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 장기화에 ‘푸드뱅크’에 줄 서는 美 공무원들
공항들, ‘필수인력’ 음식 지원
軍 인근 푸드뱅크 방문자 75%↑
미국인 60%가 1000달러도 없어
미국 의회의 예산안 처리가 실패로 인한 연방정부 셧다운(업무 정지)이 장기화되면서 소득이 끊긴 공무원들이 ‘푸드뱅크’로 몰리고 있다. 저축액이 적은 미국인들은 한 달치 급여만 끊겨도 생활에 큰 타격을 받는데, 공무원들도 예외가 아니다.

23일(현지 시각) 미국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각지에서 급여가 끊긴 연방정부 공무원들이 푸드뱅크에 무료 식량을 지급 받기 위해 긴 줄을 선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 지난 1일 시작된 연방정부 셧다운은 4주차에 접어 들었는데, 이 기간 동안 약 75만명의 연방 공무원들이 무급 휴직에 들어간 것으로 추산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셧다운 4주차에 접어들면서 연방 공무원들이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수도권 푸드뱅크 등의 자선단체들이 모든 연방 공무원을 지원하고 있는 가운데, 점점 더 많은 공항과 항공 산업 단체들도 직장 내 식품 모금 행사나 터미널 내 기부함을 통해 동료들을 돕고 있다”고 했다.
공항 직원들은 ‘필수 인력’으로 지정돼 셧다운 기간에 무급으로 일을 해야 한다. WP에 따르면 미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해리 리드 국제공항은 지난 20일부터 푸드뱅크를 운영하기 시작했고,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메트로폴리탄 웨인카운티 공항은 공항 업체들과 협업해 직원들이 20달러(약 2만9000원) 내에서 식음료를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라스베이거스가 속한 클라크 카운티 항공국의 루크 니모 공보 담당자는 “처음 푸드뱅크를 개장했을 때 바로 음식들이 소진됐다”면서 “수요가 많기 때문에 바로바로 재고를 보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셧다운으로 미국 공무원들이 큰 타격을 받는 이유는 ‘비상 자금’이 없기 때문이다. 올해 초 미국 개인금융 컨설팅사 뱅크레이트(Bankrate)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59%가 예상치 못한 1000달러(약 143만원)의 긴급 지출을 감당할 저축액이 없다. 이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1기 셧다운 당시에도 무급 휴직 공무원들이 생활고를 겪는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푸드뱅크를 찾는 군인들도 급증하고 있다. 미국 군 장병들과 그 가족들을 지원하는 비영리 단체 ASYMCA에 따르면 셧다운 이후 군 기지 근처에 있는 식량 은행에 대한 수요가 30~75% 증가했다. ASYMCA 군인 가족 서비스 부문 수석 부사장인 에이미 조지는 ABC 뉴스에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손을 들고 ‘저, 식량 지원이 좀 필요해요’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면 놀랍고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CNN은 지난 21일 무급 휴직 중이거나 급여 없이 일하고 있는 연방정부 직원은 현재 140만명에 달한다면서, 워싱턴DC의 푸드뱅크에서 두 시간 동안 줄을 서 음식을 받은 연방정부 계약직 직원 서머 커크식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커크는 “다음 주 월세가 나가야 해서 받을 수 있는 건 뭐든지 받겠다”며 “지금은 푼돈도 아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셧다운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공무원들의 고민도 한층 깊어질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상원은 이날 셧다운 기간 동안 군인을 비롯한 공무원의 급여를 보장하는 법안 두 건을 부결시켰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법안을 발의했지만, 서로의 반대로 인해 통과되지 못했다. 이로써 급여 지급일인 오는 24일에는 50만 명이 넘는 연방정부 직원들이 2주치 급여를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됐다.
미 구호단체인 피딩 아메리카의 최고경영자(CEO) 클레어 바비노 폰테노는 성명을 통해 “미국에는 단 한 번의 급여 누락만으로도 지역 식품은행의 도움을 필요로 하게 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셧다운이 장기화되면 이런 부담은 더욱 커지고, 이미 높은 수요로 압박을 받고 있는 식품은행에 더 많은 가정이 도움을 요청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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