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비싸다는 것 외엔 문제 없어…"더 오른다" 낙관론 고조

권성희 기자 2025. 10. 24.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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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투자 전문가 절반 가량이 미국 증시가 향후 12개월간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투자 전문 매체 배런스가 지난 9월 말 미국 전역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와 투자 전략가 12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47%가 향후 12개월간 증시에 대해 낙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우려가 컸던 지난 4월 조사 때는 낙관적인 응답이 28%로 1997년 이후 최저치였으나 거의 6개월만에 분위기가 확 바뀐 것이다. 배런스는 매년 봄과 가을 2차례에 걸쳐 투자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향후 증시 전망을 묻는 '빅 머니'(Big Money) 설문 조사를 실시한다.

올들어 S&P500지수 추이/그래픽=윤선정
향후 1년간 증시 하락 전망 19%뿐
S&P500지수는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가 가라앉으면서 지난 4월 저점 이후 40%가량 급등했다. AI(인공지능) 관련주에 대한 새로운 열기가 주가지수를 연달아 사상최고치로 이끌었고 금리 인하와 재정 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투자 심리를 고양시켰다.

이 결과 이번 조사에서 향후 12개월간 증시에 비관적이라는 응답은 19%로 지난 4월 32%에서 크게 낮아졌다. 증시에 중립적이라는 목소리도 지난 4월 42%에서 34%로 줄었다.

다만 AI 열풍으로 관련주가 너무 올라 일각에서는 AI 버블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팔콘 포인트 캐피털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제임스 비처는 "AI는 세상을 바꾸겠지만 주가가 너무 올랐다"며 "밸류에이션이 압박을 받을 수 있는 리스크가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번 조사에서는 증시 낙관론이 늘었음에도 "증시가 고평가돼 있다"는 응답이 57%에 달했다.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은 3%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응답자의 47%가 증시를 낙관하며 다우존스지수와 S&P500지수, 나스닥지수 모두 내년 말까지 현재 수준 대비 9~10.5%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증시 상승은 이익 증가세가 이끌 것으로 예상됐다. 응답자의 거의 38%가 S&P500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이 내년에 6~10% 성장할 것으로 봤고 13%는 10%를 넘는 성장률을 기대했다.

AI 수혜 확산되며 실적 성장 기대
오펜하이머 자산관리의 최고 투자 전략가인 존 스톨츠퍼스는 AI로 수혜를 받는 업종이 늘면서 랠리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AI가 이미 경제에서 효율성을 창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큐베스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CIO인 에릭 클락도 "내년 화두는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오라클이 누구를 위해 AI를 구축하고 있느냐가 될 것"이라며 "AI가 광범위하게 배치되면 주가에 (AI 수혜가) 반영되지 않았던 기업들의 실적이 급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엄청난 생산성 향상이 있을 것"이라며 "이미 대형 은행들에서 이 같은 생산성 향상이 입증되고 있다"고 했다.

CFS 투자 어드바이저리 서비스의 창립 파트너이자 경영 이사인 해리스 나이딕은 "지금까지 랠리는 소수의 주식이 주도했지만 나머지 종목들, 다시 말해 S&P500지수 내 490개 기업들도 매력적"이라며 "실적과 배당금이 강력하고 소비자 지출도 상당히 탄력적이라 이들 종목을 끌어올릴 요인이 많다"고 설명했다.

3분의 2 이상이 주식 비중 확대
이번 조사 응답자의 3분의 2 이상은 포트폴리오에서 주식 비중이 지난 6개월 전보다 높아졌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 외 해외 주식 비중을 늘렸다는 응답이 60%에 달했다. 40%는 향후 6개월간 해외 주식 비중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반면 응답자의 62%가 채권과 현금 비중은 줄였다. 그러나 또 다른 안전자산인 금에 대해선 3분의 2가 낙관적이었다.

린스콤 웰스의 회장인 월터 크리스토퍼슨은 "최근의 금값 상승은 우리에게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며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달러 대신 금 보유고를 구축하면서 금에 대한 수요가 꾸준하고 개인들도 대안 투자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비관론의 근거는 주가 너무 비싸다
반면 증시에 비관적인 19%는 금값 급등과 주식의 높은 밸류에이션에서 문제가 커지고 있다며 AI 열풍이 식고 경기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3대 주가지수가 내년 말까지 8~13.5% 하락할 것으로 봤다. 비관론자 가운데 38%는 미국 증시가 향후 12개월 안에 20% 이상 하락하는 침체장에 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라이언 인베스트먼츠의 최고경영자(CEO)인 크리스 라이언은 이번 상승은 대부분 FOMO(Fear Of Missing Out), 즉 랠리를 놓칠까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신은 오히려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 등 급등 기술주의 잠재적 급락을 놓쳐서 잘했다는 기쁨, 즉JOMO(Joy Of Missing Out)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라이언은 "나를 오해하지는 말라. 인터넷이 그랬던 것처럼 AI는 세상을 바꿀 것"이라며 "하지만 초기 AI 승자들이 장기적인 승자가 아닐 수도 있다"고 했다.

팔란티어, 가장 고평가된 주식
일례로 팔란티어 주가는 내년 주당순이익(EPS) 전망치 기준 205배에 달한다. 어큐베스트 글로벌의 클락은 "팔란티어의 밸류에이션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모멘텀 주식이 무너질 때는 급격히 무너지고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주식을 판다"고 말했다.

이번 설문조사 응답자의 25%가량이 팔란티어를 미국 증시에서 가장 고평가된 주식으로 꼽았다. 또 21%는 테슬라를, 13%는 엔비디아를 가장 비싼 주식으로 지목했다. 테슬라는 내년 EPS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180배, 엔비디아는 28배다.

다만 엔비디아는 지지층도 많았다. 전체 응답자의 5%가 엔비디아를 가장 선호하는 주식으로 꼽았다. CFS의 나이딕은 "엔비디아는 AI의 척도"라며 "성장세를 지속하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실적·금리·경제, 강세장 3박자
시볼드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사장인 션 시볼드는 "현재 증시는 상당히 고평가됐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가가 하락할 것이란 의미는 아니다"라며 "증시 방향은 행정부와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증시는 1997년과 같을 수 있다"며 "이 미친 상승 질주가 끝날 때까지 몇 년이 더 남아 있을 수 있다. 랠리는 워싱턴(미국 정부)에서 들어오는 돈이 멈출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고 나는 아직 돈이 멈추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기업들의 실적 성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유지되고 금융 여건이 과도하게 긴축적이지 않으며 정부가 경제를 지지하면 증시의 상승 추세는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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