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SNS 결합, 상상 넘는 파급력…해적기 밈 퍼뜨리며 연대감 과시

신수민 2025. 10. 25.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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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을 뛰어넘는 Z세대 시위의 확산은 젊은 층과 SNS와의 결합이 상상 이상의 전염성과 파급력을 지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숙종 성균관대 특임교수(전 동아시아연구원장·사진)는 22일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Z세대 시위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실제 마다가스카르에서 Z세대 시위에 참가한 한 젊은이는 “네팔 시위로 정권이 붕괴되는 것을 보면서 시위 전략을 배울 수 있었다”고 자신의 디스코드에 적었다.

이 교수는 “다만 민주주의를 유지하기 위해 Z세대라는 특정 세대에 의존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14년 전 ‘아랍의 봄’처럼 실패하지 않으려면 민주적인 제도화를 통해 부패 정권에서 벗어나는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시아 민주주의 전문가인 이 교수를 만나 최근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젠지(Z세대) 혁명’에 대한 평가와 전망 등을 들었다.

Q : 제2의 ‘아랍의 봄’이 오는 것인가.
A : “‘아랍의 봄’과 젠지 혁명 모두 과거 시민 혁명이 내건 계몽과 이성이 아닌 분노라는 ‘감정’에 기반을 두고 있다. 또 SNS를 매개로 시위가 전개되는 공통점이 있다. 차이는 인구 구조 변화로 국민 다수가 된 Z세대가 주축이 됐다는 점이다. 그래서 Z세대 특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틱톡과 디스코드 같은 앱에서 소통을 하고 디지털 네이티브인 만큼 SNS에서 실시간으로 반응하면서 젠지 혁명에 불을 붙였다. 그 점화력과 파급력은 한 달 새 3대륙의 10개국을 뒤흔들었다. 군부가 독재 정권에 등을 돌린 것도 특징인데, 정권 붕괴를 이끈 결정적 요인이 됐다.”
젠지 혁명으로 정권이 붕괴된 네팔과 마다가스카르는 실제 30세 이하가 인구 절반을 차지한다. Z세대가 시위를 주도한 동티모르,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도 마찬가지다. 이곳의 대다수 젊은이들은 빈곤층이다. 게다가 네팔(20.8%), 인도네시아(16%)의 청년실업률은 세계 평균(13.5%)보다 높다. 이런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분노가 시위로 분출된 것이다. 이 교수는 “분노를 표출하지만, 이념을 외치는 식의 진지함과는 거리가 멀었다”며 “젠지 혁명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인데 ‘분노+밈 문화’를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Q : 놀이문화에 가까웠단 말인가.
A : “시위에서 부상당한 청년이 침상에 누워 만화 포켓몬 담요를 덮고선 ‘이젠 일하러 가야죠’라며 웃으며 말하더라. Z세대는 분노를 표출할 공동행동(퍼포먼스)으로 공유할 그들만의 문화요소를 찾았다. SNS에서 해시태그(#)를 달아 정치 참여를 유도하고, 자유의 상징인 만화 원피스의 해적기 같은 밈을 퍼뜨렸다. 체포되는 시위자들이 자유를 뜻하는 ‘브이’자를 들어 보이는 영상은 챌린지처럼 돌고 있다. 이같은 퍼포먼스는 같은 처지의 다른 지역 Z세대에게 ‘우린 하나’란 동질감을 줬고, 그것이 젠지 혁명의 동력이 됐다.”

Q : SNS가 Z세대의 ‘무기’가 됐다는데.
A : “정치적 압박을 가하기에 충분했다. SNS는 국가가 통제하기 어려운 분산형 시위를 가능케 했다. 가령 SNS에 일시만 알려주고 지역별로 시위 장소 리스트만 공유하는 식이었다. SNS의 특징 중 하나가 개인과 국가 사이 중간 영역인 시민단체와 정당과 같은 사회적 완충지대를 뛰어넘을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뿔뿔이 흩어지고 모이는 개인화가 가능했다. 특정 정당과 지도자를 중심으로 뭉치거나 하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정부의 입장에선 협상할 대상을 찾을 수 없었고 통제도 불가능했다.”

Q : 젠지 혁명의 반부패 개혁이 성공하려면.
A :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이 어려운 글로벌 사우스 지역의 Z세대가 들고일어난 건 분명 지지해줘야 할 변화다. 그러나 정권 교체가 능사는 아니다. ‘아랍의 봄’도 여기서 멈춰 실패했다. 다음 정권도 똑같이 부패하면 Z세대의 후속 세대가 다시 개혁을 외칠 것이다. 악순환을 끊기 위해선 부패 개혁을 제도화해야 한다. 또 젠지 혁명이 이끈 변화가 지속할 수 있게 하려면 Z세대뿐 아니라 기성세대가 포함된 두터운 시민사회가 형성돼야 한다.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 역시 지속적 관심을 갖고 Z세대가 꾸준히 정치 참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Q : Z세대 주도의 청년 민주주의가 미숙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A : “네팔에서는 정권 붕괴 후 임시 총리를 공식 투표가 아닌 디스코드 앱에서 온라인 투표를 통해 선출됐다. 이렇게 제도화된 정치를 배제하게 되면, 민주주의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SNS에 Z세대 목소리가 갇히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한 이유다. 청년의 정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디지털 민주주의를 기치로 내건 일본의 청년정당 ‘팀 미라이’처럼 SNS를 정치 참여의 장으로 해서 현실 정치권과 연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Q : 청년 민주주의가 지속되는 사례가 있나.
A : “태국에 ‘무브 포워드(전진)’라는 정당이 있었다.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끌었던 당이다. 지난 2023년 총선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해 제1당이 됐지만, 이후 왕실 모독법 개정을 추진하다가 입헌군주제 체제를 위협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해산됐다. 하지만 이 당의 구성원들은 당명을 바꾸거나 다시 신당 창당을 하면서 청년 정치의 자리를 지켜가고 있다. 끊임없이 정치 지분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행동이 청년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첫걸음이라고 본다.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신수민 기자 shin.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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