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세상] 페북 접속 막는 中정부, 페북 계정 열었다가 곤욕

중국의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이 자국에 유리한 여론 조성을 목적으로 소셜미디어 페이스북 계정을 개설했다가 대만인들의 쏟아지는 댓글 공세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22일 주펑롄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페이스북에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 공식 계정을 개설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계정은 중국 소셜미디어인 웨이보·위챗 계정과 함께 양안(兩岸) 동포들에게 대만 관련 주요 정보를 신속히 전달할 것”이라며 “양안 교류를 강화하고 공감대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대만 정치인들의 핵심 디지털 소통 수단이다. 라이칭더 총통과 차이잉원 전 총통의 페이스북 팔로어 수는 각각 102만명, 318만명에 달한다.
페이스북이나 X, 인스타그램 등의 글로벌 소셜미디어는 ‘만리방화벽’으로 불리는 중국의 온라인 통제 시스템에 막혀 중국 내에서는 이용할 수 없다. 일부 중국인은 가상사설망(VPN) 등 편법을 동원해 우회적으로 접속해 왔다. 다만 해외 주재 대사관이나 총영사관 등 일부 정부 기관은 페이스북 계정을 개설하며 관할 지역 내에서 중국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 조성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그런데 이날 대변인 기자회견 영상과 함께 번체자(대만식 한자)로 된 첫 게시물이 올라오자 폭풍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대만 국기(청천백일만지홍기)를 내건 ‘대만 독립’ 문구가 댓글 창을 도배하다시피 했다. 올라오는 문구는 대부분 조롱과 비난이었다. “방화벽은 어떻게 넘었냐” “자유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한다” 같은 글로 중국의 통제 시스템을 꼬집었다. “허위 정보의 근원, 다 같이 신고하자” “주 대변인에게 DM(메시지) 보내서 밥 한 끼 같이 하자고 할까”처럼 중국의 온라인 선동 공작을 비꼬는 내용도 잇따랐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에 대한 조롱으로 인식돼 중국에선 ‘금기 중 금기’로 여겨지는 만화 캐릭터 곰돌이 푸 그림, 1989년 천안문 사태 당시 무력 진압을 암시한 것으로 보이는 탱크 이미지까지 올라왔다. 놀란 계정 운영자가 ‘순삭(순간 삭제)’하려다 글이 올라오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자포자기했음을 짐작하는 정황도 확인됐다. 23일 오전 기준으로 2만개를 돌파하는 등 댓글이 폭증하자 이 같은 삭제 작업은 일시 중단됐다. 대만 자유시보는 “대만사무판공실의 삭제 속도가 네티즌들의 댓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관리자가 이미 포기한 듯하다”고 전했다.
중국이 대만판공실 페이스북 계정 개설을 알린 시점이 ‘폭풍 댓글’을 자초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지난 18일 친중 성향 야당 국민당 대표 선거에서 정리원 전 입법위원(국회의원 격)이 역대 두 번째 여성 당대표로 선출됐다. 민진당에서 정치에 입문한 뒤 국민당으로 옮긴 그는 20일 “대만 독립을 반대하며,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만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시진핑도 정리원에게 축전을 보냈다. 이 같은 움직임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민진당 지지자들의 분노와 위기감을 촉발해 댓글 달기에 나서게 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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