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원전’ 여론 뒤집혔는데 엇박자 내는 기후부
그럼에도 ‘총괄’ 기후부에서는
신규 원전 건설 중단할 가능성 커
이럴 거라면 환경부로 돌아가라

흥미로운 여론조사 결과를 접했다. 국민들이 원전(원자력발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설문이었다. 한국갤럽이 지난 1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니, 우리나라 원전 정책 방향을 묻는 항목에 ‘확대해야 한다’(40%)는 응답이 ‘축소해야 한다’(11%)는 응답의 약 4배에 달했다.
그런데 이 기관이 2018년 6월 같은 질문을 했을 땐 ‘원전 확대’(14%) 응답은 ‘원전 축소’(32%)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그사이 여론의 풍향이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 또 7년 전엔 60대에서만 ‘원전 확대’ 응답이 ‘원전 축소’를 앞섰지만, 이번엔 60대는 물론 20대(18~19세 포함)부터 50대까지도 모두 ‘원전 확대’ 응답이 ‘원전 축소’보다 1.3~4배 우세했다. 나이를 불문하고 한국에는 원전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국내 원전의 안전성을 묻는 데도 ‘안전하다고 본다’는 응답(64%)이 ‘위험하다고 본다’는 응답(22%)의 약 3배였다. 같은 여론조사 기관이 2017년 7월 똑같은 질문을 했을 땐 ‘위험하다고 본다’(54%)는 응답이 ‘안전하다고 본다’(32%)를 훨씬 앞섰는데, 이 역시 뒤집힌 셈이다. 특히 이번엔 자신을 보수라고 밝힌 응답자뿐 아니라 진보, 중도 응답자에서도 ‘안전하다고 본다’가 모두 50%를 훨씬 넘었다. 보수·진보 성향을 떠나 부풀려진 막연한 두려움보다 원전 신뢰도가 높아졌다는 얘기다.
이런 국민 인식 변화는 세계적 흐름과도 맞물린다. 탈원전 정책을 펴던 이탈리아·스위스 등은 원전 건설 재개를 선언했다. 폴란드·프랑스·체코 등은 원전을 늘리고 있다. 올 6월 세계은행은 10년 넘게 유지해온 방침을 바꿔, 개발도상국 원전 프로젝트에 금융 지원을 다시 시작한다고 밝혔다. 일일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무탄소·저비용·상시 가동을 동시에 만족하는 전력원은 현실적으로 원전뿐이다.
그런데 정작 현 정부에서 원전 건설 정책을 총괄하는 기후에너지환경부(기후부)는 이런 흐름에 ‘엇박자’를 내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전인 올 2월 확정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내 신규 원전 3기(소형 모듈 원전 1기 포함) 건설마저 뒤흔들려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기도 한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지난 1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신규 원전 건설 문제에 대해 “필요성이 없다면 건설하지 않을 수 있다” “원전이 위험하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 달 전 기자 간담회 때 “(신규 원전 건설은) 국민의 공론을 듣고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면서 원전 반대 환경 단체들을 의식한 듯한 반응을 보였는데, 이날 국감 발언으로 추진 중단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관측이다. 김 장관이 그동안 환경 단체들이 반대해 온 기후 대응 댐 신규 건설 계획 중 절반(14곳 중 7곳)을 지난달 말 ‘백지화’했던 만큼, 이런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신규 원전 건설이 담긴 11차 전기본은 1년여 전문가 숙의 과정과 시뮬레이션을 거쳐 2038년까지 급증할 국내 최대 전력 수요에 대비한 결과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첨단 산업 전력 수요와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 전기차 수요도 반영됐다. 쉽게 뒤집을 수 있는 계획이 아니다.
기후부는 현 정부 출범 후 환경부에 산업부의 에너지정책실이 합쳐져 새롭게 탄생한 환경과 에너지 정책 컨트롤타워다. 원전을 바라보는 성숙해진 국민 인식을 제대로 읽지 못한 채 환경 단체 시각으로 에너지 정책을 다루겠다면 그냥 ‘환경부’로 되돌아가는 게 맞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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