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불법 도박 조직의 새 '대포통장' 된 '카카오페이 친구 송금'

안하늘 2025. 10. 25.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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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강화에 대포통장 구하기 어려워져
'통장 묶기' 일쑤...새로운 루트 개발
계좌 노출 없이 친구 프로필만 알면 송금
카카오페이·카톡에 신고해도 핑퐁게임만
게티이미지뱅크
입금은 카카오톡 친구 추가 후 카카오페이로 부탁드립니다.
온라인 불법 도박 업체 안내문

온라인 불법 도박에 빠졌다가 이제는 도박 업체를 찾아내 신고하는 A씨는 최근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그간 A씨는 도박 업체들이 입금받는 계좌를 확인한 뒤 이를 해당 은행에 신고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해당 은행이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이나 도박 등 불법적인 목적으로 계좌가 사용될 경우 해당 계좌를 정지하는 조치를 취하기 때문이다. 이러자 불법 도박 일당은 카카오페이 친구 송금으로 우회로를 찾았다. 친구끼리는 계좌번호 없이도 자금을 송금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신고를 무력화한 것이다.

최근 은행 대포통장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면서 온라인 불법 도박, 보이스피싱 등 불법 업자들이 카카오페이 친구 송금 기능을 활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 조직들은 카카오페이 송금 기능을 통해 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통장 묶기'를 방어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민단체 도박없는학교는 금융감독원과 경찰에 카카오페이, 카카오를 도박방조 혐의로 고발했다.

최근 온라인 도박 커뮤니티에서는 카카오페이를 통해 도박 자금을 입금받고 있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보통 온라인 도박업체, 보이스피싱 등 불법 조직들은 돈을 입금받는 '앞방', 중간에 자금 세탁 목적으로 거치는 '중간방', 인출 계좌인 '뒷방' 구조로 자금을 이동시킨다. 자금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 중 주로 대포통장인 앞방 계좌는 고객 등에게 직접 노출되는 만큼 신고에 가장 취약하다. 언제든 지급정지 조치를 통해 통장 내 자금이 묶일 수 있기 때문이다.


캄보디아 조직도 필요한 대포통장…'친구 송금' 신종 기법 등장

한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 카카오페이 송금하기로 입금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도박없는학교 제공

금융당국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포통장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불법 업자들은 새로운 '앞방' 마련에 혈안이 됐다. 그때 새로운 루트로 눈에 들어온 것이 카카오페이 친구 송금이다.

카카오페이에선 카카오톡 친구 프로필만 알면 하루 1,000만 원까지 송금할 수 있다. 프로필에 연동된 은행 계좌 번호가 노출되지 않아 일당들은 신고 위험도 대폭 줄일 수 있게 됐다. 이들은 프로필 이름도 '마동석' '철수'처럼 본인의 신원을 드러내지 않도록 설정한다. 실제 ID도 확인할 수 없어 피해자가 신고하려 해도 수많은 프로필상 '철수' 중 어떤 '철수'가 불법을 저질렀는지 파악하기가 어렵다. 카카오페이를 통해 해당 프로필에 자금을 보낸 내역을 첨부해 신고해도 대응이 어려운 이유다.

조호연 도박없는학교 교장은 "카카오페이에서는 ID에 관한 내용은 개인정보이고 카카오에서 관리하는 만큼 안내할 수 없다고만 한다"며 "카카오톡에 해당 내용을 전하면 송금에 대해선 카카오페이의 소관이라는 답만 돌아온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보이스피싱 범죄만 지급정지 가능

게티이미지뱅크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현재 불법 거래로 확인된 계정에 즉각 제재를 적용하고 있으며, 보다 선제적으로 거래를 제한할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면서 "사기 이력이 있는 프로필의 경우 송금 시 이름 옆에 빨간 방패 모양의 주의 표시와 관련 안내 문구도 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련 신고가 들어오면 확인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정보를 가지고 대처하지만, 보이스피싱 외 범죄에 대해 계좌 정지를 하기 위해선 경찰의 영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현행법상 계좌 일괄 지급정지 제도는 보이스피싱에 대해서만 가능하다. 이에 22대 국회에서도 온라인 불법도박, 마약 거래, 로맨스스캠, 리딩방 사기 등으로 지급정지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10건 이상 발의됐지만 계류된 상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급정지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한다"면서 "사기 범죄 피해에 대한 금융권의 대처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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