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필수 소재 '초순수' 국산화 성공…SK하이닉스 공급 본격화

반도체 생산에는 물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반적인 물이 아니다. 전기전도도, 고형미립자수, 생균수, 유기물 등을 극도로 낮춘 '초순수(Ultrapure Water)'가 쓰인다.
초순수는 반도체 공정 전후 세정 과정에 필수적이다. 웨이퍼를 깎고 남은 미세한 부스러기를 씻어내거나 이온주입 공정 뒤 남은 이온을 제거할 때 사용된다. 불순물이 조금이라도 남으면 공정 불량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만큼 정밀한 수처리 기술이 필요하다. 이 기술을 그동안 일본과 미국 등 일부 선진국이 독점해 왔다.
나노미터 단위의 반도체 공정에서는 미세한 먼지 하나도 불량의 원인이 된다. 초순수로 세척하면 오염을 최소화해 불량률을 낮출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전기전도도 또한 문제가 된다. 불순물뿐 아니라 전기를 통하게 하는 이온까지 제거해야 한다.
초순수 생산에는 복잡한 공정이 필요하다. 수돗물 생산이 7단계, 해수담수화가 10단계라면 초순수는 25단계 이상을 거친다. 그만큼 기술 장벽이 높아 일본·미국·유럽 등 일부 국가만이 생산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반도체 제조기술 세계 1위지만 초순수 의존도는 여전히 높았다. 웨이퍼 한 장(300mm·12인치)을 만들기 위해 약 7톤의 초순수가 필요하다. 국내 생산량은 월 500만장에 달해 초순수 수요만 수천만 톤 규모다.
보호무역 강화와 공급망 리스크가 커지면서 기술 자립의 필요성은 한층 높아졌다. 현재 초순수 인프라 설계는 일본이 100%를 점유하고, 소재·부품·장비는 다국적 기업이 독점 중이다. 시공과 운영은 유럽과 일본이 과점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2021~2025년에는 정부 전담기관으로 참여해 설계·시공·운영 기술의 100%, 핵심 장비의 70%를 국산화했다. 지난해 12월에는 SK실트론 구미 2공장에서 국산 초순수를 적용, 상용화 가능성을 입증했다. 하루 2400톤 규모의 생산공정도 구축했다.
다음달에는 SK하이닉스의 신공장 M15X에 초순수를 공급한다. M15X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충북 청주의 신규 D램 공장이다.
수자원공사는 2023년 SK하이닉스와 '초순수 국산화 및 민간 물공급 지원을 위한 상생협력 협약(MOU)'을 체결한 데 이어 올해 3월 'M15X 초순수 시설 운영관리 협약'을 맺었다. 국내 기업이 초순수 운영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자원공사는 M15X 공장의 초순수 공급 시설 운영과 품질관리, 설비 점검, 리스크 대응을 맡는다. 지난 8월 시운전을 마쳤으며, 다음달 공장 가동과 함께 국산 초순수를 본격 공급할 예정이다. 이는 국산 초순수 상용화의 첫 사례다.
수자원공사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으로 사업을 확대한다. △원수 △정수 △초순수 △재이용수에 이르는 전주기 물공급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한 반도체 공정에서 발생하는 하수와 폐수를 재처리해 초순수로 재활용, 효율성도 높인다.
초순수 국산화는 단순한 산업 기술을 넘어 공급망 안보에도 기여한다. 기후변화나 무역 갈등 등 외부 리스크에도 안정적인 용수공급이 가능해진다.
윤석대 수자원공사 사장은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기술 주권이 국가안보까지 좌우하는 지금, 첨단산업을 움직이는 핵심 자원인 초순수의 국산 기술 상용화는 의미 있는 성과"라며 "우리 기업들이 첨단산업 경쟁에서 한발 앞서 나갈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과 협력해 초순수 생태계를 강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대한민국 AI 3대 강국 실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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