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의 스리백 조련, 단기 투자수익 위한 보수적 선택?
김창금의 스포츠 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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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포메이션 가운데 스리백과 포백은 수비 시스템을 가르는 대표적인 기준이다. 통상적으로 스리백은 수비형이고, 포백은 공격형으로 분류된다. 스리백은 중앙 수비수가 세 명이고 좌우 미드필드에 포진한 윙백이 내려오면 쉽게 파이브백 형태를 갖추게 되고, 포백에서는 좌우 풀백의 적극적인 오버래핑으로 공격 숫자가 늘어나는 특징을 반영한 구분이다.
하지만 단순한 이분법은 허점이 있다. 후벵 아모링 감독이 이끄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스리백(3-4-2-1)을 사용하지만 높은 위치에서의 압박과 순간 역습 등으로 화려한 공격축구를 자랑한다. 미켈 아르테타 감독이 지휘하는 아스널은 포백(4-3-3) 전형으로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2위를 차지했는데, 공격력 못지않게 리그 최소 실점(34골)의 수비력도 과시했다.
한국팀이 스리백 선호한 이유
축구는 ‘숫자의 싸움’이며 ‘속이는 전쟁’이라고 한다. 공을 사이에 두고 일대일로 맞서면 소유하거나 빼앗을 확률은 반반이다. 하지만 두 명이 한 명을 상대하면 공격이나 수비의 효율은 높아진다. 만약 순간적으로 세 명이 발을 맞춘다면 공격과 수비에서 절대적 우위를 누릴 수 있다. 네 명을 넘어 열한 명이 경기의 흐름을 읽으며 움직인다면 그야말로 이상적인 팀이 될 것이다.
각 나라의 축구 저변과 잠재력, 문화 등의 요인도 팀 전력 구성의 변수가 된다. 다만 축구는 한 명이 하는 것이 아니라 열한 명이 합심해 이루는 경기여서 감독의 역량에 따라 팀 에너지는 더 커질 수 있다.
홍명보 한국 남자축구대표팀 감독이 ‘2026 북중미월드컵’에 대비하기 위해 스리백 전형을 화두로 내세웠다. 2024년 9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열린 아시아 최종예선 3차전 10경기에서 펼쳤던 포백 시스템에 더해, 새로운 전술 카드를 추가한 것이다. 홍명보 감독은 월드컵 본선행 확정 뒤 열린 7월 동아시안컵 대회부터 10월 파라과이 평가전까지 대개 스리백 형태의 수비진을 배치했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아시아 무대에서는 한국이 상대 팀보다 강하기 때문에 공격적인 포백 시스템으로 경기를 치렀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에서 만나는 팀들은 모두 강하다. 수비를 보강하고 역습을 노리는 스리백 전형으로 대표팀을 다듬는 것은 매우 실용적인 월드컵 본선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리백 전형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는 여러 요소가 잘 들어맞아야 한다. 최종 스위퍼로 안전판 구실을 하는 수비 리더는 판단력뿐 아니라 공격으로 전환하는 패스와 킥 능력을 갖춰야 한다. 최후 수비선의 위치를 어디에 잡느냐에 따라 역습의 템포는 결정적으로 영향받는다. 개인기와 기동력을 갖춘 윙백의 존재 여부에 따라 공격 전환의 유연성이 판가름 난다. 영리하지 못한 플레이로 헛심을 써서 수비로 빠르게 복귀하지 못한다면 상대에게 측면 배후 공간을 내줄 수 있다.
2025년 10월 A매치 기간 브라질에 패배(0-5)할 때 한국팀은 많은 허점을 드러냈다. 수비선이 너무 아래쪽으로 웅크리면서, 공을 잡더라도 상대방 진영으로 정교하게 길을 열지 못했다. 포백 전형의 브라질 수비들이 질 높은 패스로 수비에서 공격으로 순식간에 판을 바꾼 것과 비교됐는데, 이는 스리백과 포백의 수비 시스템의 차이라기보다는 한국과 브라질의 전력 차이로 보는 것이 맞다.
월드컵 무대에서 한국 대표팀이 스리백을 사용한 역사는 깊다. 1994년 김호 감독은 미국월드컵에서, 1998년 차범근 감독은 프랑스월드컵에서 스리백으로 나섰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2000년 한국팀 부임 이래 선진적인 포백을 도입하려 했다. 하지만 월드컵을 1년 앞둔 2001년 4월 스리백으로 회귀했다.
히딩크 감독은 당시 미디어 인터뷰에서 “월드컵에서 유수의 강호들과 맞붙게 된다면 한국의 전력상 4-4-2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하다. 미드필드에서 수적 우세를 앞세워 1차 수비를 완고하게 해야 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미련 탓인지 5월 프랑스와 컨페더레이션스컵(0-5), 8월 체코와 평가전(0-5)에서 포백을 썼다가 대패하면서 히딩크 감독은 ‘오대영’이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이후 다시 스리백 전형을 강화하며 한국을 2002 한일월드컵 4강에 올린 바 있다.
당시 6개월 합숙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히딩크 감독은 장시간 집중적으로 대표팀을 지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아주 다르다. A매치 기간에 소집된 대표팀 선수들이 모두 참여하는 훈련은 하루, 길어야 이틀이다. 홍 감독은 브라질전에서 진 뒤 “지금 대표팀의 단점이 드러나는 것을 걱정하면서 고치지 않으면 나중에 문제가 생긴다. 그런 점을 찾으려고 평가전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팀과의 평가전을 통해 ‘두들겨 맞으면서’ 배우고, 고쳐나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암시한다.
브라질전 이후 만만치 않은 파라과이를 상대로 승리(2-0)하며 분위기를 바꾼 것은 실전 속에서 반성하고 단련되는 대표팀을 보여준다. 홍 감독은 파라과이전에서 수비 리더의 몫을 전북 현대의 미드필더인 박진섭에게 맡겼는데, 상황에 따라 김민재의 붙박이 자리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좌우 윙백 자원인 이태석과 설영우 대신 이명재와 김문환을 가동하면서 내부 경쟁에도 불을 붙였다. 100% 성공률을 보여야 하는 수비 진영의 백패스 실수가 나온 것, 공격 전환시 가속을 주지 못하고 템포를 끊어버리는 사례가 나온 점 등은 새롭게 풀어야 할 과제다.
포메이션은 숫자일 뿐
한국이 스리백으로 수비에 비중을 두더라도 공격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손흥민과 오현규, 황희찬, 이강인, 엄지성, 배준호 등은 총알 스피드로 기회만 나면 골을 올릴 수 있다. 이런 덕분에 스리백 전형을 쓸 수 있다. 선제 실점을 한다면 중앙 수비수를 앞쪽의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로 올리면서 포백 형태의 공세적 형태로 전환할 수 있다. 투자 개념에 비유하면, 포백 시스템의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의 모험보다는 스리백을 통한 보수적인 운영으로 결과를 내겠다는 뜻이다. 2026년 6월 월드컵 본선까지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스리백은 단기 집중 투자로도 볼 수 있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12월 초 본선 조 추첨으로 대진표가 나오면 전력 분석을 통해 어떻게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을지 스리백 전술의 미세한 부분까지 선수들이 몸에 익히도록 다듬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렇다. 포메이션은 숫자일 뿐, 중요한 것은 이기는 방법이고, 이기는 전략이다.
김창금 한겨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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