 해소시켜주던 '음지의 통로'가 국제 공조 단속으로 막히면서, 정상적인 경로로는 김프 해소가 상당히 늦춰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직 주장 단계이지만, 실제로 해외 환치기꾼의 적발은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24일 국회 박수영 의원실이 관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8년간(2017~2025년 8월) 외국인 가상자산 환치기 적발 28건 중 중국인 국적의 범죄 건수는 25건(90%), 액수는 3조 1,500억 원(84%)에 달했다. 중국 국적 외에는 러시아, 호주, 베트남 국적의 외환 사범 적발이 각각 1건씩이었다.

만약 변 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과거 김프 해소 과정은 역설적이게도 불법 자금의 흐름과 맞물려 있던 셈이다. 먼저 국내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이 해외보다 7% 비싸게 거래되면 차익거래 기회가 발생한다. 이때 환치기 조직이 해외(주로 동남아)에서 저렴하게 비트코인을 매수한 뒤 국내 거래소로 송금해 비싸게 매도하면서 7% 차익에서 수수료를 제한 수익을 챙긴다.

마지막 단계가 핵심이다. 국내에서 확보한 원화를 다시 해외로 빼돌리는 과정에서 캄보디아, 중국 범죄조직 네트워크가 활용됐다. 북한 해킹 자금도 이 경로를 통해 세탁된 것으로 추정된다.

변창호 씨는 "기본적으로 코인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로 가서 잃거나, 벌어도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그대로 머문다"며 "원화의 가치가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프를 환치기 세력이 해소해 주고 있었는데, 그들이 사라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캄보디아 현지의 범죄 조직 규모는 상상 이상이다. 국회 정보위원회가 10월 22일 국가정보원(국정원)으로부터 받은 보고에 따르면, 캄보디아 현지에서 범죄에 가담한 한국인은 1000~2000명으로 추산되며, 프놈펜과 시아누크빌을 포함한 스캠 범죄단지만 50여 곳에 이른다. 

이들 범죄 조직은 2023년 캄보디아 GDP 절반 수준인 약 125억 달러(약 17조 원)의 범죄 수익을 올렸으며, 무장 경비원을 배치할 정도로 조직화돼 있다. 국정원은 "경제특구에 범죄 조직이 산재해 있고, 정부 소속이 아니면서 무기를 소지한 단체가 장악한 지역도 있다"고 밝혔다. 최근 이들 조직에 대한 국제 공조 단속이 강화되면서, 과거 이 경로를 통해 이뤄지던 환세탁이 차단됐고 그 여파로 김프 해소가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정황도 있다. 북한 해킹 조직 라자루스는 전 세계 가상자산 거래소와 디파이(DeFi) 프로토콜을 공격해 수조 원대 자금을 탈취해왔다. 문제는 이렇게 탈취한 가상자산을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김프 차익거래가 활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북한이 전 세계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를 해킹해 탈취한 자금을 세탁하고 현금화하는 데 캄보디아 금융 기업 후이원(Huione) 그룹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후이원 그룹은 캄보디아 등에서 외국인 납치, 사기 등을 저지르는 초국가 범죄 집단들의 불법 자금을 세탁해 준 혐의로 지난 10월 14일 미국과 영국의 금융 제재를 받았다.

한·미·일, 영국, 프랑스, 독일, 호주, 캐나다 등 11개국이 2024년 10월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회피 행위를 적발하기 위해 설립한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은 이날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을 추적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아랍에미리트(UAE), 일본, 인도 등의 가상자산 거래소를 해킹해 작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총 28억 4000만 달러(약 4조 623억 원)를 탈취한 것으로 집계됐다.

과거 데이터를 살펴보면 김프 정상화 속도가 점점 느려지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아난의 코인소식방'에 따르면 2021년 이후 현재까지 7.5% 이상의 김프가 발생한 것은 총 12번이며, 이를 2% 이하로 떨어뜨리는 데 평균 22.6일이 걸렸다. 초기에는 2~4일 만에 빠르게 해소되기도 했지만, 최근으로 올수록 해소 기간이 길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가장 오래 걸린 경우는 84일이었고, 최근 발생한 김프들은 대부분 20일 전후의 시간이 소요됐다.

지난 10월 11일부터 높게는 8% 이상 달했던 김프가 조금씩 빠지고는 있지만, 2주가 지난 현재도 여전히 4~5%대에서 유지되고 있다. 평균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11월 초쯤 2%대로 떨어질 수 있지만, 과거 최장 기간이었던 84일처럼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이번처럼 환세탁 경로가 구조적으로 어려워진 상황에서는 과거 평균치를 적용하기 어려워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프 해소, 세 가지 시나리오

그렇다면 김프는 언제쯤 해소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지만 전망은 비관적이다.

첫째, 비트코인 추가 상승이다.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로, 비트코인 가격이 대폭 상승해 글로벌 수요가 폭증하면 공급 부족이 전 세계적 현상이 되면서 상대적으로 한국의 김프가 줄어들 수 있다. 변창호 씨는 "만약 비트코인이 2억 원을 돌파하고 글로벌 랠리가 본격화되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게 된다"며 "그때까지는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둘째, 규제 완화다. 정부가 국내 거래소들의 해외 가상자산 도입을 허용하는 경우지만, 현행 외환거래법 하에서는 현실성이 낮다는 평가다.

셋째, 수요 감소다. 국내 투자 열기가 식어 가상자산 수요 자체가 줄어드는 경우지만, 활성 거래 계좌가 1천만 개를 넘어선 현재 상황에서는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김프 시기, 투자 전략은?

높은 김프가 지속되는 시기에 코인 투자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한다. 첫째, 관망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권고하는 방식으로, 김프가 높을 때는 투자를 자제하는 것이다. 변창호 씨는 "김프가 7%면 비트코인이 7% 이상 올라줘야 본전"이라며 "장기 투자라면 모를까, 단기적으로는 투자하지 않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둘째, 소액 분할 매수다. 비트코인이 장기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7% 김프를 장기 투자 비용으로 받아들이고 소액으로 분할 매수하는 전략이다. 

한편 김프는 가상자산만의 현상은 아니다. 국내 금 시장도 지난달 중순 국제 시세보다 18.5% 높게 형성되며 유사한 '한국 프리미엄' 현상을 겪었다. 하지만 금 시장의 프리미엄은 비교적 빠르게 해소됐다. 국제 금값이 급락하면서 국내 금값도 3거래일 만에 12% 넘게 하락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Copyright © 우먼센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