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의 막바지…“기존 보유분도 소각 대상 포함될 듯”
‘배임죄 폐지 우선 검토’로 속도조절 가능성
더불어민주당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핵심으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을 놓고 막바지 논의에 들어갔다. 코스피5000 특별위원회(특위)는 법 시행 이후 새로 취득하는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소각하되, 임직원 보상 등 일정 목적으로 보유하는 경우는 예외로 허용하는 방향으로 단일안을 정리 중이다. 기존 보유 자사주까지 소각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24일 민주당에 따르면 특위는 3차 상법 개정안의 큰 틀을 마련하고, 세부 조정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특위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며 상당 부분 정리하고 있는 중이다. 논의가 상당 부분 숙성됐다”면서 “의견이 얼마나 수렴되느냐에 따라 (단일안 내용의) 수위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위가 추진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의 핵심인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기업의 자사주 보유를 근본적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자사주가 주가 부양이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고 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자사주를 매입한 뒤 필요 시 시장에 되팔거나 우호지분으로 전환해 총수 일가의 지배력 유지에 활용해 왔다는 것이다. 이에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면 회사의 발행주식 수가 줄어들어 기업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이 올라가면서 주주환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특위는 상장사가 새로 취득하는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소각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되, 임직원 보상이나 우리사주조합·사내복지기금 출연 등 ‘내부 인센티브 목적’의 자사주는 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쳐 예외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쟁점은 기존 보유 자사주를 소각 대상에 포함할지 여부다. 특위는 ‘기존 자사주도 소각 원칙’으로 가되, 일정 비율 이하 보유분은 예외로 두는 방향도 검토하고 있다.
한 특위 위원은 “기존 자사주도 소각을 원칙으로 하되, 자본금의 10%를 초과하는 경우(로 한정하는 등) 예외를 두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2025년 6월 기준 상장사의 68.7%가 자사주를 보유 중이고 자사주 10% 이상 보유 기업은 236개사, 5% 이상 보유 기업은 533개사에 이른다. 전면 소각 의무화가 이뤄지면 재계는 지배구조와 경영 전략 측면에서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급격한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주주환원 효과 제고’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자본금의 10%를 초과하는 경우로 예외를 둔다는 것이다. 독일도 자본금의 10%까지는 자사주로 보유할 수 있게 하되, 초과된 부분은 취득 3년 내 처분토록 하고 있다.
이번 논의의 배경에는 롯데지주 사례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현재 롯데지주의 자사주 비중은 총 발행주식의 27.5%에 달한다. 롯데지주는 지난해 11월 공시를 통해 자사주 소각 검토 등을 포함한 밸류업 계획을 밝혔지만, 지난 6월 5%(524만 5461주)를 계열사인 롯데물산에 매각하는 데 그쳤다. 지난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서 민주당 코스피 5000특위 위원장인 오기형 의원은 고정욱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 사장에게 “비금융회사들 가운데서 롯데지주가 자사주 비중이 제일 높다”고 꼬집었다.

특위는 조만간 단일안을 확정해 11월부터 본격적인 입법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가 재계 반발을 의식해 속도조절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배임죄 폐지를 선(先) 처리한 뒤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패키지로 추진하는 구상이 거론된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지난 9월 기자간담회에서 “배임죄 문제를 먼저 다룰 것”이라며 “자사주 소각 의무화와 병행할지, 별도 추진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 역시 이날 “기업의 자사주 보유 형태들이 다양하기 때문에 꼼꼼히 살펴야할 것 같다. (자사주 소각 문제가) 생각보다 복잡하다”면서 “(3차 상법 개정보다) 배임죄가 더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경제계가 3차 상법 개정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만큼 배임죄 폐지부터 처리해 재계의 반발을 덜어준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두고 한미가 막바지 협상을 조율 중인 가운데, 국내 기업의 막대한 자사주 소각 비용 부담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기존 자사주까지 일정 기한 내 소각토록 의무화하면 대규모 매입 자금이 필요한 상장사의 재무 부담이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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