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C 빠진 한국 이지스함…미국은 왜 수출 거부했나 [박수찬의 軍]
“나도 그 얘기는 들었다. 중대한 문제다.” 최근 만난 정부 소식통이 이지스함의 핵심 체계인 협동교전능력(CEC)에 대한 미국의 수출 승인 거부와 관련, 기자에게 했던 말이다.
서로 드러내놓고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CEC 도입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 공개되기까지 1년여 동안 해당 문제를 알고 있었고, 이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는 의미다.

한국 해군은 해상통합방공체계(MIAAS) 구축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CEC 공백을 메울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CEC가 필요한데 美는 거부
이지스함. 아군 함정에 접근하는 미사일과 항공기를 고성능 대공 레이더와 중장거리 함대공 미사일로 요격하는 ‘바다의 방패’다.
수많은 실전에서 성능을 입증했지만, 한계도 여전했다. 지구 곡률로 인해 전투함 레이더는 저고도 대함 순항미사일이
40∼50㎞까지 접근했을 때에야 탐지할 수 있다.
이를 극복하고자 영국 해군은 레이더를 최대한 높게 설치해 탐지거리 연장을 시도했다. 하지만 제약은 여전했다.
옛소련의 대함미사일 공격을 저지해야 했던 미국은 협동교전능력(CEC)을 내세웠다.
CEC는 이지스 전투체계가 단일 함정 방어에서 네트워크 기반 다중 플랫폼 전투체계로 바뀌는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각 함정이 자체적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수평선 너머 표적도 다른 함정에서 포착한 데이터로 식별·추적해서 장거리 요격미사일을 쏴서 파괴할 수 있다.
함대 소속 함정들이 각자 대공전투에 나서지 않고, 함대 전체가 단일 통합 방공체계처럼 작동한다. 대공 전투 효율이 크게 높아진다.
미 해군의 실험에 따르면, CEC를 사용하면 함대 방공능력이 기존보다 3∼5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지스함을 운용하는 한국 해군이 CEC 도입을 추진한 이유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해군의 CEC 도입은 난관을 맞았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이 해군본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미 해군은 한국 해군의 CEC 도입에 부정적 의견을 드러냈다.
해군은 지난해 6월 미 해군 측에 보낸 서한에서 “북한 위협 대응을 위해 KDX-Ⅲ 배치Ⅱ(정조대왕급 이지스함)와 SM-3·6 함대공미사일 확보 등을 추진 중이지만, CEC 미탑재로 초수평선, 장거리 대공표적 대응 능력이 제한되고 있다”며 미 행정부의 CEC 수출 정책 관련 정보와 수출 가능성 검토를 요청했다.
결과는 “NO”였다. 미 해군은 같은 해 8월 답신에서 “한국 해군의 요구사항들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미 정부의 수출통제 및 기술이전 정책은 한국에 대한 CEC 수출을 지원하지 않는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근거로 제시한 ‘수출통제 및 기술이전 정책’이 무엇인지는 미 해군이 언급하지 않아 알 길이 없다. 한국 해군도 미국의 수출 거부 이유에 대해선 “판단이 제한된다”는 상황이다. 모른다는 의미다.

미국은 앞서 2018년 호주의 호바트급 이지스함, 2020년 일본의 마야급 이지스함에 CEC를 탑재하도록 허용한 전례가 있다. 그런데도 한국에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CEC 수출을 거부한 것이다.
다만 미 해군은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도 “정책에 대한 종합적 검토가 진행 중임을 알려드린다. 다만 검토가 수출 승인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거절하면서 ‘앞으로 협의를 해나가자. 상황이 바뀌면 언젠가는 해줄 수 있다’는 식”이라며 “거부 사유가 불명확하다면, 정치적 이유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무기 수출 검토 과정에서 정치적 고려는 상당한 변수라는 평가다. 한국은 5년마다 정권이 바뀌면서 외교안보정책도 영향을 받는다. 미국 정부는 무기수출을 검토할 때, 이같은 부분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태도는 이란의 선례 때문이다. 과거 미국은 이란 팔레비 왕정에 F-14 전투기를 판매했는데, 이슬람 혁명으로 이란이 반미 국가로 돌아서면서 기술이 옛소련에 유출되는 등의 부작용을 겪었다.

수출 승인이 거부되면 남은 방법은 두 가지다. 미 행정부의 정책 변화를 기다리거나 대안을 찾아야 한다.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를 기다릴 경우엔 최소 3∼4년 또는 그 이상의 시간을 기약없이 기다려야 한다. 몇년을 기다려도 정책이 바뀐다는 보장은 없는 실정이다.
CEC를 제때 도입하려면 고위급 안보라인이 움직여서 정치적 해결을 도모하는 방안을 시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정치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고위급 정무직 인사들이 직접 나서는 ‘공중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음달에 열릴 한·미 안보협의회(SCM)나 군사위원회(MCM)처럼 양국 정부·군 수뇌부 간 협의체에서 CEC 도입 문제를 논의해 미국 측 입장을 다시 한번 탐색하고, 신속한 정책 변화를 끌어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5년 미국의 한국형 전투기 핵심 기술 이전 거부 문제가 불거졌을 때,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이 나서서 미국 측에 핵심기술 이전을 전향적으로 검토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CEC 수출 거부에 직면한 해군은 국내 개발 카드를 꺼냈다.
해군은 23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해군본부 국정감사에서 해상통합방공체계(MIAAS) 구축 방안을 공개했다.
‘한국판 CEC’인 해상통합방공체계는 CEC처럼 다른 함정의 센서나 무장을 활용해 최적의 수단으로 교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지휘통제교전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함정의 탐지거리를 확대하고, 함대공미사일로 최대 거리에서 요격전을 벌일 수 있다.
한국형차기구축함(KDDX)과 충남급 호위함(FFX Batch-Ⅲ), 차기 호위함(FFX Batch-Ⅳ) 등 국산 다기능레이더와 전투체계 및 함대공미사일-Ⅱ를 쓰는 함정이 대상이다.

미국 CEC와 유사한 체계를 만드는 움직임은 유럽에서도 포착되고 있다.
프랑스는 병기국(DGA), 탈레스, 나발그룹 등을 중심으로 다중 플랫폼 상황인식(TSMPF) 체계를 만들고 있다.

한국도 충분한 시간과 예산이 투입되면, 진화적 개발 방식을 통해 CEC를 만들 수 있다.
다만 효과 측면에서 프랑스와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프랑스 해군은 자체 기술로 만든 센서와 무장을 통합한 자국산 함정으로 전력이 구성되어 있다. TSMPF를 개발하면, 해군 전체에 적용할 수 있다.
한국 해군은 사정이 다르다. 미국산 이지스 전투체계와 레이더를 쓰는 세종대왕·정조대왕급 이지스함에 해상통합방공체계를 통합·연동하는 것은 미국과의 협의나 승인이 필요한 사항이다.

현재로선 세종대왕·정조대왕급 이지스구축함에 해상통합방공체계를 적용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유사시 기동함대의 대공 전투와 탄도미사일 요격작전을 주도할 이지스함이 국산 해상통합방공체계와 연결되어 있지 않다면, 함대의 전투 효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본은 미국산 CEC와 상호운용성이 보장된 독자적인 CEC를 추진중이다. 일본처럼 한국도 고위급 협의 등을 통해 CEC 확보를 추진하는 한편 국산 해상통합방공체계를 이지스함과 상호 연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엄마 위해 산 자양동 6층 빌딩 2배 껑충…채연의 '효심 재테크' 통했다
- 15년 전세 끝낸 유재석, ‘285억 현금’으로 ‘논현동 펜트하우스 벨트’ 완성
- 이영현 "첫째가 잇몸, 둘째가 눈 가져갔다"…엄마들의 '위대한 훈장'
- 커피 가루 싱크대에 그냥 버렸다가… ‘수리비 30만원’ 터졌다
- 7남매 집 사주고, 아내 간병까지…태진아가 350억 건물을 매각하는 이유
- "먼저 떠올린 건 매니저" 정해인 외제차 선물… 연예계 뒤집은 '통 큰 미담'
- 에어프라이어 200도로 튀긴 감자, '아크릴아마이드' 10배 폭증 [라이프+]
- “약사 손주가 꼭 먹으랬다”…88세 김영옥도 챙긴 '오메가3', 효과적인 복용법 [라이프+]
- 단칸방서 불판 닦던 ‘가장’ 주지훈, 100억원대 자산가 만든 ‘집념의 품격’
- 길 잃고 산 '금호동' 집 10배 대박…조현아의 남다른 '은행 3시간' 재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