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분석한 이태원 참사 원인은 “용산구 역량 부족”

손덕호 기자 2025. 10. 24. 11:09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대통령실 용산 이전 때문”
2023년 10월 27일 오후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서울 용산구 이태원 사고 현장에 추모 글귀가 설치되어 있다. /조선DB

감사원이 2022년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 발생 원인으로 관할 기초 지자체인 서울 용산구의 역량 부족을 꼽았다. 참사 발생 3년 만이다. 경찰도 대응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지난 23일 공개한 ‘재난 및 안전관리체계 점검’ 감사 보고서에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기초 지자체가 법령·매뉴얼 등 정해진 기준에만 의존해 신종 재난에 취약하고, 신속·적절한 초동 대응에 필요한 경험·전문성도 취약해 전반적으로 역량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용산구, 참사 2주 전 축제에는 안전요원 등 1000여 명 투입

감사원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나흘 전인 2022년 10월 25일, 용산구는 코로나 사태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후 처음 맞는 핼러윈 축제 때 이태원 방문자가 폭증할 것을 예측했다. 그러나 시설물 안전, 소음 민원 대응, 주차 관리 대책만 세우고, 인파 관리 계획은 수립하지 않았다.

또 압사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인 오후 8시 31분에는 인파가 밀집해 있는 현장 사진이 부구청장 이하 간부들에게 공유되었다. 그러나 용산구는 재난관리 책임자에게 현장을 순찰하라는 등의 지시를 하지 않았다.

이는 당시 ‘재난안전법’이 ‘다중운집인파사고’가 재난 유형으로 명시하지 않았고, 이태원 핼러윈데이처럼 주최자가 없는 경우는 안전사고를 예방할 매뉴얼이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용산구는 사고 2주 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지구촌 축제’에는 안전요원 등 1000여 명을 투입했다. 이 행사는 주최자가 있었다. 재난안전법은 2023년 12월 주최자가 없는 축제에 대해서도 관할 지자체장에게 안전 관리 의무를 부여하도록 개정됐다.

용산구 재난안전상황실에서 근무 중이던 당직자 등은 참사 당일 소방 당국으로부터 NDMS(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와 전화 통화로 사고 발생을 전파받고도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내부 보고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오후 10시 51분 지역 주민의 문자를 받고 상황을 알게 됐다.

박 구청장의 대처가 미흡했던 점도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 지적됐다. 박 구청장은 참사 당일 오후 6시 40분쯤과 오후 7시 57분쯤 사고 현장 인근 호텔 뒤편이 인파로 가득한 사진을 전송받았다. 오후 9시 6분과 30분쯤에는 소셜미디어(SNS) 단체 대화방에 “인파가 많이 모이는 데 걱정이 된다, 계속 신경 쓰고 있겠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나 부구청장과 담당 국장, 과장 등에게 인파 밀집에 대응하라고 지시를 하지는 않았다.

경찰도 사전에 핼러윈데이에 인파 밀집으로 사고 위험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경찰 기동대는 참사 당일에 사전에 배치되지 않았다. 용산구처럼 핼러윈데이 축제는 주최자가 없어 ‘다중운집행사 매뉴얼’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또 경찰은 참사 당일 오후 6시 34분부터 오후 10시 1분까지 총 11건의 압사 우려 신고를 받았으나 재난 징후를 유관 기관에 공유하지 않았다. 현장의 경력(警力)에게는 인파 관리 임무를 부여하지 않았고, 경력은 인파가 차도로 넘어가지 못하게 하는 업무에 집중했다.

용산경찰서장은 최초 압사 사고가 발생(오후 10시 15분)한 지 1시간이 지난 오후 11시 17분이 되어서야 기동대 현장 출동을 지시했다. 경찰청장은 이튿날 0시 14분에야 사고 사실을 인지했다.

◇감사원 “전문성 갖춘 재난관리책임자 채용해야”

감사원은 작년 12월 기준 우리나라의 재난 담당 공무원은 2만6000여 명이고, 각종 재난 대응 매뉴얼은 1만여 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난 관리 체계는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면서, “기초 지자체 등 현장의 재난 대응 역량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제도보다는 실질적인 작동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기초 지자체는 한정된 인력과 예산으로 복지, 지역 개발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면서, 재난 관리 업무에만 집중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문성을 갖춘 재난 관리 책임자를 채용하면 현장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정부도 같은 날 ‘이태원 참사 합동감사 태스크포스(TF)’에서 서울시청·용산구청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이태원 참사 원인으로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꼽았다. 참사 당일 경찰은 경비 인력을 대통령실 인근 집회 관리에 집중 배치했고, 이태원 일대에는 전혀 배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용산경찰서는 2020년, 2021년에는 핼러윈데이 축제 대비 ‘이태원 인파관리 경비계획’을 세웠으나, 용산으로 대통령실이 이전한 2022년에는 수립하지 않았다.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은 실무자가 10월 26일 핼러윈데이 축제에 대비해 이태원에 정보관을 배치하자고 건의하자 ‘집회 관리에 집중하라’고 묵살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