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건강학 <366>] 마이클 잭슨은 백인이 되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

김범택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2025. 10. 24.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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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반증에 걸린 손. /사진 셔터스톡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은 백인이 되고 싶어서 피부에 약을 발라 피부를 벗겨내고 성형 수술 중독에 빠졌다는 소문에 시달렸다. 그의 피부가 갑자기 희고 얼룩덜룩하게 변하자 많은 사람은 그를 성형 중독으로 몰아붙였다. 하지만 피부가 하얗게 변한 것은 화학적 박피 탓이 아니었다. 그가 어릴 적부터 앓던 백반증(白斑症) 때문이었다. 마이클 잭슨은 1993년 유명 TV 쇼인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해 자신이 백반증에 걸렸음을 처음 공개했다. 그가 숨진 이후 시행한 부검에서도 백반증을 앓았던 사실이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그는 병을 앓던 초기 하얗게 변한 피부 부위만 검게 화장해서 증상을 가렸다. 그러나 백반증은 점점 번져갔고, 1984년 펩시 광고 촬영 도중에 입은 화상은 증상을 악화시켰다. 결국 대중의 오해가 쌓였고 불미스러운 일로 소송까지 당하자, 심한 스트레스와 불면증에 시달리던 그는 2009년 6월 25일 마취제인 프로포폴을 잘못 맞고 그만 영원히 잠들었다.

백반증은 피부의 일부분에 멜라닌 색소가 생산되지 않거나 파괴되어 색이 변하는 질병이다. 전 세계 인구의 약 0.5~2.0%는 백반증을 앓고 있다. 한국도 50만 명 안팎의 백반증 환자가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이 병은 처음엔 작은 흰 반점으로 시작한다. 그러다 점차 피부의 넓은 부위로 번지는 사례가 많아, 감염병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한때는 한센병으로 오해받다 보니 환자들은 가능한 한 대면 만남을 기피하고 악수조차 꺼리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백반증은 절대 감염되는 병이 아니다.

백반증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자가면역 반응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우리 몸의 면역 세포가 실수로 피부색을 형성하는 멜라닌세포를 적으로 오판해 공격하는 것이다.

백반증은 유전적 경향이 강하다. 마이클 잭슨도 부계 쪽에 가족력이 있었다. 마이클 잭슨의 아들 프린스 잭슨도 백반증을 앓는다. 정신적 스트레스나 지나친 자외선 노출, 불필요한 피부 자극은 백반증을 더 악화시킨다.

흰 반점이 생기는 주요 부위는 얼굴과 손발, 팔꿈치처럼 마찰이 잦거나 노출되는 부위다. 증상이 심해지면 머리카락, 눈썹, 속눈썹까지 하얗게 변하고 심한 경우 눈의 홍채나 망막 색소까지 변할 수 있다. 피부에 통증이나 가려움은 없지만, 외모가 바뀌면서 우울감이나 사회적 위축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백반증 진단은 의사의 간단한 진찰로 가능하다. 우드 등(자외선 특수 램프)으로 보면 병변이 더 뚜렷하게 보인다. 때로는 곰팡이 감염(백선), 백색피부묘기증, 화학 탈색과 구별하기 어려운데 이런 경우 조직 검사를 하기도 한다.

김범택 아주대병원가정의학과 교수-현 아주대병원 비만클리닉소장, 현 대한골다공증학회 부회장

현재까지 백반증을 완치하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피부 색을 되돌리거나 진행을 억제하는 치료법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국소 스테로이드제나 타크로리무스 같은 칼시뉴린 억제제 연고와 파장이 308㎚(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인 엑시머 레이저로 광선 치료를 병행하는 방법이 대표적인 치료법이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2023년 야누스 키나아제(JAK) 억제제인 룩솔리티닙(ruxoli-tinib) 크림을 세계 최초의 백반증 치료제로 승인했다. 임상시험에서 이 약물을 사용한 환자 가운데 절반은 얼굴 부위의 75% 이상 색소 침착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몸 전체에서도 상당한 개선 효과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도 줄기세포나 멜라닌세포 이식, 레이저 기반 재색소화 치료 같은 재생 의학 치료도 속속 효과가 보고되고 있다.

백반증의 예후는 다양하다. 환자 일부는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고도 자연 회복된다. 하지만 대부분은 만성적으로 진행되는 경과를 보인다. 재발도 흔하다. 따라서 꾸준한 약물 치료와 함께 자외선을 피하고 피부 자극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스트레스는 증상을 악화시키므로 관리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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