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외압 의혹에 “다툼 여지 있다”… 해병 특검 수사 정당성 ‘흔들’

김희래 기자 2025. 10. 25. 00:5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종섭 등 5명 영장 모두 기각
24일 오전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서울 서초구 해병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왼쪽 사진). 박 전 장관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도피를 도왔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같은 날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이 해병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뉴스1·뉴시스

법원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수사 외압’ 의혹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하면서, 순직 해병 특검 수사가 크게 흔들리게 됐다. 특검법이 정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해 청구한 영장이 몽땅 기각된 셈이다. ‘수사 외압’ 의혹은 당초 고(故)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에서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한 ‘구명 로비’ 의혹과 함께 해병 특검 수사의 핵심 축이다.

특검은 지난 7월 출범한 이후 이 의혹들을 규명하기 위해 압수 수색만 수십 차례 실시하고, 피의자·참고인만 200여 명 조사했다. 그러나 법원은 특검이 파악한 사실관계가 범죄에 해당하는지 불분명하다고 판단했다.

그래픽=송윤혜

특검이 이 전 장관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한 혐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6개다. 이 전 장관이 2023년 7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격노’ 이후, 직권을 남용해 해병대 수사단의 사건 이첩을 보류시키는 등 임 전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빼도록 주도했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법원은 24일 이 전 장관 등의 영장을 기각하며 “주요 혐의와 관련해 법리적인 면에서 다툴 여지가 있고, 재판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책임 유무나 정도를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주무 장관으로서 정당한 권한 행사였다”는 이 전 장관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대해 특검 측은 “피의자들은 여러 수사기관에서 증거를 없애고 진술을 맞춰 왔다”며 “법원이 그동안 2년 넘게 벌어졌던 상황들에 대해 충분히 감안하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해병 특검은 지난 7월부터 약 3개월 동안 피의자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혐의 다지기에 주력했다. 7월 말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에 대해 위증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된 뒤 신중한 모습을 보여 오다가, 수사가 막바지에 이르자 주요 피의자 신병을 한꺼번에 확보하려다가 실패한 것이다.

특검 참여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보통 특검은 수사 종료 한 달 전쯤부터 수사 기록을 정리하는데, 이번 영장 기각은 수사 일정에 큰 악재가 될 것 같다”면서 “수사가 기한 내에 마무리가 덜 된 상태로 기소할 수도 있다”고 했다. 늦어도 다음 달 초·중순까지는 수사를 매듭지어야 하는데, 영장 기각 등으로 수사를 마무리하기에 시간이 빠듯하다는 취지다. 30일씩 두 차례 기한을 연장한 특검은 세 번째 기한 연장을 통해 다음 달 28일까지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다른 한 축인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수사도 답보 상태다. ‘구명 로비’ 의혹은 임 전 사단장이 김건희 여사와 친분이 있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와 개신교계를 통해 ‘채 상병 사망 사건’에서 자신의 과실치사 혐의를 벗기 위해 로비를 벌였다는 내용이다. 이 전 대표는 변호사법 위반 사건으로 김건희 특검팀에 의해 구속 수감 중이다.

이 의혹과 관련해 최근 해병 특검 수사를 받은 이 전 대표는 옥중 서신을 통해 “(특검이) 임 사단장의 구명 로비 관련 진술을 하지 않으면 재산 형성 과정을 털겠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7월엔 개신교계를 통한 ‘구명 로비’ 의혹을 규명하겠다며 참고인 신분이었던 김장환·이영훈 목사의 자택과 교회 등을 압수 수색해 “참고인을 피의자 다루듯 하는 과잉 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한편 특검은 이날 이 전 장관의 해외 도피를 도왔다는 혐의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