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병 특검’ 무더기 영장 청구와 무더기 기각

법원이 순직 해병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특검이 청구한 이종섭 전 국방장관 등 5명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중대 범죄로 볼 수 없는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해 구속영장을 이렇게 무더기로 청구한 것도, 이들 전부가 기각된 것도 이례적이다.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 자체가 무리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순직 해병 사건은 두 측면이 있다. 먼저 재난 현장에서 병사 순직과 관련해 당시 군 수뇌부의 법적 책임 문제다. 법원은 이 전 장관 등의 영장을 기각하면서도 특검이 청구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발부했다. 유무죄 여부는 본재판에서 논의되겠지만 영장 판사는 해병대 수사단 조사 결과처럼 임 전 사단장에게 사고 책임이 있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렇다면 당시 해병대 수사단 조사 결과에 대해 윤석열 전 대통령이 화를 내며 조사 기록 회수와 재조사를 지시하고 수사단장을 수사한 것은 부적절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수사 외압’으로 규정하고 법적 책임까지 물을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현행 군사법원법은 ‘군인 사망 관련 범죄’ 등에 대해 군의 수사권을 인정하지 않고 민간이 수사하도록 했다. 객관적인 진상 규명을 위해서다. 군은 사망 사건에 대한 범죄 혐의를 파악하는 즉시 사건을 민간으로 이첩해야 한다.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는 법적 권한을 가진 ‘수사’가 아니기 때문에 ‘수사 외압’이란 것이 애초에 성립하기 어려울 수 있다.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면서 “기본 사실관계는 소명되나 주요 혐의와 관련해 법리적인 면에서 다툴 여지가 있다”고 한 것도 이런 뜻으로 보인다. 조사에 개입한 것은 맞지만 법적 책임 여부는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이는 특검이 출범하기 전부터 지적됐던 내용이다.
해병 특검은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관련자들을 무더기로 구속하는 것이 목적인 것처럼 움직이고 있다. 직급이 있고 책임의 정도가 있는데 장관에서 보좌관까지 모든 관계자를 싸잡아 구속시키려 한 것은 분명히 도를 넘었다. 수사가 아니라 정치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병 특검만이 아니다. 한덕수 전 총리와 박성재 전 법무장관에 대한 내란 특검의 구속영장은 기각됐고, 김건희 특검의 구속 피의자 절반 이상이 ‘별건 수사’의 결과였다. 특검에 대한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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