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서울의 어느 아파트
“표준화된 건 집이든 뭐든 돈만 있으면 언제든 살 수 있다. 나는 그런 물건에는 그닥 관심이 없다.”
연일 부동산 이야기가 신문 지상에 오르내리고 대다수의 욕망이 한강 변 신축 아파트를 향해 달려가는 것 같은 대한민국. 드물게 호기로운 이 문장을 박찬용 에세이 ‘서울의 어느 집’(에이치비 프레스)에서 읽었습니다. 저자는 잡지 에디터 출신인 40대 초반 독신 남성. 전작 ‘첫 집 연대기’(웨일북)에서 처음 독립해 서울의 낡은 단독주택 2층을 전세로 얻어 살면서 화장실부터 시작해 모든 공간을 일일이 취향대로 고치고 채우는 이야기를 썼습니다. 전셋집에는 돈을 들이지 않는다는 통념을 깨고 ‘내 공간을 소중히 대하는 마음’을 인상적으로 풀어간 책이었어요.
저자는 이번 책에서 준공된 지 50년 가까운 연희동의 15평짜리 아파트를 구입해 7년에 걸쳐 수리한 후 입주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립니다. 엘리베이터도 없고 방 세 개 중 가장 작은 방보다 화장실이 두 배는 큰 비효율적 구조지만, ‘한국형 표준 아파트 레이아웃이 생기기 전의 과도기적 레이아웃’이라고 결론 내리며 구조를 손대지 않고 수리합니다. 거실 바닥재, 욕실 타일, 수전 등을 고를 때도 유행을 따르지 않습니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좋은 제품이지만 국내 유행이 너무 빨리 바뀌는 바람에 ‘악성 재고’가 되어 창고에 쌓여 있는 것들 중 택해 ‘나만의 집’을 만들어갑니다.
“전국 평균 15억원 정도의 아파트는 서민이 사는 아파트라는 인식이 있다”라는 한 정치인의 말이 많은 이의 마음에 생채기를 낸 한 주였죠. ‘집’을 자산이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로 바라보도록 하는 이 이야기가 조금은 위로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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