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화 드라마' 부활시킨 한석규-전여빈...요일은 죄가 없다! [IZE 진단]

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2025. 10. 2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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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신사장 프로젝트' 한석규(왼쪽)와 '착한여자 부세미' 전혜빈. 사진제공=tvN, KT스튜디오지니

"월화가 살아났다."

요즘 방송가에서 심심치 않게 들리는 이야기다. 배우 한석규와 전여빈이 각각 이끄는 tvN 드라마 '신사장 프로젝트'와 ENA 드라마 '착한 여자 부세미'가 월화 밤,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다시 모았다. 이미 무너진 편성 시간대로 불리던 월화 드라마의 부활은 침체기에 빠진 드라마 시장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감으로 연결되고 있다.

그동안 드라마 편성 시간대에도 나름의 '등급'이 있었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월화, 수목 미니시리즈가 가장 각광받았다. 스타들이 앞다투어 참여하며 자웅을 겨뤘다. KBS가 '30% 콘크리트 시청률'을 지키던 주말극이 그 다음으로 선호하는 편성 시간대였다. 그리고 일일드라마, 아침드라마 순이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사이 분위기는 싹 바뀌었다. 아침드라마는 아예 사라졌다. TV로 향하던 광고가 타 플랫폼으로 흘러나가면서 더 이상 수익을 낼 수 없던 아침드라마부터 폐지됐다. 상대적으로 가성비가 높은 일일드라마는 살아남았다. 5∼8% 사이 안정된 시청률을 유지했고, 대부분 세트장에서 촬영하기 때문에 제작비도 높지 않았다.

대신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 같던 월화, 수목 편성 드라마 시장에 균열이 갔다. 편당 제작비는 100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데, 손해만 보는 드라마 투자가 줄어들면서 스타들도 떠났다. 각 방송사들은 월화, 수목 편성을 중단하기도 했다. 최근 KBS는 자회사인 케이블채널에서 방송됐던 '디어엠'을 수목 드라마로 재편성할 정도로 해당 시간대에 대한 비중을 줄였다.

'신사장 프로젝트' 한석규, 사진제공=tvN

그 수요는 주말로 넘어갔다. 토일 드라마에 이어 금토 드라마까지 등장했고, 주말은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어깨를 견주는 격전장이 됐다. 더 이상 주중 미니시리즈의 설 자리는 없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최근 월화 드라마는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반등을 보이고 있다.

'연기 9단' 한석규가 진두지휘하는 '신사장 프로젝트'가 낭중지추다. 5.9%로 시작된 시청률은 어느덧 8.7%까지 치솟았다. 종방까지 2회만 남겨두고 있는데, 10% 달성이 무난할 전망이다. 

전여빈 외에 진영, 서현우, 장윤주 등의 열연이 돋보이는 '착한 여자 부세미'의 활약도 눈부시다. 1회가 2.4%로 시작한 후 5.6%로 시청률이 2배 넘게 껑충 뛰었다. 

두 드라마의 방송 시작 시간은 각각 오후 8시50분, 오후 10시. 1시간 정도 차이를 두고 있기 때문에 겹치지 않는다. '신사장 프로젝트'를 챙겨본 시청자들이 채널을 돌려 '착한 여자 부세미'를 이어서 본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동시간대 맞붙는 '치킨 게임'을 피함으로써 '월화 밤=드라마 보는 시간'이라는 새로운 공식을 만들어냈다.

당분간 월화 드라마 시장은 강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신사장 프로젝트'의 배턴은 배우 이정재, 임지연이 주연을 맡은 '얄미운 사랑'이 이어받는다. 이정재가 JTBC 드라마 '보좌관-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2019)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안방극장 복귀작이다. 임지연 역시 JTBC 드라마 '옥씨부인전'을 통해 주연 배우로 완벽하게 자리잡은 후 공개하는 차기작이기 때문에 관심도가 높다. 

ENA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후 오랜만에 훈풍이 불고 있다. '착한 여자 부세미'의 성공은 전작인 '금쪽같은 내 스타'가 쌓은 업적 위에 일궜다. 배우 엄정화, 송승헌의 코믹 연기가 돋보였던 이 드라마는 최고 시청률 4.3%를 기록했다. 이 토대 위에 '착한여자 부세미'의 완성도가 더해지면서 ENA가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는데 성공한 셈이다.

'착한 여자 부세미' 전여빈, 사진제공=KT스튜디오지니

편성은 일종의 습관이자 루틴이다. 아침 출근길에 오른 운전자들은 으레 선호하는 라디오 채널에 주파수를 맞추고, 이런 선택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 드라마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퇴근 후 저녁식사를 마치고 월화, 수목 드라마를 보는 것이 하나의 공식이었다. 이런 루틴이 깨진 후에는 '드라마=주말'이라는 새로운 등식이 성립됐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tvN, ENA 드라마가 연이어 화제작을 내면서 시청자들에게 "월화 드라마도 볼 만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은 괄목할 만한 성과다. 시청자들이 몰리면 투자자가 나서고, 탄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좋은 배우와 크리에이터를 섭외하면 양질의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시청자들이 계속 월화 드라마를 찾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된다. 

그동안 주중 미니시리즈가 내내 죽을 쑨 건 아니다. 최고 시청률 17.5%를 기록했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수목 드라마였고, 지난해 방송돼 12% 시청률로 지지받았던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월화 드라마였다. 

답은 나왔다. 요일이 문제가 아니다. 시청자는 재미있으면 본다. 그게 진리다.

윤준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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